낮달
송민정
여름의 끝자락
들판에 섰다
연하얀 실구름 사이
동그라미마저 못 그린 낮달이
달인 듯 아닌 듯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
모든 것 내어 주고
백지장 같은 얼굴하고 있는 낮달
하늘의 품에서
잠시 휴식 취하고 있는 걸까
빛내지 않아도 은근히 곱고 빛난다
낮달을 마주 보는 땅 위에
동그라미 조각별 뜬다
송민정 시인의 시, 「낮달」을 읽습니다. ‘낮달’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하늘에 떠 있습니다. 존재감이 없습니다. 시인은 시의 계절적 배경을 여름의 끝자락으로 설정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입니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시간입니다. 모호한 계절입니다. 그런 “여름의 끝자락/들판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연하얀 실구름 사이/동그라미마저 못 그린 낮달이/달인 듯 아닌 듯/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 ‘낮달’을 시인은 “모든 것 내어 주고/백지장 같은 얼굴하고 있는 낮달”이라 했습니다. 밤 내내 어둠을 밝히기 위해 모든 빛을 내어 주었다고 봤지요. 그 낮달이 “하늘의 품에서/잠시 휴식 취하고 있는” 것이라 시인은 생각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문득 노년의 어머니를 떠올리게도 하지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머니, 결코 스스로를 빛내지 않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있기에 인류가 있습니다. 그런 낮달이기에 “빛내지 않아도 은근히 곱고 빛나”는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 같은 낮달의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들 즉 “낮달을 마주 보는 땅 위”의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들의 미래는 “동그라미 조각별 뜨”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런 낮달 같은 사람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결코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머니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낮달’이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4연의 땅 위에 동그라미 조각 달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어머니라고 설명하여 주시니 시가 너무 공감이 됩니다.
교수님
감사히 읽습니다
좋은글에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