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NS에서 ‘국가’ 검열, 상하이 봉쇄 불만 고조
현재 중국의 국가(國歌)로 사용되는 혁명가 ‘의용군행진곡’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검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중국의 국가가 중국 내에서 금지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에포크타임스는 22일 보도에서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는 이 가사를 해시태그로 붙인 게시물이 모두 삭제됐다. 이 게시물들은 모두 상하이의 가혹한 봉쇄에 불만을 나타내는 내용이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국가의 가사가 현재 중국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봉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의용군행진곡’ 가사를 해시태그로 붙인 것은 외세의 강압적 지배에 맞서 중국인들의 궐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현재 중국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결국 웨이보에서 중국 국가의 가사를 검열하는 이유는 당시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저항 의식을 표현한 가사내용이 이제는 오히려 자국 정부로 향한 저항으로 번질 것을 심각히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불만 여론을 억누르려 자국 국가마저 검열하는 중국 정권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권 탈취를 위해 민중의 혁명 정신을 부추길 때도 이 노래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이 노래의 ‘위력’에 몸을 사리는 처지가 됐다." 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하이는 현재 3주 이상 봉쇄가 계속되면서 코로나19 자체보다도 방역에 따른 피해가 더 극심한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검열된 국가에도 등장하는 ‘노예’는 중국 당국에 ‘민감한’ 단어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노예라는 표현과 함께 '개, 돼지'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정부의 방역통제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따르는 생각없는 대중을 가리키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백윤식의 대사 "국민들은 개, 돼지 입니다." 라면서 선동을 잘 당하는 대중을 가리키는 말로 맨 처음 쓰였다.
출처 : 파이낸스투데이(http://www.fntoday.co.kr)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3072
"코로나 보다 봉쇄 때문에 죽겠다"…정치방역이 부른 '상하이 일기' 속 울분
지난달 중국 상하이시에 봉쇄령이 내려진지 어느덧 4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봉쇄 장기화로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은 이해하기 힘든 방역 조치로 신음하고 있는 상하이 시민들의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며 식량 걱정을 하는 시민, 확진자와 치유자가 같은 공간에 욱여넣어진 채 방치된 상황,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환자 등. 참담한 소식들은 21세기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인구 2400만 최첨단 도시 상하이의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중국의 방역 방침은 '칭링'(淸零·제로 코로나)과 '펑청'(封城·도시봉쇄)입니다. 2년 전 우한에서처럼 기본적으로 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지역 전체를 전면 봉쇄하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확진자를 포함한 모든 밀접접촉자는 증상이 있든 없든 무조건 격리됩니다. 이 같은 방침 아래 하루 2번 자가진단검사 키트 제출, 오밤중 불시 PCR 검사, 강제 이송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봉쇄 전면 해제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상하이에서는 "코로나에 걸려 죽기보다 방역 때문에 먼저 죽겠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한 용감한 의료인은 코로나 치료제라며 대량 배포된 중의약품을 거론하며 "지금 필요한 건 효과가 의심되는 이런 약이 아닌 음식" 이라며 당국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글을 웨이신에 올리기도 했죠.
SNS서 잇따르는 '상하이 일기'…검열 비집고 나오는 울분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커질 대로 커진 시민들의 울분은 철통같은 통제와 검열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상하이작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중국 유명 작가 천춘(陳村)이 지난 15일 올렸다는 게시물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게시물은 2년 전 우한에서 당국의 은폐와 안이한 대응, 시민들의 절망을 폭로해 화제가 됐던 작가 팡팡(方方)의 '우한 일기'처럼 '상하이 일기'라 불리며 웨이보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다음날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된 후 의심쩍은 해명글이 대신 올라왔지만 대략적인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젯밤 10시 반쯤 갑자기 호흡 곤란에 발작 증세가 나타났다. 약을 아무리 먹어도 효과가 없어 서둘러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대원은 지정된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것만 할 수 있으니 나더러 어디로 갈지 병원을 수소문해 알려 달라고 했다. 곧바로 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렸지만 대부분 위급환자인데도 못 받는다고 했다. 겨우 받아준다는 곳이 한 군데 있었지만 PCR 검사를 먼저 하고 4시간 후 음성으로 확인되면 치료하겠단다. 이게 무슨 소린가. 호흡이 곤란해 잠시도 버티기 어려운데 4시간을 기다리다간 죽을 것 같았다. 다급한 마음에 일단 구급차에 있는 산소호흡기를 쓰려고 구급차로 다가섰다. 그런데 구급대원이 PCR 음성 증명을 하지 않으면 구급차에 탈 수 없다며 거절하는 것이었다. 구급대원이 그럼 여기 뭣 하러 온 건가! 곧 숨이 멈출 것만 같았다. 그때 고맙게도 실랑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청년이 병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역시나 병원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PCR 음성 증명이 없으면 들여보낼 수 없다면서 내일 낮에 와서 PCR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맥이 탁 풀리면서 이대로 죽는다면 그냥 집에서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데려다준 청년이 병원 한 군데만 더 가보자고, 거기서 안 되면 그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다행히 그곳에서는 선처치 후 PCR 검사를 하게 해줬고 산소호흡기를 달아줬다. (중략) 나는 곧 70세가 된다. 살만큼 산 마당에 더는 참고 눈치 보고 싶지 않다. 이 비극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어처구니없는 방역 정책을 만든 정신 빠진 관료들의 옷을 벗게 하고 말겠다."
이에 앞서 14일에도 '마야부인(摩耶夫人)'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상하이 사람의 인내심은 이미 극한에 달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상하이 봉쇄 후 시민들의 참상과 비합리적 방역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는 내용이었죠. 역시 곧 삭제되고 말았지만 게시물은 당일 2000만회 넘게 읽히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정치적 배경 짙은 '제로 코로나' 집착…상하이서 '1대 14억' 이라는 은어도 나와
중국에서 상하이는 여러모로 최고지도부 공관 '중난하이(中南海)'가 있는 정치수도 베이징의 대척점에 있는 도시로 불립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의 조차지였던 데다 오래전부터 해외와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보니 스스로 기질상 베이징보다 서구를 가깝게 느낀다는 상하이인들도 있습니다. 상하이는 '태자당' 출신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는 '상하이방'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상하이에서는 봉쇄 조치와 관련해 '1대 14억'이라는 말도 등장했습니다. 제로 코로나에 14억 중국인이 반대해도 중난하이에 군림 중인 단 한 명의 황제가 추종하고 있는 상황을 비꼰 은어입니다. 많은 이가 회의를 느끼고 있음에도 바뀌지 않는 건 일견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에 있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도 유사해 보입니다.
한편 예상대로 시 주석은 지난 21일 개막한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역 방침을 고수할 것을 암시했습니다. 사실 그의 의중은 지난 10일 포럼을 앞두고 사흘간 하이난을 시찰할 때 "정교한 기준으로 '칭링'을 고수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한시 빨리 억제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유지 배경에는 올가을 당 대회 때 기존 관례를 깨고 3연임을 맞이하는 시 주석의 정치적 상황이 거론돼왔습니다. 새 임기를 안정적으로 시작하고 싶은 그로서는 자신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어필하고 싶을 겁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 엄청난 희생자가 나온 데 반해 '중국식 방역'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 백서'까지 내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더구나 제로 코로나 봉쇄는 시 주석이 직접 지시하고 다그쳐온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가 도입한 위드 코로나식 정책 전환은 시 주석과 지도부로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져 자칫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허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올 세계 경제 '최대 리스크' 中 제로 코로나 향방
중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8%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봉쇄가 본격화한 3월부터 소비지표 등이 빠르게 악화하는 모습이 나타나 시장에서는 상하이 봉쇄가 이어진 4월 GDP는 3%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봉쇄가 계속되는 한 올해 목표치 5.5% 달성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중국의 문제가 중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수많은 외국 기업이 몰려 있으며 중국 전체 GDP에서 25%를 차지하는 중국 최대 물류 중심지 상하이의 봉쇄는 세계 경제에 물류 대란과 인플레를 부추기는 최대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월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세계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 제로 코로나의 향방을 꼽은 바 있습니다. 중국의 방역 상황이 전 세계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설령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한다해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들이 그랬듯 중국도 일정 기간 의료 대란 등 단기 후폭풍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나타났던 직장 내 결원 문제와 생산력 저하, 의약품 부족과 의료 대란이 불가피할 겁니다. 의문시되는 중국산 백신의 효과는 또 다른 변수이고, 중국인들에 의한 전 세계 의약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코로나 진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동안 권위주의 체제다운 정책으로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평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집권 후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길목에 서 있는 시 주석의 입지는 흔들릴 것이고 불만은 공산당을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치솟는 실업률과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심상치 않은 물가는 지금까지 경제적 반대 급부를 이유로 억압적 체제에 순응해왔던 민심을 근본적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어느때보다 고조된 지금 전 세계 이목이 2년 전처럼 다시 중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2/04/3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