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날을 이어가고 싶다
설날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날이다. 따라서 차례를 지내며 산소를 참배하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 간의 유대와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설날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설날에 가족이 모이는 것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이날은 세대 간의 소통과 전통의 전승은 물론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표현하는 날이다.
그래서 이날에는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며, 함께 전통 음식을 만들고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다. 이러한 활동들은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또한, 설날은 새로운 해, 새로운 시작과 변화, 희망을 품는 날이므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가족과 함께 한 해의 소망을 나누며, 서로에게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
설날은 또한 한국 문화의 전통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통 음식, 의복, 민속놀이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적 공감을 유지할 수도 있다.
중요한 키워드는 조상숭배
설날 가족이 모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조상숭배이다. 차례를 모시고 성묘를 하고 축문을 통해 조상의 업적을 기린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 이면에 설날이면 걱정되는 일도 한두 가지 있다.
-노부모들의 제수 준비, 아들 며느리의 귀성 전쟁, 며느리의 애환, 결혼 진학문제 거론, 노부모 건사 문제로 인한 형제간의 이견, 재산문제 등등.
명절을 아름답게 맞고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첫째, 노부모의 제수 준비 최소화
80대 부모가 명절 준비하는 일도 흥겨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기본적인 차례상 준비만 하는 것이다. 떡국, 과일, 가공된 어육 약간, 제주 등 설날 아침 조상님의 영정을 모시고 참례 가능한 자녀와 조촐한 차례를 올리는 일이다. 이날 아침 모든 가족이 모이지 않는 것이 요점이다. 만약 미리 찾아온 자녀가 있으면 그 애들과 차례를 모신다.
둘째, 자녀들의 귀성일을 초하룻날(설날)로 잡는다.
이렇게 하면 좀 늦더라도 귀성 열차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고, 승용차로 오더라도 조금은 덜 밀리니 저녁 5시까지는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아들들은 처가에 들러 올 수도 있으니 며느리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다. 딸들도 시댁의 행사에 참여한 후 늦게라도 올 수 있으니 친가나 사돈 간에도 무리가 없다.
문제는 사돈 댁에도 이런 방법을 활용한다면 가족 모임이 성사되기 힘들다. 따라서 상황을 잘 살펴서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자식들의 부담 해소와 덕담 나누기
차례상을 며느리가 준비하지 않으니 부담이 없다, 며느리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시부모에게 무슨 불만이 있을까.
초하룻날 저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합동 세배를 올리고 음식을 나누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합동 세배는 세대별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들딸 내외의 세배. 한 해의 포부가 성취되기를 당부하는 짧은 덕담과 세뱃돈.
손자녀들의 예쁜 세배. 공부보다는 친구 잘 사귀라는 짧은 덕담과 세뱃돈.
노인들은 잔소리가 많으니 이때 잔소리에 blake를 걸어야 한다.
온 가족이 한자리를 만들었으니 저녁 만찬. 술과 안주로 흥을 돋우고 각자 준비한 특별한 음식을 나눈다.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고 즐거운 이야기만 하기로 한다면 금상첨화.
넷째, 결혼 문제, 진학문제(학업 문제)는 일체 거론 하지 않기로 한다.
자신이 스스로 결혼이나 진학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는 문제는 별개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대하여 집안에서 심하게 거론한다면, 청소년들은 반감을 갖게 되고 가족애까지도 잃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다섯째, 가끔 불만이 터져 나올 법한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부모가 정리하여 유언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술 기분에 입 밖에 내는 자녀가 있겠지만 부모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선언해 두면 다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재산이 별로 없으니 분배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 회갑, 70 칠순, 80 산수를 맞으면서 반복적으로 유언장을 대신하여 문서로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해 두었다.
여섯째, 성묘는 초이튿날로 정한다.
그믐날이나 설날에 공원 묘원을 향하는 참배객이 넘쳐 교통 체증이 심하다. 설날 전에 부모가 조상의 산소를 둘러보고 정리를 해 둔 다음, 초이튿날 합동 참배를 한다면 조상을 숭배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거니와 귀성과 귀경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성묘 후 자녀들은 미리 예매한 열차편으로 자유롭게 귀경할 수 있으니 번거롭지 않을 것이다.
성묘가 끝나면 귀경할 자녀는 환송하고 남은 가족은 집에 돌아와 점심때까지 윷놀이로 흥을 돋운다. 이는 우리 민속놀이이니 권장할 놀이이기도 하거니와 윷을 던지고 윷판을 운용하는 재주도 부리면서 박장대소 즐겁다.
<부연>
설날 가족 모임은 중요합니다.
조상 숭배, 부모 공경, 형제 우애, 가족 화합을 다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방법을 몇 가지 짚어보았습니다.
우리 집의 형편도 위에 열거한 내용과 걸맞아서 올해 설날은 아내와 의논하여 간소하면서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진행해 보았습니다.
위 방법들은 올해 내가 행해 본 경험을 토대로 열거한 것이니 혹여 비례(非禮)로 여기신다면 그냥 지나쳐 주시기 바랍니다.
(2024.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