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구꽃이 담뿍 피었다 🌸
ㅡ봄날의 서정
농사의 시작이다
대파ㆍ상추ㆍ당귀를 심었다
예년보다 조금 빠른 시작이다
작년에 푸지게 달렸던 살구나무는
올해도 꽃이 풍성하다ㆍ
아이 주먹만한 살구를 먹을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괸다ㆍ
머잖아 실컷 먹겠지ㆍ
텃밭은 기온이 높으니 제천밭보다
계절이 훨씬 앞선다
작년에 심은 앵두나무 두 그루
텃밭은 꽃을 피웠는데,
제천밭 앵두는 아직도 눈조차
틔우지 않고 있다
훨씬 느림보다🐌
어제는 텃밭,
오늘은 산속의 한밭에서 흙을 만진다
비닐을 거두고
곤드레를 심었다ㆍ
바람이 많이 불어 일하기에 힘들다
먼 산에 붉은 것들이 윙크한다ㆍ
진달래가 문득문득 피어 봄을 재촉한다 ㆍ휘리릭 부지런한 새들이 비상하며 산과 산을 건넌다ㆍ
흙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느낀다ㆍ
노동이 힘든 만큼
영혼의 기쁨은 비례한다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ㆍ
나무들의 합창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흙속으로
들어갔다 ㆍ거름이 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ㆍ
이곳은 고추를 심고,
저곳은 야콘을 심자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데, 해가 정수리에 있다
냉이와 쑥을 뜯어가야지ㆍ
충주에는 냉이가 꽃을 피워서 이제는
먹을 수 없는데, 이곳은 지금이 적기다ㆍ겨우내 땅속에서 자란 뿌리가
젓가락 길이 만큼 길다ㆍ
뽀얗고 하얀 뿌리가 달큼하다ㆍ
냉이를 캐는 만족감은 아이들 수업을
하며 소통하는 것보다 크다ㆍ
멀리서 바라보면 이랑 한 골이 짧아보이는데, 비닐을 걷고 잡초매트를
걷으려니 참 길다ㆍ
깨끗하게 걷고 나면 고운 흙이 보시시 드러난다ㆍ수분이 적당히 섞인 마
사토는 참 부드럽다ㆍ
두 손으로 흙을 만져본다 ㆍ
고운 밀가루의 감촉이라니!
도라지밭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ㆍ푹신한 덤불아래 고운 흙의 감촉이 따뜻하다ㆍ맑은 봄하늘에 버드나무 가지가 연두빛 가지를 드러내고 바람이 지나갈 때 마다 춤을 추듯 흔들린다ㆍ
봄햇살이 얇은 이불이 되어 온몸을
덮는다ㆍ과일나무 전지를 하던 남편이 빙그레 웃는다
고요와 봄의 한복판에
있으니 가슴이 설렌다
냉이를 캐며 호미를 쥔 손이
춤을 춘다
흙은
나무는
심장을 뛰게 하는 마법사이다ㆍ
2023.6.26 일요일
첫댓글 자연속의 아름다운 정경!
다시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