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 이들 - 무지개, 봉봉, 고슴도치, 은하수
칼국수^^
칼국수를 참 좋아한다. 어릴 적, 엄마가 동네 국수집에서 - 그때는 국수가게에서 직접 국수를 만들어 가게 앞에 널어놓고 팔았다. - 약간 축축한 칼국수를 사와 걸죽하게 끓여주면, 참 맛있게 먹었다.
별 재료 안들어가도 멸치육수에 대파만 들어가도 맛있는 칼국수.
그 좋아하는 칼국수를 789아이들과 함께 먹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무지개를 만났다. 공양간에서 함께 하려고 왔단다.
공양간에서 좀 있으니 봉봉이 왔다.
봉봉이 칼국수 반죽을 하냐고 물었다.
나는 칼국수를 샀으니 육수가 끓으면 넣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반죽하고 칼질할 엄두가 안나서 예전 생각하며 젖은 국수로 나와있는 것을 샀다.
겨우내 우리집 피아노 위에 놓여있던 늙은 호박을 가져왔다.
작년에 뒷집에서 넝쿨이 우리집으로 뻗어와 큰 것이다.
몇 통 더 있었는데 나머지는 모두 마당에서 썩는 운명을 맞았고 이 호박만 우리에게 왔다.
무지개와 봉봉이 껍질을 까고 얇게 썰었다.
일부는 칼국수 국물에, 나머지는 나물로 쓸 것이다.
육수를 올리고 쪽파를 뽑으러 무지개와 봉봉이 나갔다.
좀 있으니 파를 한아름 안고 왔다. 와 많다.
밭을 뒤집으면서 심어져있던 파를 한쪽으로 뽑아 놓은 것을 가져왔단다.
좀 말라있는 것을 보니 뽑은지 좀 된 것 같다.
많기도 하거니와 잔 것들이 꽤 되어서 오후까지 다듬겠다 싶었다.
두 사람이 파를 까는 동안 도토리묵가루를 찾아 6배의 물을 넣고 잘 섞은 후 불에 올려 젓기 시작했다.
십 분쯤 저은 후 봉봉과 체인지했다. 봉봉은 커피를 많이 볶아봐서 젓는 것은 자신 있다고 하신다.
그 뒤로 봉봉의 불나는 젓기가 장장 한 시간을 계속했다. 중간에 다 된 것 같으니 그만 하셔도 된다고 하였으나 많이 저어야 맛있지 않냐며 줄곧 계속 저었다. 너무 오래 하시는 것 같아 말리다시피 불을 끄고
사각스텐바트로 옮겨 담았다. 내일은 아주 쫄깃한 도토리묵을 맛볼 수 있다.ㅎㅎ
12시쯤 되니 은하수와 고슴도치가 왔다. 오후에 수업이 있단다.
고슴도치도 파다듬기에 동참했다.
오늘부터 3일간 이태수 화백이 우리 아이들에게 세밀화지도를 해주셔서 점심시간이 좀 바뀌었다.
오늘은 12시 반이다.
3인분짜리 8봉지를 끓였다. 삼중솥 큰 것과 작은 것 해서 두 솥을 끓였다.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다먹었다.
역시 밀가루음식은 늘 인기만점이다.
학생들이 뒷정리하는 동안 파를 다 다듬었다.
고슴도치는 집중력이 놀랍다. 일을 붙들면 딱 몰두해서 마무리까지 마친다.
무지개가 건파래를 잘게 찢어 데친 쪽파를 넣고 맛나게 무쳐놓았다.
호박나물까지 뚝딱. 무지개는 소리없이 일을 뚝딱 뚝딱한다.
청소도 뚝딱뚝딱한다. 두 시에는 나가야한다며 그 안에 최대한 많이 하려고 애썼다.
봄배추를 다듬으며 현보를 기다리는데 솔비아빠가 내일 아이들이 먹을 모닝빵을 들고 오셨다.
차 한잔 하시라고 권했지만 바쁘시다며 서둘러 나가신다.
원래 오늘은 모닝빵하는 날이 아니었는데 어제 모닝빵을 말하자 바로 만들어주시겠다고 하였다.
여러 천사들이 와서 오늘도 수월하고도 즐겁게 공양간살이를 했다.
고맙고 또 고마운 날이다.
내일은 책모임과 함께 하게 되는날.
모임을 좀 일찍 마치고 모임원들과 11시 무렵부터 점심밥모심을 같이 준비하기로 하였다.
기대된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3.25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