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꽃
공미
저마다 하늘 쳐다보며 구부린 세월
육 남매 시시각각 다르게 피었다
넷째 있어도 없는 듯
골목 끝 날아온 돌멩이 하나
맞은 앞머리 찢어진 상처, 엄마
된장 발라 흰 붕대로 돌돌 처매주었다
그 아픈 흔적 당신 짊어지고
하늘로 떠난 후, 내 머리에는
맨드라미꽃도 피지 않았다
당신 빼닮은 세월의 짐 진 어깨
밤새 꿈자리 사나워
선 걱정 싸매고 조아리는 온종일
별수 없이 데칼코마니 生 되어버린 걸,
-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다짐은 차곡차곡 이부자리처럼 개었는데 ……
이 봄날 아침, 이상하게도
내 안에 활짝 핀 어매의 맨드라미꽃
그 장맛, 새카만 지렁, 누런 된장이 생각난다
공 미 시인의 시, 「맨드라미꽃」을 읽습니다. ‘맨드라미꽃’은 닭의 볏과 닮았습니다. 수탉을 연상하게 하는 꽃입니다. 옛날 시골집에는 장독대가 있었습니다. 장독대는 정지(부엌의 사투리)에 딸려 있지요. 정지와 장독대는 엄마의 공간입니다. 그 장독대 주변에 맨드라미꽃을 심었습니다. 맨드라미꽃이 닭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닭이 지네와 벌레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정지 부근에 맨드라미꽃을 심은 것은 그런 벌레들이 장독대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맨드라미꽃에서 엄마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지요. “골목 끝 날아온 돌멩이 하나/맞은 앞머리 찢어진 상처, 엄마/된장 발라 흰 붕대로 돌돌 처매주었다”에서 옛날 시골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골목에서 놀다가 머리를 다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약도 없어 엄마는 아이들의 상처에 된장을 발라 주지요. 그 시절에는 그것이 치료의 전부였습니다. 병원에 가거나 제대로 된 약으로 치료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아마 다친 아이보다 엄마의 마음이 더 아프겠지요. “그 아픈 흔적 당신 짊어지고/하늘로 떠난” 것입니다. 그런 엄마 모습을 보며 자란 시인은 “엄마처럼 안 살 거야” 다짐하였지요. 시인뿐 아니겠지요. 그 시대를 살아온 대한민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어머니가 되고 보니 엄마의 생전 모습인 “데칼코마니 生”인 것입니다. ‘데칼코마니’는 똑같은, 대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더욱 엄마가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맨드라미꽃이 핀 “이 봄날 아침, 이상하게도/내 안에 활짝 핀 어매의 맨드라미꽃”, 엄마가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장독대에 피어있는 ‘맨드라미꽃’은 ‘엄마의 꽃’입니다. 그 엄마의 손길이 담긴 “그 장맛, 새카만 지렁, 누런 된장”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첫댓글 봄비 내리는 오늘.
장독에서 엄마 얼굴만큼 잘 익은 된장 한 주걱에
미나리 부추 넣은 장떡전과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지는 점심입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훌륭하신 해설에 감사드립니다
어릴 적 그엄마를 만난 듯 합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잠시 골목길이 그리워 집니다
고맙습니다♡
시골집에 맨드라미꽃이
많았던 까닭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맨드라미꽃은 기지떡에도 넣어서 먹었지요.😊
교수님 좋은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
새까만 지렁
얼굴까지 선명하게 그려지는
하늘을 담북담아 더욱 맑은 지렁
곰 삭아 익어가는 세월만큼
그리움 한덩이 풍덩이게하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