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만난 막걸리의 ‘부활’
딸기·레몬 막걸리 등 20·30대에 인기…'스타워즈' 캐릭터 막걸리병도 등장
소주·맥주와 달리 전통술로 알려진 막걸리가 최근 딸기·레몬·허브 막걸리 등 “맛”과 “향”을 즐기는 20·30, ‘MZ세대의 술’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사)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막걸리보다 가격이 3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가 인기다. “외관이 일반 막걸리와 달리 고급스러워 특별한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되고 있고 막걸리병을 특이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소장용 목적의 구매 또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프리미엄 막걸리는 딸기·레몬 등 첨가물도 다양하고, 5·9·14도 등 알콜도수도 다양한데 모두 ‘전통주 보틀샵’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들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유통되고 있다. 이중에는 막걸리 병마개가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를 본딴 독특한 막걸리도 있어 소장용으로 인기란다.
전통주 보틀샵에서 선물용으로 구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5종이다(좌). 차례대로 너드 브루어리 너디펀치(5도), 행산성주가 냥이탁주 막걸리 미니(9도), 홀리워터 마크홀리 벚꽃에디션, 온지술도가 온지몬(레몬), 민주술도가 민주허브막걸리(14도)이며 일반 막걸리보다 고급진 외관이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밀양클래식술도가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는 스톰탁주이다.(우) 스타워즈 캐릭터 '스톰트루퍼'와 콜라보한 상품으로 소장 및 선물의 목적에 맞게 특이한 외관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가 젊은층에 인기를 끄는 이유중 하나는 과일맛 나는 술맛이다. 소주나 맥주처럼 향료의 첨가가 아니라 실제 과일의 즙이 들어가거나 과일째로 넣어진 막걸리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는 “올해 겨울, 딸기 막걸리를 마시러 대구에 갔는데 진짜 딸기가 들어간 생막걸리라 그런지 눈도 입도 즐거워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처럼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한 신선함과 과일로부터 오는 단맛이라는 장점만을 모은 발효주이자 담금주 형태의 과일막걸리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요즘 2030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과일 막걸리이다. 대구에 위치한 ‘월랑’의 딸기막걸리는 딸기향료가 아닌 실제 딸기가 들어간 것을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함으로써 과일의 달달함을 느끼도록 한다. 이곳을 방문했던 김모씨는 과일 막걸리에 한동안 빠져 집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유자막걸리도 자주 마시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장수막걸리(주) 관계자는 “20·30세대는 기성세대의 틀을 벗어나려고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향’이 있고 ‘맛’이 있는 막걸리의 선호는 소주와 맥주를 중점으로 소비하는 기존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그들만의 생각과 주장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들과 다르면서도 가심(心)비를 충족시키기 좋은 막걸리에 열광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과일 맛에 취하는 막걸리의 매력 뿐 아니라, 막걸리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에도 부합한다. 막걸리를 전용 양은잔에 따라 마시는 감성은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를 포착한 막걸리 취급 요리주점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기도 나날이 치솟는 추세이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김모씨는 “요즘 레트로 감성이 인기지 않냐. 막걸리를 양은잔에 따라 마시면 재미가 있고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 이런 경험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늘어 일부러 막걸리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막걸리가 가게에서 파는 다양한 안주들과도 조합이 좋다는 20대의 막걸리론을 펼치기도 했다. “안주와 술이 어울리는가도 매우 중요한데 막걸리는 감자튀김과도 어울리고 여러 안주들과의 궁합이 맞다”고 말했다.
레트로 감성의 식탁과 양은 막걸리잔이 제공되는 춘천에 있는 막걸리 음식점 ‘청파동’이다.
김모씨는 막걸리가 전은 물론이고 감자튀김과도 의외로 맛이 좋다고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수육 및 탕류의 안주와 막걸리를 함께 먹는 또래들도 가게에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막걸리의 인기는 이미 지난 202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온라인상에 ‘막걸리’ 검색어도 이때부터 급증한 것을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도 알려주고 있다.
탁주 출고 현황과 2030세대의 막걸리 검색어 트렌드 데이터이다. 2020년부터 막걸리 출고 금액이 증가한 것(좌)과 나란히 온라인 상에서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도 이 해부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우) <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2, 2021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좌),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데이터랩(2016.1.1.~2023.4.27)(우); 그래픽= 김윤아 대학생기자]
기성세대의 틀을 벗어나려는 MZ세대의 지향이 과일맛 나는 막걸리와 만나 ‘프리미엄 막걸리’를 주류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했다.
지난 2021년, ‘막걸리 빚기’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내달 12일부터는 여러 가지 막걸리를 접할 수 있는 막걸리 엑스포(이하 막스포)가 열릴 예정이다.
‘스톰탁주’의 온라인 구매 후기이다. “패키지가 마음에 들어 구매했으며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가 다양한 문화콘텐츠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김윤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