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았습니다.
이른 아침 배움터에 들어서니 새옷을 입은양 정갈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주말동안 수고하신 손길들이 곳곳에 숨쉬고 있네요.
파쇄기를 반납하시려 일찍 배움터에 오신 낙안 금산마을 농부님도 고맙습니다.
요즘 사랑어린마을배움터가 스물살을 맞아 낡은 옷들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었으니 그에 걸맞는 옷차림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아침에는 어린 동무들이 손길을 보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어른 동무들이 수고해주셨네요.
어린 동무들과 일을 해보면 참 신기하고 놀라운 모습들이 많아요.
어린 고사리 손이 얼마나 야물고 매운지도 느끼고, 하루하루 일을 하는 모습들이 여물어가는 것도 놀랍지요.
뇌과학에선 만 2세까지 모든 뇌조직이 연결을 마치고 나이가 들수록 그것들을 정리(연결을 지우는)하는 과정이래요.
그러니 일이든, 관계든 모든 것들이 어린 시절부터 발달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살아보니 그것이 맞겠구나 생각할 때가 많아요.
오늘은 동네한바퀴를 하는 날입니다.
와온공원에 모여 '사랑어린 사람입니다' 밝게 인사를 나누고 와온길, 용화사, 논길을 통해 배움터에 들어왔네요.
높고 깊은 가을 하늘과 온몸을 감싸는 바람을 벗삼아 걷는 이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네요.
만나는 마을 어르신께 추석 잘 보내시라 인사 드리니 홍시를 주시고, 용화사 스님께도 인사드리니 포도와 멜론을 주시네요.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얻는 선물이 참 많네요.
논길을 걸어서 우리 논에 이르러 마음모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벼들과 이별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오랜 시간 수많은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튼튼하게 자란 이들이 곧 베어지겠지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며 '옴~'을 읊조렸어요.
이렇게라도 연결된 생명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요.
걷기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가벼운 나무옮기기를 하고 다함께 밥모심을 했습니다.
홀로 걷는 것과 함께 걷는 것이 다르거든요.
함께 하기위해선 많은 것들의 배움이 따라오지요.
다함께 밥모심을 그러합니다.
이번 시간엔 되도록이면 침묵이 밥모심을 할 수 있도록 몸짓을 해봅니다.
쉽지 않지만 함께이기에 배움이 가능하고, 함께이기에 우리의 몸짓이 천천히, 조심스레 움직여집니다.
오후에 초등 동무들은 몽피선생님과 그림을 그리고
천지인, 마을인생학교 언니들은 나무 옮기기 작업을 한차례 더하네요.
명절을 맞이하기 전에 온 식구들의 수고로움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초동 동무들은 집으로 가고 나머지 식구들은 농사를 짓습니다.
배추밭의 풀을 긁어냅니다.
그리고 논에서 선생님과 후마는 피도 뽑습니다.
마무리로 벌레들을 쫓는 약을 합니다.
더위가 사그러드니 일하기가 참 좋네요.
일을 마치고 선생님이 사주신 아이스크림과 삶아오신 닭으로 신나는 새참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도 참 그득하지요.
하늘이 주신 놀라운 하루를 우리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그곳엔 수많은 상황들이 켜켜히 쌓여있는데, 그들을 통틀어 '고마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의 많은 상황들이 별탈 없이 마무리 되었으니요.
싱그런 햇살과 바람만큼이나 좋은 날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하게 마무리 하시길요.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