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부산대 고현철 교수'관련 성명 발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 mingyo@chol.com
고현철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 유지를 받들겠습니다.
2015년 8월17일, 우리 대학사회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고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누구보다 귀히
여기시던 부산대학교의 고현철 교수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것도 투신이라는 절박한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대학에서,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심각한 정도로 망가졌는데 대학과 사회 전반이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무디어진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희생을 감당하겠노라고 고인은
말씀하셨습니다.
고현철 교수께서는 국가정보원 사태 등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 상황을 바로잡고자,
그리고 민주주의와 진리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말살시켜온 대한민국의 대학정책을 바로잡고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습니다.
대학교수가 죽음으로써 민주주의를 살리고자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하고 중차대합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대한민국 교육부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학통제를 더욱 강화시켜왔습니다.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의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진리탐구와 비판적 사고를 추구하는 대학의 근원적 기능마저도 현격히 훼손해 왔습니다.
특히 국립대학에 대해서는 ‘선진화’라는
허구적 명분을 들이대면서,
알량한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민주적 공동체를 뒷받침하던 총장직선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부정에 대해 대학공동체는 저항하고 그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반교육적, 반학문적
폭력을 자행해 왔습니다.
고현철 교수님께서 근무하시던 부산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직선제를 지키기 위해 교수회 김재호 회장은 12일에 걸친 단식 끝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강제와 폭력 앞에서 총장 등 학교 당국은 교수들의 요구에 대해 요지부동이었고,
부산대학교의
교수님들은 아무 말도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벽을 대하는 무력한 절망감을 느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고현철 교수님께서 처절한 결심을 하시게 된
이유입니다.
이 사건은 결국 민주주의와 대학의 본질을 파괴해온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현철 교수님께서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반드시 민주주의를 살리고 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고현철 교수님의
죽음은 부산대학교만의 일도, 총장 직선제에 관련된 일만도 아닙니다.
고현철 교수님의 뜻은 학문정책도, 중장기적 고등교육정책도 내팽개친 채,
대학을 맹목적 경쟁체제로, 반교육적 평가체제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폭력적 대학정책을 중단할 것을 엄히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부의 통제 하에 있는 국공립대학은 물론, 폭력적 대학평가를 통해
강제적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는 사립대학 전체의 문제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규 교수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위기에 언제나 방치되고 있는 비정규 교수들의 문제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진리를 탐구하는 진정한 대학공동체를 되살리고,
그리하여 사회와 대학이 바로 서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올곧게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곧 고현철 교수님의 유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선제적으로 싸우지 못한 점을 반성합니다.
고현철 교수님의 유지를 받들어 교육부의 폭력적 대학정책을 중단하고 대학의 민주주의와 학문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하기 위해 전국의 교수님들과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삼가 고현철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5년 8월 19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송주명, 김서중, 양해림, 서유석, 이광수, 서울지회장 장시기, 인천/경기지회장 조돈문, 강원지회장
손미아,
충북지회장 조 상, 대전/세종/충남지회장 이왕기, 전북지회장 윤찬영, 광주/전남지회장 김성재,
대구/경북지회장 나인호,
부산/울산/경남지회장 배재국, 제주지회장 윤용택
http://www.professornet.org/
첫댓글 대학이 먼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그 다음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회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