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불허 속 ‘춘천퀴어문화축제’ 열려
14일 춘천의암공원서 운동회·공연 등 개최…온라인 지지·혐오 반응 공존
지난 2년간 잇달아 열렸던 춘천퀴어문화축제를 올해 춘천시가 불허했으나, 지난 14일 주최측이 “행정조치도 감수하겠다”며 행사를 진행했다.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이날 춘천의암공원에서 ‘퀴어가 힘이 넘치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한 이날 행사는 ‘소양강 퀴어운동회’, ‘허리케인 김치’의 공연, 퍼레이드 등이 이어졌다. 행사장 일대에는 경찰 기동대가 배치되고 축제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도 있었으나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당초 지난달 1일 춘천시는 춘천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의 의암공원 사용을 “녹지 공원법 위반”과 “주민 민원”을 이유로 불허했다. 시에 따르면, 축제에 대한 거부 결정은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의암공원 사용을 위해서는 시 녹지공원과와 여성가족과의 허가가 필요한데, 지지난해와 지난해 각각 녹지공원과, 여성가족과가 장소 사용 거부 결정을 내렸지만, 주최즉은 해당 부서의 거부 사유를 피해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녹지공원과와 여성가족과가 모두 장소 사용 거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의암공원내 개최가 어렵게 된 것이다.
녹지공원법 제49조,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가 장소 사용 불허의 이유이다.(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녹지공원과는 녹지공원법 제49조,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금지’ 항목을 들며, "지난해 축제에서 상행위가 적발된 바가 있어, 이를 이유로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해당 축제가 주변 주민, 특히 청소년의 정서를 해칠 염려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며 또 다른 거부 이유를 밝혔다.
여성가족과는 의암공원의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한 사유에 대해 민원과 더불어 "해당 무대는 공익, 특히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인데, 축제는 이러한 목적과 부합하지 않기에 장소 사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의 공원 사용 거부 결정에 대해 퀴어문화 지지자들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춘천 한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재학중이며, 일명 '마이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구민영(23)씨는 교내 성소수자 소모임 '이웃'의 모임장이다. 구씨는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린 ‘연대발언문’을 통해 이번 장소 사용 불허를 규탄했다.
소모임 '이웃'이 '에브리타임'에 공유한 연대발언문이다. 장소 사용 불허에 대해 규탄하며,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의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구씨는 춘천시의 장소 사용 거부에 대해 "단순 민원 등을 이유로 장소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적 행정"이라며, "1년 중 단 하루,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날인데, 이것이 어떻게 일반 시민들의 정서를 해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행정적 차별에 대해, 교내의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이 혼자가 아니라 연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구씨의 글에 대한 지지와 성소수자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반응들도 목격됐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성소수자들의 ‘퀴어문화’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 반응들도 존재한다. 지난달 초 춘천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의 의암공원 장소 사용 불허를 알리는 기사에선 "퀴어 축제는 축제가 아니라 성중독자 만들자는 행사나 다름없다", "더 이상 동성애와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등의 혐오 발언을 볼 수 있다.
모임 '이웃'의 연대발언문도 예외는 아니다. '에브리타임'에 공유한 '이웃'의 연대발언문에는 성소수자들을 “불량품”으로 부르는 등, 혐오의 댓글이 올라왔다.
소모임 '이웃'의 '에브리타임'에 공유한 연대발언문의 댓글 반응이다. 좌) 성소수자에게 '불량품'이라며 멸시하는 글이 보인다. 우) 성소수자들의 의견에 존중을 표하며, 연대발언문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씨는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이미 수많은 방식으로 오해나 편견, 그리고 혐오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왔지만 여전히 무조건적인 혐오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구씨는 그러나 "이런 노력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며 "공개적으로 연대나 지지를 보내기 힘든 것을 알고 있지만, 작은 지지의 댓글, 더 나아가 퀴어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