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
국가나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하나는 정치권력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권력’ 이 아닐까 싶다. 그 두 힘은 서로 견제하거나 상보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고, 한 쪽이 다른 쪽을 억압하거나 무너뜨릴 수도 있다. 가령 절대적 정치권력을 가진 독재국가에선 문화 권력이란 아예 발을 붙이지 못 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호하는 어용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반대로 정치권력에 저항하던 문화권력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할 수 도 있다.
반공과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건국한 대한민국의 제 5공화국까지는 문화권력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산발적 저항활동이 없지는 않았지만, 정치권력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용납 되지는 않았다.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른 공산주의자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비약적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체제와 노선을 지켜온 까닭이었다.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정치권력의 탄압을 받고 위축되었던 반체제 운동권 세력들이 힘을 얻어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 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세력을 형성해 갔다. 그들은 그동안 반체제운동을 해온 만큼 생태적으로 좌성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 노동계, 언론계, 교육계 등과 합세해서 몇 번이나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다.
언론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조우석은 자신이 저술한 ‘좌파 문화권력 3인방’ 이란 책에서 1980년대 이후 문화권력을 주도해온 3인방으로 리영희와 백낙청, 조정래를 꼽았다. 교수이자 언론인 리영희는 ‘우상과 이성’ , ‘전환시대의 논리’ 등의 저술활동을 통해서 반미주의와 친북·친중의 이념적 잣대로 현대사를 재단하여 대학가와 청년층의 좌경화(의식화)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해온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백낙청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 을 이끌며 대한민국 문학과 지식인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평론과 시민운동을 통하여 북한의 세습독재 체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대한민국의 성취와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대는 좌편향 행보를 해왔다. 한편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으로 이어지는 대하소설을 통해 역사적 본질을 계급투쟁과 반외세 민족주의라는 틀에 끼워 맞춤으로써 우익과 대한민국 체제는 철저히 부정적으로, 좌익사상은 상대적으로 정당하게 묘사하는 좌편향적 역사인식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체제는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한 민주공화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다. 또한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되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방지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종북·친중 용공주의자들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균열이 가고, 삼권분립과 법치도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에는 바로 그 ‘문화권력’ 에 휩쓸렸던 지식인들과 그들에 동조하는 각종 매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가 한 쪽으로 너무 기울어졌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문화권력을 추종하는 레거시미디어들에 대항하는 유튜브 같은 신종 미디어들 부상도 나라가 균형을 잡아가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이 강풍이나 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대표적인 장치를 동조질량감쇠기(Tuned Mass Damper)라 한다. 바로 그런 역할이야말로 문화권력이 해야 할 일이다.
2026. 7. 14. < 경북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