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인데도 강주 연못을 찾는 꼬마 신사, 숙녀 분들이 늘어갑니다. 연꽃도 보고 짝지와 오붓하게 눈장난도 할 수 있고, 헛!헛!헛!
피서지문고를 설치하여 책을 볼 수 있다는 소문에 유치원 친구들이 하루에 서너 팀씩 다녀갑니다 많은 날은 여섯 팀도 다녀가고.
강주연못엔 연꽃이 조금이라도 사이를 주는 곳엔 마름, 물달개비, 물옥잠, 사마귀 풀, 생이가래,동방사니,개구리 밥 등 많은 수생 식물들이 아우성으로 자라고 물방개며 개구리 물뱀 논 병아리, 물닭 등 참 많은 동,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팔월 초 아흐레. 팔월 아홉 날의 연꽃이 피고 있습니다. 피서지 문고를 시작한지 어느새 열흘의 날들이 흘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연 봉우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누리에 햇살이 내리기 전, 아침 이슬에 젖으며 연꽃은 만개합니다. 아이들이 책 보다 먼저 풍선을 찾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마음을 다잡고 올림픽이 있는 로마를 향해 부풀어진 풍선을 잡습니다. 불어주기 바쁩니다 아이들은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고 무리를 지어 옵니다.
옷 색깔도 가지가지 신발도 가지가지 풍선 색깔을 고르는 것도 가지 가지 입니다.
알록달록한 동심의 아름다운 세계를 볼라치면 문득 옛날이 사무치게 그립기도 합니다. 헛! 헛! 헛! 그 와중에 책을 읽는 학생들이 있지요 중학교 2-3학년인데 책도 읽을 겸 연꽃도 볼겸 그리고 중요한 것은 봉사도 할겸 온거랍니다.
오전 10시 30분경 11시경 두 아이들이 와서는 봉사하면 안될까요 묻기에 참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물었더니 책을 많이 읽는 다고..
두말 없이 이 아이들은 논술도 만점일 테고 부모님한테 하는 모습도 안 봐도 비디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생각도 행동거지까지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헛! 요놈들 거기는 동네 할부지들 앉아서 땀 식힐 자린디... 아이들 뒤 쪽으로 할부지 한 분이 위태하게(?) 앉아 계십니다.
헛헛헛 우짜 겠습니까. 땀 식히기 보다야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게 우선이지요.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잠시 고요합니다. 아이들이 1시간여 왁자지껄 같은 소리로 책을 읽거나 떠들다 간 뒤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헛헛헛 쉴 틈이 있습니까. 건너 편에서 연꽃을 구경하던 다른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올망졸망 아이들의 옷 색깔도 유치원마다 다릅니다. 아마 유치원 원장님의 취향이거나 유치원 교사들의 취향이 다르거나. 풍선을 얻을 거라고 줄을 서서 질서를 지키는 모습들이 참 예쁩니다. 뭐 이순신 장군님이 따로 있나요? 풍선이라도 빵빵하게 불어 칼처럼 휘두르니 사방의 적들은 추풍낙엽니다. 고놈 참 칼든 포옴 한 번 구웃(good)입니다. 열 이틀의 강주연못엔 연꽃의 무리들이 더욱 늘었습니다. 며칠 사이 조석으로 약간?제법?시원해 졌습니다.
앞 정자에 자리 다툼하던 동네의 어른들도 논물 보러 가셨는지 줄어 갑니다.
입추를 지나면 개 짓는 소리에도 벼 이삭이 자란다고 하지요.
다들 직장에 다니거나 일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봉사해 주시는 진주시 읍면동 아파트 새마을 도서관 회원, 회장님 정말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여러분의 봉사가 지식 기반도시 진주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고 책 읽는 소리가 골목마다 들리는 도시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열 사흩날의 강주 연못엔 연꽃이 더욱 그리움처럼 늘어갑니다.
잡혀지지 않는 막연함처럼 아름다움 뒤에는 왜 버릇처럼 그리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
함께하지 못하는 옛날의 추억, 모든 것들이 그립고 만날 수 없는 참 아득함 입니다.
연꽃의 향연이 날이 갈수록 진한 색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이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줍니다. 낵타이를 매지말고 엘리베이터 한 층은 걷고 실내 온도는 26도 스위치는 빼거나 단열시키고 씰데없는 전기는 사용하지 말고 그것이 우리의 살 길이고 에코 코리아를 만들어 가는 길입니다. 오늘 봉사를 오신 분들 좀 많았습니다. 오늘은 연꽃이 하도 좋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추억속에 연꽃으로 머물러 있자고 한 컷!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똥한 저를 빼고 전부 선남선녀 미남 미녀입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주딩이? 하이고 큰일 날 소리! 사랑이 가득 담긴 입술이랍니다.
세상 참 혼돈스럽게 변했습니다. 겔럭시 3로 별걸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어플 중 이런 사진 보정기능이 있어서 눌렀는데 헛헛헛 이런 망측스런? 아니 멋진 쉑시 입술이 사진 위에 떠억하니 자릴 잡았습니다.
그리고 파이팅을 한번 해야 한다고. 진주시 35개 새마을 작은 도서관 가족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화이팅!
연꽃을 보며. ---고랑모 박 점주-
오래전 어머님을 봅니다.
바깥바람이 잔뜩 묻은 모습으로 이른 새벽 문지방 너머 조심스럽던 발걸음
'얘야 서울 갈 준비하거라.' '하루만 더 있다가 가던지.'
서울 갈 준비를 하라면서 꼭 하루만 더 머물다 갔으면 하던 어머니!
곧 갈걸 뭐하로 와? 잊지 않으시던 군소리에 아쉽고 섭섭함이 가득한 잠결속에 들리던 목소리
여름 어둠이 걷혀지던 벅시골 찻머리 5시 첫 차를 타고 넘든 잔땡이, 고실곡 고개
모퉁이를 돌아 차가 사라진 한참까지 하염없이, 그다지도 하염없이 서 계셨을 어머니!
세상사의 온갖 고뇌 가난한 오일장을 머리에 이고 넘으시던 고갯길
그 수많은 기다림을, 익숙하지 못하던 그리움을 사립문에 걸어두고 하염없이 이 자식을 기다리셨을 어머니
망연한 세월은 하염없이 가고 이 자식을 객지에 보내고 기다리던 어머님의 나이가 되고
맑은 물이 되어 맑은 영혼이 되어 피어나는 연꽃처럼 오래전 어머님을 봅니다.
..... 이 풍진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정화해주는 연꽃을 보니 오래 전 세월을 달리하신 어머님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엊그제 8월 12일은 어머님의 20주년 기일이었습니다.
연꽃을 보며 걷노라니 그저 이마음 하염없었습니다.
꽃을 유달리 좋아하시던 어머니 오래전 이 자식과 심었던 길모퉁이의 국화는 들꽃이 된지 오래일테고 매미 등 위에도 잠시 머물지 못하는 바람처럼 속절없는 세월에 그저 목이 메였습니다. 들길을 따라 논두둑길을 따라 떠돌던 추억 바람이 불어가니 문득하여 집니다. 하루도 저물어 갑니다 피서지문고 뒤 강주연못의 연잎이 바람에 되집어 집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책을 읽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행복해 보입니다.
며칠 간 모았던 사진들을 정리하여 광복절 아침 얼마 후면 떠날 창가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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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골목길 어귀에 머무는 바람 원문보기 글쓴이: 고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