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배움터 | 3/26 천지인밥상 - 도토리묵,묵은지 된장국/ 돼지고기두부찌개

함께 한 천사 : 소리샘, 수지, 씨앗 장경원 엄마     살림을 한 지 20년이 되었다. 내가 살림하면서 어려워하는 부분이 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리정돈이다. 좋게 보자면 털털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정리정돈을 하려하면 머리부터 약간 멍해지고 몸도 둔해지는 것을 느낀다. 냉장고나 집 주변을 어쩌다 뒤지다보면 맞아 이게 우리집에 있었지하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그러고는 금방 몇 달이 흐른다. 한 사람이 살림하는 가정도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함께 돌보는 공양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리정돈하는 것이 큰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정리정돈이라는 것에 중심을 두다보면 그것이 짐이 되어 스스로를 짓누르기도 쉽다. 정리정돈에 마음을 쓰면서도 스트레스 안받고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수련이다.     지난겨울 배움터 김장때 백김치를 좀 담았었는데, 지난 주에 공양간에 와보니 큰 김치통안에 2포기정도 남은 채 공양간 한 쪽에 있었다. 좀 작은 통에 옮겨담고 큰 통에는 바깥에 있는 김장김치를 담아서 냉장고에 넣었다. 백김치가 많이 시어져서 그냥은 먹을 수 없겠고, 찌개나 국으로 쓰면 그 독특한 맛이 시원하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데가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이 오늘, 된장국을 끓였다. 한 소끔 끓인 것을 맛을 보니 짜기도 하고 건더기도 많아보여 일부를 덜고 멸치육수를 추가했더니 간이 맞는다.나중에 들깨가루도 투척. 많이 남을수도 있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잘먹어서 냄비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 깨끗하다. 감사하다.     아침 9시 반에서 11시까지 책모임을 도서관에서 했다. 아침 준비가 빠듯할 것 같아 한 시간 일찍 와서 준비를 했다. 9시쯤 소리샘이 와서 어제 봉봉이 열심히 저어 만든 도토리묵을 먹기 좋게 썰어주었다. 양이 많아서 시간이 꽤 걸렸다. 육수 올리고 백김치 씻어서 잘게 썰어 된장에 무쳐 놓고 도서관으로 고고!     함께 책모임을 했던 수지씨와 경원엄마가 공양간으로 와서 점심밥모심을 준비했다. 파 다지고, 마늘까고 , 양념장 만들고, 반찬 차리고…. 공양간 안에 냉장고 음식이 자꾸 얼어서 AS도 불렀다.     밥솥을 열어보니 밥에 검정쌀이랑 검정콩이 많이 들어가서 밥이 까맣다. 그런데 아이들이 참 잘먹는다. 먹어보니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돈다. 넉넉히 한다고 했는데 밥이 하나도 안남았다. 감사하다.     뒷 정리 후 두 분도 가시고, 학생들도 수업에 들어가고, 혼자서 사복사복 천천히 저녁 국거리를 준비했다. 오늘은 7시에 밥상모임이 있어서 그냥 계속 있기로 하였다. 백김치 건더기 덜은 것으로 돼지고기 약간 넣고 김치찌개도 끓여놓았다.  세 시에 잠깐 차량샘들도 뵙고, 중간에 도서관에 가서 연필도 깍고 오늘 방과 후 악기수업 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어서 떡도 쪄주고…. 길게 있으니 계속 할 일이 생긴다.  집안 살림이랑 비슷하다.     7시 밥상모임이다. 태연아빠가 찾아오셨다. 오늘이 태연이 생일이라고 태연이 묘에 들렀다고 찾아오셨단다. 사무장님이 운전하여 같이 왔다고 하셨다. 얼결에 밥상모임 자리에 태연아빠랑 병원 사무장님이 동석하셨다. 두 분이서 끝까지 같이 앉아 모임 이야기를 들었다. 태연이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흥쇠고기랑 돼지고기를 좀 가져오셨다고 쑥스러운듯 말씀하셨다. 그래 그 고기로 미역국도 끓이고 돼지고기볶음도 해서 전체가 점심밥모심때 함께 하면 좋겠구나 마음을 모았다.     27일 점심식단이 바뀐다. 미역국과 제육볶음과 낮에 병우씨가 갖다준 시금치로 나물을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