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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
우리나라가 여러개로 쪼개져 있는 지금으로부터 몇천 년이나 먼 옛날, 변한 지역의 작은 마을에 「이아로」라는 남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로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주변 어른들에게 많은 칭찬을 들으며 자랐다. 그의 재주가 어느 정도였냐면 세 살 때부터 돌을 깎을 줄 알았고 다섯 살 땐 동물 모양을 한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색을 입히면 그게 만든건지 살아있는건지 맹안으론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아로가 살던 마을은 고양이를 신으로 모시는 신앙이 있었다. 또 신이 내린 거대한 바위도 있었는데, 해마다 마을에서 성인이 된 사람의 생일에 신이 내린 바위를 일곱 번 돌며 신의 바위가 선택한 특별한 돌로 고양이 모양의 조각상을 깎아 주며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마을의 촌장은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사람들 중 한 명을 뽑아 장인이라 부르며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다. 장인은 매번 행사가 열릴때마다 조각상을 만드는 역할을 하였는데, 섬세할수록 큰 행운을 부른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기 때문에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자연스레 큰 관심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뛰어난 손재주를 가졌던 아로 또한 여섯 살의 어린 나이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촌장의 집에서 행복하게 자랐다.
“할아버지! 오늘은 새 조각상을 만들었어. 마음에 들어?”
“껄껄껄, 꼬맹이 녀석이 이런 것도 만들 줄 알고. 제법이구나, 제법이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아로는 조각상을 내려놓은 뒤, 깨끗한 물이 고여있는 곳으로 가 손을
씻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아 있던 나무 판자를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 저긴 왜 비어있어?”
“이 전열대를 말하는거로구나. 글쎄다. 아직 내 눈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구나.”
“그렇구나. 그럼 이 새 조각상 줄테니까 저기 저쪽 비어있는 돌 위에다가 올려놔주면 안돼?”
“알겠다, 그래, 그래... 자... 이렇게 말이니?”
“응! 헤헤, 이제 심심하지 않고 좋은 걸. 마음에 들어!”
“오냐. 그럼 이제 이 할애비는 중요한 손님들을 마중하러 갔다 오마.”
촌장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문을 열어 나가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로는 머뭇거리더니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천천히 물었다.
“그럼 혹시-”
“껄껄, 오늘은 네가 선물을 주었으니 할 말이 없구나. 좋다. 내가 없는 동안 옆의 언덕에 가서 맘껏 놀아도 좋다.”
“정말?”
“그래, 그래. 금방 데리러올테니 말썽은 피우지 말고.”
“헤헤, 알았어. 하르타 바하나!”
나가도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아로는 뒷문을 열어 언덕의 꼭대기로 단숨에 올라갔다. 이 곳은 아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였는데, 이유는 아름다운 호수와 놓여진 작은 징검다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그를 기다리던 새하얀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라치, 오래 기다렸지?”
“야옹~”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던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아로는 옆에 앉았다.
“야옹?”
“어떻게 오늘도 왔냐고? 헤헤, 할아버지가 맘껏 놀아도 된다고 하셨어! 그럼, 진짜야!”
“야옹, 야옹...”
“헤헤, 마을에 산책을 가고 싶은 거야? 좋아! 대신 너무 시끄럽게 하면 안돼~!”
“아옹!”
신난 표정과 함께 아로와 고양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주변은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거북이가 헤엄치는 소리가 하나의 축가처럼 어우러져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아름다운 자연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은 발걸음을 마을로 옮겼다. 길을 걷는 것도 그들에겐 따분한 일이 아니었다. 아라치는 이따금 호수에 있던 징검다리와 경사로 곳곳에 심어져 있던 작은 나무들을 보며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항상 웃는 표정을 지으며 아로는 하나하나 대답해주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다 폭풍우가 치던 어느 날, 번개에 맞아 보라색으로 물든 거래. 신에게 노여움을 받은거라나, 뭐라나. 후,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운 이야기야.”
“야옹, 야옹.”
“아, 저 나무는 뭐냐고? 저건 소오리나무야. 너무 가까이 다가가진 마! 찔리면 생각보다 아프니까 말이야.”
“야옹, 야옹. 야옹~”
“아하하, 그러게. 도착했어! 여기가 바로 우리 마을의 입구야. 여기서부턴 조용히 해야 해, 알았지?”
어느새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물론 목소리만 작아졌지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었다. 아직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호기심 많은 이 새하얀 고양이는 여전히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아로는 그대로 대답을 해주었다. 유일한 차이점을 구지 찾아본다면...
“-저긴 마을 회관이야. 내가 살고 있는 곳이지 그리고 저긴... 아, 하르타 바하나!”
“하르타 바하나. 어라? 못보던 고양이네.”
“헤헤, 얜 저기 언덕에 살던 애야. 마을을 구경하고 싶데서 데려왔어.”
“그렇구나.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가렴.”
“야옹~?”
“아, 저 아주머니는 우리 마을의 요리사셔. 그런데 이상하네.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좀 남았는데 말이야.”
“야옹. 야옹?”
“하하, 많이 힘든가보구나. 그럼 마지막으로 신의 바위만 돌아보지 않을래? 여기서 이 방향으로 틀면... 저거야. 어라? 왜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있지?”
신의 바위는 하늘에 사는 신이 사람들에게 내려준 것이었으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불렸다. 이곳은 성인이 되는 의식을 치르는 성스러운 공간이었기에 평소에는 아무리 촌장이라 하여도 출입이 금지되는 구역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듯, 지금은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촌장 할아버지도 와 계시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야옹, 야옹.”
“저쪽? 정말이네. 하나, 둘... 여섯.”
“야옹~?”
“응, 저 여섯 분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잠깐 여기서 기다려, 아라치. 무슨 일인지 빠르게 보고 올께.”
아로는 신의 바위 근처에 있는 우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우물 뒷편에 몸을 숨기며 아로는 마을 사람들과 이방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하르타 바하나. 반갑소, 이방인들이여.”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그대들은 어디서 오신 손님들이오?”
“하하, 저희는 저 멀리 북쪽에 있는 부여라는 큰 마을에서 온 기술자입니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재주를 파는 일종의 상인이지요.”
“그렇구려. 그럼 자네들은 무엇을 팔러 왔소?”
“이 마을로 오는 길에 철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았소. 그 좋은 물건이 쓰이지 못하고 있는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 이에 저와 제 형제들이 한 가지 제안을 하나 하려 하오.”
철이라... 아직 살아온 날이 6년 뿐이던 아로에겐 생소한 단어였다. 물론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듣던 마을의 어른들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는건 다를 바가 없었지만.
“우리는 이 철이라는 돌을 이용하여 이 마을 사람들 모두 잘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소.”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당연하오. 이곳 주변엔 마을 사람들이 평생 쓰고도 남을 정도의 철이 있소.”
“잠깐 기다리시오. 좀 더 말하기 전에 그대들이 말하는 이 ‘철’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해주실 수 있겠소?”
촌장 할아버지의 질문에 다른 상인들은 서로를 번갈아 가며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마치 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처음 봤다는 듯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반면 촌장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청년은 침착한 표정으로 잠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촌장과 마을 사람들 앞에게 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보통 돌과 청동보다 단단하다는 이야기. 그리 흔하지 않고 재련하는 방법이 복잡하여 많은 마을들이 아직 이것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어 다른 마을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것까지.
“-이것 말고도 철이라는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훨씬 많소.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오?”
“껄껄, 그렇소. 그대들의 말을 들으니 이 늙은이의 귀가 솔깃하구려. 그 철...이라는 녀석을 이용하여 우리 마을을 번창하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한 기술력이군.”
“하하, 고맙소. 그럼 다시 제안으로 돌아가겠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오.”
“한 번 들어보겠소.”
“이 마을 근처에서 나는 철을 우리가 재련한 뒤 그대들에게 나눠주어 마을의 발전을 돕겠소. 그럼 당신들은 우리가 살 수 있을 정도의 살림을 대주면 되는 것이오. 어떻소?”
“흐음... 한 번 마을 사람들과 상의해보겠소.”
촌장 할아버지는 이방인들과의 대화를 멈춘 뒤,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이방인의 말을 그대들도 들었을 것 아니오? 그대들의 생각을 물어보겠소.”
“저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전 상관은 없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흐음, 내 생각도 저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군.”
촌장 할아버지는 다시 이방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좋소, 그대들을 받아들이겠소. 이제부터 그대들은 우리 마을의 사람이오. 하르타 바하나!”
“하하, 정말 고맙소.”
“일단 먼저 그대들은 회관에서 생활하시오. 재료가 모이면 큰 집을 지어드릴테니 말이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근데 한 가지만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
“그게 무엇이오?”
이 상인은 신의 바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른 다섯 상인들에게 자세히 보라는 손짓을 취했다. 이에 이방인들은 신의 바위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이렇게 큰 철은 처음 보는군.”
“그렇습니다, 형님! 이 정도 크기라면...”
“이 정도만 있어도 이 마을 사람들 모두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양이 아닙니까? 형님, 먼저 이 바위부터 손 보시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로는 귀를 의심했다. 이 이방인들은 매우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신의 바위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것 이었다.
신의 바위를 건드리는 것은 금기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이것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될 일이었다고 아로는 생각하였다.
게다가 예로부터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신의 바위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몰래 부수려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병에 걸려 단체로 죽어버리는 일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고양이 신을 거스르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금기시되고 위험한 것이었다.
‘어쩌지? 이걸 할아버지에게 말해야 하나?’
아로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이방인들은 천천히 신의 바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명은 촌장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한가지만 더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허허, 궁금한게 많구려. 그래, 무엇이오?”
“이 큰 바위는 무엇입니까?”
“신의 바위를 말하는구려. 이건 우리 선조때부터 전해오던 신성한 바위요. 고양이의 신께서 하늘과 땅을 오갈 때 사용하는 통로지. 그런데 갑자기 왜 이걸 물어보시오?”
“그냥 호기심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군. 우선 오늘은 곧 해가 지니, 그대들은 우선 회관으로 가서 날을 보내시오. 내일부터 그대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겠으니.”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가자, 얘들아.”
“네, 형님.”
“넵!”
이방인들은 다시 한 번 신의 바위를 바라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회관이 있는 방향으로 틀었다.
이방인들의 모습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자, 아로는 천천히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촌장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자리를 정리하여 하나 둘 씩 떠나고 있었고, 아라치는 어느새 그의 곁에 앉아있었다.
“야옹?”
“고민되는게 있냐고? 응. 저 사람들이 이 바위를 망가뜨릴까봐 겁나.”
“야옹, 야옹~”
“하지만 난 아직 어린걸...”
“야옹~!”
“헤헤, 네 말이 맞아. 걱정만 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 그래, 한 번 내가 저 사람들을 설득해볼께!”
아로는 잠깐 심호흡을 한 뒤, 아라치와 함께 마을 회관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여러 개의 작은 골목을 지나 회관에 도달할 무렵, 아로는 떠들며 걸어가고 있는 이방인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어두운 밤, 호랑이한테 쫒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리더구만. 그랬더니...”
“잠깐, 누군가 우릴 따라오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구냐? 엥? 그냥 꼬맹이잖아?”
이방인들은 나누던 대화를 멈추며 동시에 아로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로는 무서웠지만 아라치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그에게 작게나마 용기를 주었다.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아로는 이방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신의 바위를 건드리지 마세요!”
“엥? 그게 무슨 소리니?”
“아까 신의 바위를 부숴버린다고 하신 이야기 다 들었어요! 하면 안돼요, 고양이 신께서 노하실거라고요!”
아로가 외치자 이방인들은 그제서야 이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크게 웃으며 그들은 아로에게 오해라고 말하며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얘야, 걱정하지 말거라. 우린 저 바위를 건드리지 않을거란다.”
“절대로 건들면 안된... 뭐라고요?”
“하하하, 신의 바위를 건드리지 않을거래도.”
“그러면 아까 하셨던 말은...!”
“그래서 내가 촌장님에게 물어보지 않았느냐, 그 바위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한낱 이방인인 우리가 너희 마을이 모시는 신을 부숴서야 되겠느냐?”
“...”
아로는 돌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아직 모든 의심과 불안감이 지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들이 나쁜 사람이 아닌 것임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할 말이 더 없으면 우린 먼저 들어가보겠다. 곧 어두워지니 너도 집에 빨리 들어가거라. 부모님이 걱정하실 수도 있을 테니... 마저 이야기하세.”
방금 일어난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넘기며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이방인들을 보며 아로는 한 번쯤 이들을 믿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
...
...
그 이방인들이 이 마을에 찾아온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방인들은 철이라는 돌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이에 마을은 크게 성장하여 산 너머에 있는 옆마을과의 교류를 할 정도가 되었다.
또한 마을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의 마을 구조로는 모든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이 힘들었다. 이에 사람들은 마을을 여섯개로 쪼갠 뒤, 여섯 이방인으로 하여금 한 마을씩 맡아 다스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또 이방인들은 아로의 손재주를 확인한 뒤, 다른 마을에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조각상을 만드는 작업을 아로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이에 마을 회관에서는 아로의 망치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며, 동시에 아로의 조각상을 보러 오는 어린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큰 마을이 만들어진거야.”
“우와, 신기하다!”
“형! 정말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아로 형, 혹시 저기 저 선반 위에 있는 낡은 새 조각상이 이 이야기에서 나온 그 조각상이에요?”
“하하, 그럼. 내가 만들어서 촌장님에게 드린 선물이었지.”
“굉장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에 살던 어린 아이들은 조각하고 있던 아로를 찾아왔고, 아로는 그들에게 조각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옛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였다.
아로가 만든 새 조각상은 어느새 낡아 날개 한쪽이 뜯어지려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보곤 버려버리라며 하였지만 아로는 웃을 뿐, 그러지 않았다.
누구는 단순히 이 낡아버린 세월의 흔적을 무시할 수도 있다. 또한 언제든지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로는 생각하였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간 어린 아이들에게는. 적어도 이 조각상을 본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이 남긴 추억의 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