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를 가기 위해 집에서 3시경 출발했더니
서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평택 - 제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양지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진부ic에 도착했어도
시간은 아직 새벽 6시를 넘기지 않았다
진부 톨케이트
오대영산
오대산 월정사의 일주문이다
입장료 5천원을 내고 경내로 들어서서
절 입구를 찾지 못해 조금 헤메이다 컴컴한 숲속으로 들어가는 일주문을 겨우 찾아냈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날씨마저 흐려 주차장은 쉽게 찾았으나
막상 전나무 숲길의 진입로는 설핏 지나쳐버리는 주의력 부족이 문제였던 것이다
월정대가람
탄허스님의 친필이란다
탄허는 월정사에서 스님이 된 후 학승이 되어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주도했고
일제의 패망이라던지 한국전쟁, 월남전의 승패나 자신이 죽는 날과 시간까지 예언했던 괴승이다
즐기지는 못해도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걷자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런 즐거움도 없을테니까!
꼭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월정사 전나무 숲길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 숲길보다 더 웅장하고 수려하다
전나무 아래의 황톳길
발이 시릴텐데도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더러 만날 수 있었다
성황각(城隍閣)
암각문이라는데 눈이 흐려서인지 잘 식별이 되지 않는다
오대산의 유래
오대산(五臺山)은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오대산으로 불린다
오대산에 대한 기록은 『세종실록 지리지』 등의 문헌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 〈강릉대도호부〉 편에서
명산은 오대산으로 강릉 서편에 있다
봉우리 다섯개가 고리처럼 벌려 섰는데
크기가 고른 까닭에 오대산이라 한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신동국여지승람』에도 오대산의 위치와 다섯 봉우리의 명칭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대산은 강릉대도호부 서쪽 140리에 있다
동쪽이 만월(滿月), 남쪽이 기린(麒麟) 서쪽이 장령(長嶺), 북쪽이 상왕(象王) 복판이 지로(智爐)인데
다섯 봉우리가 크고 작음이 고른 까닭에 오대라 이름하였다
『삼국유사』의 〈오대산 오만 부처의진신臺山五萬眞身〉편은
크고 작은 오대산의 모습을 종교적으로 잘 표현한 글이다
이 글에서 신라의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이 머물고 있는 오대산에 오게 된 유래와
신라 정신대왕(淨神大王)의 태자 보천과 효명이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에 올라
경배한 5만의 부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하루는 형제가 함께 다섯 봉우리에 예불하기 위해 올랐는데
동쪽 대인 만월산(滿月山)에 관음진신이 나타나고
남쪽 대인 기린산(麒麟山)에는 여덟분의 보살을 우두머리로 1만 분의 지장보살이 나타나고
서쪽대인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를 우두머리로 1만의 대세자보살이 나타나고
북쪽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를 우두머리로 500의 대아라한이 나타나고
지로산(地爐山)이라고도 하는 중앙의 퐁로산(風盧山)에는
비로자나불을 우두머리로 하여 문수보살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와 같은 5만의 진신들에게 하나하나 경배했다"
현재에도 오대산 각 봉우리 마다 암자가 있어 문수성지로서 오대산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산시성에도 오대산이라는 명산의 이름이 있는데
중국 오대산 역시 최고의 불교성지로 문수신앙이 발전한 곳이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구요
쓰러진 전나무
작은 돌탑들을 지나고!
잔돌이 깔린 오대천은
주차장에서 월정사로 들어오는 다리가 놓여있었다
주차장에서 전나무 숲을 거치지 않고 경내로 직접 들어오는 다리
천왕문
천왕문을 지나 눈길 닿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경내의 건물들을 일주하며 눈요기를 한다
절의 중심인 적광전 앞의 9층탑은 대대적인 외과 수술 중이이었다
담너머에 템플스테이 숙소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돌담옆의 산부추
개산조 자장율사를 모신 전각
적광전의 옆모습
오색 풍선이 달린 주목 나무
용무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석등
적광전은 원래 본존불로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것이 통례이나
이 곳은 특이하게 본존불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다
이는 화엄사상을 펼친 세분의 승려와
문수도량으로서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도 함께 모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적광전이라는 이름을 쓴 것이다
창살 문양
스님을 비롯한 꽤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고 있다
빽빽한 전나무숲
흰 점선 안은 모두 월정사의 사유지라고 한다
절집들은 대개 땅부자이다
다섯개의 절터에 자리한 월정사는 대한 불교 조계종의 제 4교구로서
산하에 60여개의 말사와 10여개의 암자가 있으며
국보와 보물등의 문화재를 갖고 있는 문수보살의 성지이다
산문을 나와 매끈한 암반 위를 흐르는 오대천 옆을 걷는다
출입금지 구역
그래도 입구만이라도 들어가 보자꾸나
스님들의 산책로인가?
아님 귓전으로만 들었던 약 8km에 이른다는 둘레길인 '선재길'인가~?
나중에 알았지만 선재길은 반대 방향인 상원사 쪽으로 길이 뚫려 있었다
느닷없이 앞자락으로 날아들던 박새는
먹을걸 보시하라는 몸짓이었나 본데 빈 주먹이라 민망하기만 했었고!
황톳길을 맨발로 걷던 사람들이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물가에 벤치를 마련해놓았다
각시취
메밀꽃
노랑 물봉선
흰물봉선
천남성
구절초
흐린날이라 빛이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장중한 절집의 분위기는 사소한 욕심들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간 오대산 산행은 여러번 했어도 막상 월정사 절집은 스쳐 지나 가기만 했는데
모처럼 맘먹고 들른 보람이 있었다
하긴 지난 추석에 이어 두번째 시도를 했으니 더 감회가 깊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