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figure-img" data-ke-type="image" data-ke-style="alignCenter" data-ke-mobilestyle="widthOrigin"><img 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YMCP/f22b57ce3382c06445235c999b2c884b8035cd74" class="txc-image" data-img-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YMCP/f22b57ce3382c06445235c999b2c884b8035cd74" data-orgin-width="1920" data-origin-height="1275"><div class="figcaption">덴마크의 자존심 작가 안데르센</div></div><p> </p><p style="text-align: center;"><span data-ke-size="size18">이관순의 손편지[192]</span></p><p style="text-align: center;"><span data-ke-size="size18">2020. 12. 21(월)</span></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span data-ke-size="size20">12월엔 안데르센이 생각난다</span></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일기책을 뒤적이다 원치 않은 기록과 마주했어요. 1999년 12월 12일의</p><p style="text-align: center;">지문입니다. 이때는 온 세상이 뉴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다고 과도한 꿈에</p><p style="text-align: center;">부풀려 있을 때였지요. 20년이 흘렀는데도 당시 몸에 일었던 전율은</p><p style="text-align: center;">지금도 생생합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발육이 시원치 않은 소아마비인 초등학교 2학년 여아가 계모의 음흉한</p><p style="text-align: center;">계획과 장기 학대로 죽었다는 비보입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p><p style="text-align: center;">사건이었지요. 계모가 1년 넘게 몸에 해로운 약을 먹인 것이 경찰 수사로</p><p style="text-align: center;">밝혀졌지요.</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여아 책상엔 2년 전 죽은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안데르센 동화집이</p><p style="text-align: center;">꽂혀 있고, 아이는 수시로 그 책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권 중</p><p style="text-align: center;">유난히 낡아 보인 책이 ‘성냥팔이 소녀’ 였다고 해요. 얼마나 읽고 또</p><p style="text-align: center;">읽었으면 그리 됐을까.</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담임선생은 아이가 늘 그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조용히 불렀답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이 책이 그리 좋아? 뭐가 좋아?” 한참 뜸을 들인 아이가 내놓은 말은</p><p style="text-align: center;">“슬퍼서”였어요. 선생님은 아이를 붙들고 오랜 시간을 얘기했답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마음 문을 연 아이는 “커서 안데르센 선생님처럼 동화책을 쓰고 싶어요.”</p><p style="text-align: center;">아이는 야무진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선생님은 아이에게 안데르센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안데르센은 아주</p><p style="text-align: center;">가난한 구두수선공 아들로 태어나 아빠를 일찍 여의고 엄마는 재혼하는</p><p style="text-align: center;">불우한 환경 속에 자랐단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하지만 안데르센은 그런 환경을 이겨내고 수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p><p style="text-align: center;">수 있었지. ‘성냥팔이 소녀’는 어린 시절 가난한 엄마를 모델로 썼다고 해.</p><p style="text-align: center;">놀랍지? 너도 그렇게 될 거야. 꼬옥!”</p><p style="text-align: center;">그로부터 아이를 더 관심 있게 봐왔는데 저런 비극이 온 겁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불우한 소녀에게 실낱같은 꿈을 이어준 안데르센. 그 꿈을 찢어버린</p><p style="text-align: center;">계모란 이름의 여자. 같은 사람인데 한 사람에게 미친 영향은 이렇게</p><p style="text-align: center;">달랐어요. 철자법도 서툰 소년이 삶의 질곡을 환희로 승화시켜 덴마크의</p><p style="text-align: center;">자존심이 되고, 장례를 국장(國葬)으로 치르는 예우까지 받습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강단에 있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곧잘 안데르센과 쇼펜하우어를</p><p style="text-align: center;">비교했습니다. 국적은 달라도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았고, 거부인 아버지</p><p style="text-align: center;">덕에 온갖 영화를 다 누리며 자라고도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가</p><p style="text-align: center;">되었다고요.</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환경이 삶을 규정하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끝말은</p><p style="text-align: center;">‘성냥팔이 소녀’가 해피엔딩이었으면 어땠을까? 토를 답니다. 안데르센은</p><p style="text-align: center;">불쌍한 소녀를 왜 얼어 죽게 했을까?</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사무침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사람을 의연하게 만들기도</p><p style="text-align: center;">해요. 그 소녀도 살았으면 지금쯤 스물아홉? 어쩌면 잘 자라서</p><p style="text-align: center;">소원한 대로 동화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르죠.</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안데르센은 ‘성냥팔이 소녀’ 외에 ‘미운 오리 새끼’ ‘인어 공주’ ‘벌거벗은</p><p style="text-align: center;">임금님’ 등 보석처럼 반짝이는 160편의 동화를 세상에 남겼어요. 그의</p><p style="text-align: center;">동화 속에는 늘 아름다운 환상 세계가 펼치어 있고, 따뜻한 사랑이</p><p style="text-align: center;">녹아 있지요.</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하지만 그의 동화는 곧잘 비극으로 끝나곤 해요. 부잣집 창 밑에 앉아</p><p style="text-align: center;">성냥불로 몸을 녹이던 불쌍한 소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남고, 짝사랑한</p><p style="text-align: center;">왕자를 만나려고 목소리를 팔아 두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끝내 바다의</p><p style="text-align: center;">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까요.</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여기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애상적 관점이 투영되었다는</p><p style="text-align: center;">생각이 들어요. 안데르센은 말년에 자서전을 냈습니다. 세 번 고쳐 낼만큼</p><p style="text-align: center;">애착을 보였어요. 수많은 작품의 탄생 배경과 집필 동기 등을 소개해</p><p style="text-align: center;">안데르센 작품 주석서라는 평가가 따릅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그는 책머리에 “역경은 내 삶의 원동력이었으며, 어떤 요정이 도왔어도</p><p style="text-align: center;">지금보다 더 좋은 삶으로 인도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썼지요. 서양의</p><p style="text-align: center;">문학사가들은 괴테의 시와 진실, 루소 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참회록,</p><p style="text-align: center;">크로포트킨 자서전과 함께 세계 5대 자서전으로 꼽습니다</p><p style="text-align: center;"> </p><p style="text-align: center;">12월이 오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소리가 나면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나요.</p><p style="text-align: center;">그러면 나도 마음의 창을 엽니다. 혹시 내 창밖 아래에 떨고 앉아있는</p><p style="text-align: center;">어린 누가 있지 않나 해서. 어둡고 쓸쓸한 올해는 더욱더.</p><p style="text-align: center;"><span data-ke-size="size14">-글 이관순 소설가/daumcafe leeletter</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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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뉴욕 센트럴파크에 세워진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의 동상. 작품에 나오는 오리 한 마리가 안데르센에게 말을 거는 같은 모습이 따뜻해 보입니다.
'성냥팔이 소녀' 책 표지. 창문 아래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소녀와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대칭구조로 놨어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안데르센 기념관
부산 기장에 있는 안데르센 동화마을
성냥팔이소녀를읽으며정서를키워왔던사람들이
노인이되어서도
북유럽여행을할때가장먼저찾는곳이
코펜하겐시청앞안델센동상과코펜하겐항구에만들어논자그마한인어상이죠
저도60넘어이곳을찾아가인증샷을찍었던적이있었죠
우리때는누구나그의동화를읽으며꿈을다듬었지만
요즘아이들도안델센동화를읽는지가궁금해지네요
12월엔
50여 년 전
만난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좋은 직장에서
귀한 인연으로
만나 우정을 쌓고
추억을 공유했던
고마운 친구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머리는길게
땋아 내리고
사진관에서
찍었던
흑백사진 속
친구들이
12월엔
사무치게
더 그립습니다!
싱그러운
소녀들 대신 주름진
할머니들로
채워질
흑백사진
한 장
다시 찍고 싶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