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비야]
“무엇을 얻은 이를 지식에 통달한 자라 합니까?
세존이시여, 저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세존]
“싸비야여,
수행자나 바라문들에게 있는 일체의 지식들에 통달하여
모든 감각에 대한 탐착을 버리고
일체의 지식마저 뛰어넘으면,
그는 지식에 통달한 님입니다.
- 숫타니파타, 큰 법문의 품, <싸비야의 경> 32번- 33번 구절인용
(경전 단상)
부처님의 당시 사상가(유행자)들 중 유물론자들은 물질을 분석하여 세상은
오직 지수화풍(地水火風) 등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영혼도 없고, 살인을 해도 도덕적 인과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편, 숙명론자들은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있다고 주장하여 일체 행위의
의미를 부정했습니다. 궤변론자들은 지적 판단을 중지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이들이 모두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처님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분노, 위선과 허위를 직시하고
그 고통의 원인이 일어나는 우리의 마음을 바로 볼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법구경 첫 장에서 말씀한 것처럼, 마음이 모든 것을 앞선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선과 악, 인과 과를 부정하는 당시 지적 현실에서 방황하는
수행자들에게 마음의 존재를 일깨워, 선과 악의 의미와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탐욕과 분노와 거짓을 악으로, 이들을 성찰하여 집착을
없애는 수행을 선으로 판단하였으니, 선악을 거부하거나 회의하는 당시
회의론자나 유물론자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해탈과 깨달음에
대한 부처님의 비전이 실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누구나 마음속 집착 즉 감각적 쾌락과 소유에 대한 집착을
성찰하면 삶과 죽음에서 해탈하여 깨달은 이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태생이 좋아야 진정한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당시 바라문의
위선을 폭로하였으며, 마음의 존재를 외면하는 유물론자나
회의론자들을 비판했습니다.
방황하는 유행자 싸비야에게 부처님은 마음 속 쾌락과 분노를 없애야
지식을 뛰어넘는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유물론, 숙명론, 회의론은 형태는 달라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마음의 무명(無明)을 외면하고 쾌락과 소유를 추구하는 경향은
세속뿐만 아니라 학계와 종교계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늘 날에도 새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