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누구를 위한 지원인가
농가 고령화율 49.8%인데 지원 사업은 청년농업인 ‘우대’
농가 인력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의 극복 방안으로 제시되는 스마트팜 보급 사업이 정작 고령 농가에는 지원자 선정 문턱이 높아 ‘그림의 떡’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데이코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1년 기준 전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148억 달러에 달하며, 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우는 스마트팜 보급률이 99%를 달성했지만 한국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단 1%에 불과하다.
스마트팜은 센서·로봇·인터넷 등의 기술을 활용, 작물의 생장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등 작물 생산과 관련된 작업을 자동화하는 농업 시스템. 이를 통해 인력·자원의 절약은 물론, 농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스마트팜의 이런 장점은 고령화가 진행중인 한국 농가에 특효약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인구는 216만 5천626명으로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농업 종사자 중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무려 49.8%에 달한다. 인력 부족을 시사하는 이런 통계 수치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팜 사업 보급률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농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스마트팜을 왜 안 하냐고? 그럴 돈이 어딨어.”
춘천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78)씨는 “그거 돈 있는 대농들이나 하는 거야. 나같이 얼마 못 버는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못해”라며 높은 초기 설치비용과 유지 비용을 스마트팜 보급 정체의 이유로 꼬집었다. 김씨는 “나이 먹어 몸도 예전같지 않고, 일할 사람 구하자니 젊은 사람 하나 없고…스마트팜인지 그거 나도 하고 싶지”라며 스마트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뜻도 덧붙였다.
역시 춘천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최모(81)씨는 “내 이름으로 된 땅이 아니라고 못 했어”라며 스마트팜 설치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다 심사에 떨어진 사연을 전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 가치와 규모 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좌절된 것이다. 최씨는 “나같은 노인네보다 만 40세 미만인 사람들 혜택이 더 좋으면 되겠냐”며 현 스마트팜 사업 지원 정책이 “농업인구 연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초기 자금 마련을 위한 스마트팜 자금지원은 만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종합자금’과 ‘일반 스마트팜 종합자금’의 두 종류로 나뉜다. 청년 지원은 대출 금리가 연 1%로 고정돼 있지만, 일반 지원은 변동 금리가 적용되는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청년 지원은 신청자의 재무적인 평가가 없어 대출 심사가 훨씬 수월한 반면, 일반 지원은 재무적인 평가요소가 30%가 반영돼 높은 이자에 더해 고령 농가의 스마트팜 지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스마트팜 보급은 더딘 사정을 감안, 고령 지원자에 대한 지원 확대방안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윤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