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공부를 열심히 하는 교인들이 많은 교회를 기도하며
몇 년 동안 코로나-19라는 장애물 때문에 정상적으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힘써서 해야 할 자녀들의 신앙 교육과 교인들의 성경 공부와 교리 교육이 중단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도 있고, 아예 어떤 예배도 드리지 않으면서 말로만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을 보게 된다. 그저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영혼의 구원 문제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서 될 것인가. 예배만 아니라 성경 공부에도 힘써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출석하는 교회도 주일 오전의 예배가 끝나면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소요리문답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교회의 어떤 일에나 열심히 참석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성경 공부에도 역시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본다. 자녀가 청년부에서 활동하니까 이 공부에 참여할 수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어떤 어머니는 공부 내용을 녹음하여서 받아 쓴 후에 자녀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격려가 되고 기쁨을 느낀다.
존경하는 분의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회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옮겨본다. 요즈음 내가 생각하고 기도하는 것을 잘 가르쳐 주고 있기에 함께 나누고 싶어서 좀 길다고 느껴지지만 옮겨본다.
여러분, 요새 한국 교회를 휩쓸고 있는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은 말씀을 소외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이 배고프면 정당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 식사는 하지 않고 이상한 술이나 한 잔 먹고서 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건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장은 취해서 모든 것이 괜찮은 것 같은 줄 알지만, 얼마 안 있으면 배고픔은 그대로 생생한 현실이 되고 결국 그 사람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마는 것입니다. 영양이 실조되어 가는데 실조한 영양을 보충할 만한 가장 정당하고 대중적인 요법을 쓰지는 않고 ‘이렇게 하면 좋다’ 하고서 제멋대로 해 버리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의사든지 지금 영양실조에 걸려 거의 죽게 된 사람에게 ‘다른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말고, 비타민이 들어간 것은 먹지 말고, 날마다 술이나 몇 잔씩 먹고서는 1년 동안만 사십시오. 그러면 건강해질 것입니다’ 하고 가르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배를 쫄쫄 굶은 상태에서 술 몇 잔 먹고서는 알코올 기운으로 헛소리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다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와 같이 하나님의 법을 무시해 가면서 제멋대로 ‘이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하고, 그렇게 해야 사람이 가장 생생하고 기운이 있는 것같이 생각하고 그릇된 것을 따라가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항상 그러했지만, 늘 착심(着心)하기를 바라는 것은 말씀을 공부하는 시간을 귀중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폐풍(弊風)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은 ‘주일 학교 공부 시간은 가외로 있는 것이어서 점잖은 사람은 안 가고 그저 무식하고 힘없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으면 노인이나 부인들이나 할머니들이나 가는 것이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뻔히 교회에 와 있으면서도 밖에서 희희락락하고, 청년들은 앉거나 서서 이야기하고 놀고, 안에서 공부하는 데를 들여다 보면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 몇 분만 앉아서 공부합니다. 세상에 무슨 법이 그렇게 생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형태가 도무지 금지되지도 않고,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교회가 타락하는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생각을 하기는 했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마이동풍(馬耳東風)입니다. 어디를 가 보든지 다 그렇게 합니다. 청년들은 모두 문 앞에서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야말로 가장 깊은 성도의 교통을 나누는 것같이 희희락락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주로 교회 이야기보다는 교회 밖의 이야기입니다. 어저께 보았던 영화의 강한 인상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 않으면 요새 신문에 나온 중요한 토픽 이야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마음 가운데 무엇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을 자꾸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않고 교회 이야기를 한다면 결국 교회의 의식(儀式)이나 제도나 표면상의 문제들이나 교회의 학생회나 또 교회의 무슨 운동이나 교회에서 내거는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지 하나도 밥 될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래 가지고서 교회가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기이한 일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밥도 안 먹고 앉아서 하루 종일 이야기하면 배가 저절로 불러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성경 공부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 앞에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 앞에 무슨 말을 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무슨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결국 내 생각이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의 생각이다. 하나님의 생각을 아는 것이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하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이미 성경 공부에 오신 우리 교우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성경 공부에 못 오는 교우들을 권해서 함께 성경을 공부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예배당은 그냥 모여서 예배만 드리고 끝나는 데가 아닙니다. 공동으로 모이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피할 수 없고 뺄 수 없는 중요한 조건은 성경을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시간이 우리 교회로서는 정식으로 구별해 놓은 성경 공부 시간입니다.
김홍전, 『순결하고 능력 있는 교회-사도행전 강해 2』, 151-153.
성경 공부를 하는 자리, 기도를 하는 자리에는 소수만 모이고, 찬송을 부르거나 운동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단들이 공부를 가르치는 자리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하는데, 바른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는 자리, 기도를 하는 자리에도 많은 사람이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고,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낙심만 하고 있지도 말자. 상황이 어떠하든지 나는, 그리고 우리는 생명으로 이끄는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써야 하겠다. 나의 말이 우선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이 우선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 있는 자가 즐겁게 있는 모습임이 분명하다. 주여,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