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째 참행복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 마음이 깨끗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을 말씀하셨을 때, ‘마음’은 흘려보내고 ‘깨끗한 사람들’만 귀에 들어왔을지도 모릅니다. 당시에 ‘깨끗한’이란 대개 종교와 관련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아마도 정결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 깨끗함, 곧 정결을 뜻하는 ‘타호르’가 150번 이상 나오는데, 대개 정결법과 관련된 것입니다. 때로 인간 내면의 정결함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이렇게 유다인들은 대부분 정결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깨끗한 사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비록 그 사람이 교만하고 위선적이고 온갖 탐욕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개념의 정결을 반대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외적인 깨끗함이 아니라 내면의 깨끗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루카 11,39)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마태 23,25)
마음이 깨끗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마음에 죄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깨끗하다는 것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공기가 깨끗하다는 것은 미세먼지가 없는 것이요, 물이 깨끗하다는 것은 물속에 불순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깨끗한 것은 마음 안에 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온갖 죄가 인간의 마음을 더럽힙니다.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마음을 더럽힙니다. 곧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과 같은 악한 것들입니다.(마태 15,18-19 참조) 깨끗함이란 이런 죄들이 마음에 없는 상태입니다.
둘째는 하느님을 향한 마음에 갈라짐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느님과 재물, 하느님과 세상적인 것 사이에 마음의 갈라짐이 없는 상태, 다시 말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오롯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가리킵니다. 마더 데레사는 이런 의미에서 마음이 깨끗한 분이었습니다. 수녀님은 오롯한 사랑으로 행려병자들을 섬겼고, 살아생전 어디를 가든지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플래스가 터질 때마다 수녀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저는 플래시가 터지고 셔터가 눌려질 때마다 한 영혼이 하느님 계신 곳으로 가기를 기도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자신이 찍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을 향한 오롯한 사랑으로 그 순간들을 봉헌하며 영혼 구원을 위한 화살기도의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수녀님처럼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일 때, 아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영혼 구원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참으로 복될 것입니다.
• 깨끗한 마음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우리도 바리사이들처럼 외적으로만 깨끗한 것은 아닐까요? 주일을 지키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애긍 자선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신심행위를 하는 것 같지만, 내면은 오만과 탐욕과 하느님 뜻에 충돌되는 생각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요? 깨끗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과 레오 수사가 마음의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레오 수사는 마음의 순수함은 자신을 책망할 죄나 허물이 없는 상태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죄와 허물이 많아서 순수한 마음을 갖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자,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오 형제, 마음의 순수함에 그렇게 집착하지 마세요. 눈을 돌려 예수님을 보세요. 그리고 그분을 찬미하세요. 마음이 순수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일단 예수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면 더 이상 그대 자신을 보지 마세요. 그대의 완전하지 못한 점을 찾아내어 슬퍼하거나, 자신이 죄에 물들어 있는 자라고 평가하는 것은, 구원자이신 주님보다 자신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의 눈길을 돌려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과 그분의 은총, 그분의 자비를 바라보세요.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령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타락한 인간 본성의 영향으로 우리 힘만으로는 깨끗한 마음을 갖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을 입도록 도우시는 성령의 힘에 의지하고 그분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의탁이 필요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로마 8,12-13)
•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아버지 하느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교회 전통은 이러한 만남을 지복직관(至福直觀)이라고 합니다. 지복은 가장 높은 복을, 직관은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뵙는 것을 가리킵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노와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지복직관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참된 행복 중 최고에 해당합니다.
마음이 깨끗한 이들은 죽은 다음 천국에서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보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리아크Francois Mauriac는 자전적인 소설 ‘Ce que je crois(내가 믿는 것)’에서 자신이 오랜 세월 음욕 때문에 괴로워했음을 고백합니다. 음욕을 물리치려고 극기를 하며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죄책감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내 영혼을 어지럽히고 죄책감으로 괴롭히는 음욕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도움말들은 나를 음욕의 덫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내가 음욕에 묶여있음으로 해서 하느님과 나 사이의 친밀함이 제한받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모리아크가 음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하느님을 볼 것이라는 말씀을 마음에 받아들이면서였습니다. 그는 자기처럼 음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마음의 불순함은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떼어놓는다. 영적 세계에서도 인간 세계처럼 따라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지극히 높은 하느님의 사랑을 소유하려면 순결은 필수조건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영광의 하느님을 볼 것이란 귀한 약속으로 당신의 믿음에 힘을 더하라. 이것이 음욕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이러한 희망을 두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 죄를 짓는 자는 모두 그분을 뵙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 자입니다.(1요한 3,2-6)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영광의 하느님을 볼 것이란
귀한 약속으로 당신의 믿음에 힘을 더하라"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로마 8,12-13)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