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성시대, 아동·청소년 무방비 노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제 무색…초등 교실선 “멋지다 연진아~”
미성년자가 연령제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상황들이 빈발하고 있다.
부모와 OTT 계정을 공유함으로써 여러 청소년이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뜨는 부적절한 콘텐츠에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들이 부적절한 영상물에 노출되는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들이 중고등학생들에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들의 시청 여부를 알아봤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프로그램으로 지정한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오징어게임>, <킹덤>, <마이네임>, <지옥>, <길복순> 등은 만 18세 미만의 시청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생 13명 중 11명이 이 중 하나 이상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봤다고 하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상물들.
조모(16)군은 ‘더 글로리’의 “멋지다, 연진아” 대사를 따라 했으며, 주변 친구들도 드라마 속 말과 행동들을 모방하는 행위를 장난삼아 하곤 한다고 전했다. 또, “유튜브 쇼츠에서는 아이돌들의 가슴이나 다리 등을 확대, 성희롱하는 영상이 뜬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아이들이 선정적인 영상을 일찍 접하고 배운다는 점이 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군 이외 일부 학생들도 “보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어린 나이에 접하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안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스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적절한 영상에 노출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어떻게 관람불가 콘텐츠를 접할 수있을까. 이에 대해, 13명 중 8명은 “부모님과 OTT 계정을 공유하고 있어서” 넷플릭스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현상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신모(25) 교사는 “아이들이 발표할 때나 급식 순서 양보할 때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더글로리에서 '멋지다 연진아~'를 반복해서 쓰는 것을 보곤 한다”고 말했다.
광명의 한 초등학교에사 가르치는 송모(43)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특히 유튜버들이 쓰는 존버(존x 버텨), 마기꾼, 여미새(여자에 미친 새x),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x) 등 줄임말, 비속어 등에 많이 노출되어 뜻도 모르는 채 대사를 따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실 표정을 전했다. “자극적인 대사들이 재미있고, 그 대사를 따라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관람불가 영상물의 장면들을 따라하기가 마치 교실 안에 중독처럼 퍼져 있다는 것이다.
송교사는 “앞으로 OTT와 유튜브의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됐을 때 대처법을 가르치고, 교사와 부모가 보안 프로그램을 자주 업그레이드하거나 어린이 보호 기능을 설치하는 등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현·전유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