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독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무렵 두더지 아버지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잠시 동행하게 되었지요.
사랑어린 사람들이 한사람, 두사람 그냥 그 길에 모이게 되었네요.
몇 사람들은 계속 동행했고, 나머지 몇 사람들은 배움터로 돌아와 명상을 하였습니다.
명상 중 떠오른 말이 ' 보고싶은 얼굴, 초라한 모습' 이었네요.
오래전 한 여가수의 노래 가사이기도 하고, 장일순 선생님께서 박경리 선생 출판 기념회 방명록에 적어셨다는 문구이기도 하지요.
노랫말도 좋고, 그 일화도 재밌기도 해서 저에게는 그냥 좋은, 괜찮은 말로 남아있었네요.
그러다 오늘 한분이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그 아들이 아비를 보내는 모습에서 그말이 다시 찾아왔지요.
'초라한 모습'은 그냥 말이 아니라 자기 길을 가는 삶의 자세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배움속에 살아가는데 실제 삶을 배움의 토대위에서 그렇게 체현하면서 살고있나?
나의 배움을 실현하는데도 남의 이목이 우선이고, 남들이 그렇게 해왔으니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 많잖아요.
그러니 남들과 다른, 자기 삶의 걸음을 걷는 이들은 초라하게 보일 수 밖에 없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고요하게 길을 나섰지요.
날이 꾸무리해서 용산행을 와온행으로 바꾸어 동네 한바퀴를 했습니다.
동무들과 사랑어린학교 스무살과 두더지 아버지 하늘나라 가시는 길을 함께 마음모으고 걸었어요.
오래 걷다보면 날씨는 걷는 것과 거의 상관없음을 배웁니다.
특히 추운 날엔 더욱 그래요.
걷는 것이 추위를 따뜻함으로 바꿔주는 방법이에요.
천지인 언니들은 동생들 보다 먼저 걷고 와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점심 밥모심은 모두 함께 모여 초를 불며 사랑어린학교 스무살을 축하하고 맛있는 국수를 먹었네요.
어머니들이 먼저 오셔서 마음모아 준비해 주신 따뜻한 사랑을 먹었지요.
함께 마음모아 축하도 하구요.
천지인 언니들은 오후에도 연극 연습에 매진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대본을 수정해가며 애쓰고 있습니다.
동생들은 몽피 선생님과 큰 바위 얼굴 모형을 만들었지요.
신난다 가족 연극 소품이인데 모두 힘모아 우당탕탕 하면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네요.
흐린 하늘이지만 낙안에서 한옥현선생님 오셔서 농사일을 했어요.
천지인 언니들 없는 틈을 초등 동무들이 메꾸어 주고, 마을인생 언니들도 큰 몫을 해줍니다.
오늘 일은 알이 찬 배추를 캐서 저장하는 일입니다.
얼마나 많은지 두 차를 옮기고는 일단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 김장 할 분량은 충분히 채웠네요.
그리고 닭을 위한 식량까지 부지런히 모아서 쟁겨두기도 했어요.
오늘이 올해 농사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될 듯 해요.
마지막, 마무리는 첫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문이라지요.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일상을 켜켜히 살아내는 일이 마무리 즈음엔 정말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그리고 저녁에는 사랑어린학교 스무살 되는 날에 함께 밥모심 할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또 마음을 내신 어머니들이 사랑을 주셨네요.
미역국에 하얀 쌀밥.
태어난 날에도, 하늘 나라 가는 날에도 우리는 그렇게 상을 받는가 봅니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입니다.
마무리까지 고요에 깃들어 내 마음에 본래 있는 평화를 느끼며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사람입니다.
첫댓글 제가 감기몸살기가 있어서 배움지기방에서 쉬고 있는 사이에 텃밭 배추를 옮기셨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