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마리아로 가리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요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제자로 만들고 세례를 준다는 소문을 바리사이들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 사실은 예수님께서 친히 세례를 주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 것이다. ―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다시 갈릴래아로 가셨다.”(요한 4,1-3)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다시 갈릴래아로 가시기 위해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셔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카르라는 고을에 들러 야곱의 우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다가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을 통해 예수님의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유다를 떠나 다시 갈릴래아로 가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베푸시는 것이 세례자 요한보다 많음을 알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유다인들의 볼멘소리를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예수님께서 직접 세례를 주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나돌면서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을 경쟁 관계로 몰아갔던 것입니다. 그런 가십거리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소문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진원지를 잠시 피하시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 경쟁심을 갖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아닌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강한 시기심, 질투심, 경쟁심에 불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로 마음이 상해 상처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시기와 질투와 경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며 유다를 떠나시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일을 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덕을 세우지 못합니다.
또한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숫자에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주시는 것이 세례자 요한보다 많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누가 더 인기를 얻는가, 누가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가, 누가 더 많은 돈을 버는가 등으로 숫자 놀이를 합니다. 이런 인간적 욕망 앞에 예수님께서 등을 돌리십니다. 그래서 유다를 떠나 사마리아를 거쳐 갈릴래아로 이동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보다 상처를 주지 않으십니다. 성숙한 인격자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선이나 정의라는 이름으로 쉽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인생을 피워 보지도 못하게 기를 꺾어 버립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으로 만나 주시고 소중한 존재로 여겨 주십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왜 유다에서 사마리아를 거쳐 갈릴래아로 가시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당시 사마리아는 모든 유다인들이 꺼리는 지역이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지역감정 때문입니다. 사마리아인과 유다인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있었습니다. 한 민족이었지만 서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마리아의 시카르라는 고을에 누구라도 만나기 싫어하는 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을 만나면 자기 위신에 손상을 입게 되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런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이 여인을 만나주시고 잘 대해 주십니다.
“그때에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셔야 했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요한 4,4-6)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셔야 했다.’라는 말씀은 예수님의 의지적 결단을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인간은 불편하게 느끼는 곳을 피해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좀더 심하면 아예 관계조차 맺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다에서 갈랠래아로 가려면 사마리아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름길이라 해도 제 싫으면 돌아가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사마리아를 통과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기 싫은 지역, 하기 싫어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이것이 곧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이루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마리아인과 유다인의 갈등은 구약의 아시리아의 정복에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강대국들이 침입을 받아 이방 민족과 교합해 태어난 혼혈인들이 많았습니다.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유다인에게 혼혈은 매우 치욕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인 사마리아로 혼혈인들을 집단 이주시켰습니다.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는 유다인들은 종교적으로도 사마리아인들에게 적대심을 표시하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사마리아인들은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들은 혼혈 문제뿐 아니라 이방 종교의 풍습도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그들은 시편이나 예언서를 인정하지 않고 모세오경만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왜곡시켜 예배하는 장소도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 예배하던 그리짐 산만 고집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혈통 문제와 종교적 모욕감 때문에 사마리아인들을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상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아멘 예수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