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약 두 개의 평화
오랜만에 결혼식장에서 만난 친구가 문득 자신의 신혼 시절이 떠올랐는지 일화 하나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아내는 나보고 치약을 왜 위에서부터 짜서 쓰냐고 뭐라 하고, 나는 치약을 아래에서부터 짜야 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따지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한 시간 넘게 아웅다웅했었어.”
그때는 무슨 힘이 남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결혼 생활은 어쩌면 한 편의 코미디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치약을 어떻게 짜서 쓰는데?"
돌아온 친구의 대답
“지금? 그야 … 치약 두 개를 사서 각자 쓰고 싶은 방식으로 쓰지!"
당연히 지금쯤이면 한쪽이 한쪽에게 양보해서, 결국 어느 한쪽의 방식대로 한 개의 치약을 쓰고 있을 거라는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얼굴은 의외로 매우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평화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면 얻게 된다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세면대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두 개의 치약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표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방식을 존중한다는, 진정한 애정 표현이라는 친구의 말에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내게 강 같은 평화’는 서로 다름을 쿨하게 인정하는 순간에 넘쳐나나 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