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섰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번째는 아내의 심부름이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여름이 되면서 입맛을 잃어버리신 장모님께 칠게와 고등어 반찬을 갖다 드리라는 아내의 명에 따른 것이었다. 두번째는 그보다는 조금 덜 중요하지만 장모님이 사시는 덕진에 가는 길에 던진연못에 피어 있을(지도 모를) (첫)연꽃을 보러가는 것이었다.
(첫)연꽃을 보러가는 것이 장모님께 반찬을 갖다 드리러 가는 일보다 덜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이라는 것을 궂이 강조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첫)연꽃을 보러가는 마음이 장모님을 뵈러가는 것보다는 설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장모님께 반찬을 갖다 드리는 일은 설렘보다 더 큰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이 무엇일까?
덕진연못에 (첫)연꽃이 피어 있었다. 딱 두 송이였다. 연꽃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가슴이 뛰었다. 버스에 올라타니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출근하는 사람들 말이다. 아니, 꼭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아침부터 유유자적 꽃구경이나 다녀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표정으로 보아 뭔가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나와는 다른 종족들 같았다.
잠시후 나는 정읍 고부초등학교에 간다.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나도 오늘은 일하러 가는 것이다. 오늘 나눌 이야기의 주제는 이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어떻게 하면 서로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학교에 미리 보내드린 원고 앞부분이다.
학생의 결핍은 교육의 존재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 결핍이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그 무기가 결핍으로 이해될 때만이 교육은 가능해지고 교사상처도 극복될 수 있다. 이때 교사 또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교육이 완전한 성인인 교사가 미완성인 학생을 교화하거나 지도하는 식이 되면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착각과 오류의 과정에서 교사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 때 학생들을 심각하게 차별하는 교사였다. 내가 학생들을 그나마 덜 차별하게 된 것은 학교라는 곳이 차별이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곳이라는 자각이 있고난 뒤부터였다. 물론 교사도 인간인데 공부 잘하고 인성이 좋은 아이들을 편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는 학생이 생긴다. 따라서 이런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움을 역행하여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해주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의 영역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뼈아픈 시행착오와 성찰의 과정이 나에게는 고마운 학습의 기회가 되어준 셈이다. 물론 그런 마음이 곧 바로 행동으로 옮겨진 것은 아니었다. 수업시간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면서 이름으로 출석을 불러주고, 그들을 수놓은 조건의 화려함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덕진 연못에서 만난 (첫) 연꽃도 구정물 같은 진흙뻘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까지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첫댓글구정물 같은 진흙뻘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까지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오늘 부터 술 끊을 겁니다...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을 해 놔야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적어도, 술을 끊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만약 못 참고 먹는 일이 생긴다면 적어도 스스로의 거짓말에 부끄러워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수면제의 힘을 조금 빌릴 생각입니다....아마 세상에서 제일 힘든일에 도전하는 것일겁니다..성공한다면.. 그보다 쉬운 다른 모든 것들은 감히 비길 수 없을 겁니다....
첫댓글 구정물 같은 진흙뻘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까지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오늘 부터 술 끊을 겁니다...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을 해 놔야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적어도, 술을 끊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만약 못 참고 먹는 일이 생긴다면 적어도 스스로의 거짓말에 부끄러워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수면제의 힘을 조금 빌릴 생각입니다....아마 세상에서 제일 힘든일에 도전하는 것일겁니다..성공한다면.. 그보다 쉬운 다른 모든 것들은 감히 비길 수 없을 겁니다....
알긋다!! 잘해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