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들, ‘코로나 후유증’
예술 활동 소득증명 못해 정부 지원 혜택 대상서 제외돼
강원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는 A(64)씨는 코로나19로 인해 10년 넘게 해오던 예술 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새로운 취미인 그림으로 인생 제 2막을 시작했다는 A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 그려온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고 그림을 팔아 생활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시에서 운영하던 전시회장 지원 사업이 중단돼 이런 예술 활동을 통한 생활이 어려워졌다. 뿐만 아니다. 올해 다시 지원 사업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서류를 준비하려 했으나 근 몇 년 간 활동 실적과 소득이 없어 지원을 받을 수도 없게 됐다. A씨는 “도내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로 전시 활동이 중단된 예술인들이 최근 실적을 근거로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예술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예총 강원도연합회(도예총)가 2년 전 예술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도예총 정회원은 4천140명인데 반해, 강원 지역에서 정식 예술 활동 증명을 마친 예술인은 2천631명에 불과했다. 정부의 예술인 지원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정식 예술활동증명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증명 절차에는 ‘최근 3~5년 내 활동 실적과 관련 소득’을 증빙해야 하는 문항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계 활동이 멈추며 자연스레 도내 예술인들도 활동을 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해당 문항을 증빙하기 어려워져 정식 예술 활동 증명을 받지 못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예술인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도예총은 정부에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도내 예술인은 수십 년간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키려 노력해온 중년·원로 예술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이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예총이 12개의 시·군 예총과 도단위 협회, 90개 지부 소속 정회원을 연령대로 나눠 조사한 결과, 50대가 960명, 60대 1339명으로 50~60대가 전체의 59.3%로 절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제1차 예술인 복지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며 3년, 5년이던 증명 유효기간을 5년으로 단일화하고 20년 이상 예술 활동 증명 유지 예술인의 재신청을 면제하는 한편, 창작 준비금 지원 사업 확대와 예술인 주거 260호 지원 등 다양한 예술인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예술 활동에 따른 소득 증명이 어려운 일부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정부 지원 혜택은 여전히 높은 문턱을 넘어서야 받을 수 있는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다.
손승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