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구 법원장의 삶의 정도(正道)
요새 강민구 법원장의 동영상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가 유튜브를 달구고 있다.
두 시간 분량의 강의를 들으면서 모든 내용이 본인 스스로 터득한 내용이라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4차 산업의 전망, AI의 상용화, 특히 드론 또는 자율 주행차의 현실화, 구글 체제의 IT기술의 혁신(동시통역, 에버노트, office lens, 세계뉴스보기), 생각근육 키우기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어서 매우 유익하고 실용적인 특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신문 기고를 통하여,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는 가르침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강민구 법원장(전 부산지법)이 기고한 ‘삶의 정도’(윤석철 지음, 위즈덤하우스)에 대한 서평이 독자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부자 되기, 힐링 등에 초점을 맞춘 서적들이 독자들을 좁고 얕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는 말로 운을 뗀 강 법원장은 경영학의 대가인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삶의 정도’를 열독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0여 년간의 독서 여정에서 수많은 책을 만났다. …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삶의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복잡함(complexity)을 떠나 간결함(simplicity)을 추구하라’를 비롯해 밑줄 긋고 싶은 많은 문장이 등장한다. 그중 아직도 필자의 가슴을 울리는 문장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삶의 길을 떳떳하게 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삶의 정도다’라는 것이다.”
강 법원장에 따르면 이 책은 삶의 모델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1번은 이른바 ‘너 죽고, 나 살고’모형이다. 이기적 군상을 뜻한다.
2번은 ‘너 죽고, 나 죽고’모형이다. 이른바 테러범 모델이다.
3번은 ‘너 살고, 나 죽고’모형이다. 흔히 ‘이순신 모델’로 불리는데 아주 훌륭하고 감동적이긴 하나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마지막 4번이 바로 ‘너 살고, 나 살고’모형이다. 한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강 법원장은 “삶의 정도(正道)는 생존경쟁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기 삶의 길을 떳떳하게 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독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권한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강 법원장은 용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법연수원을 14기로 수료한 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대구지법·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원 내 ‘정보기술(IT) 혁신가’로 불리는 강 법원장은 정보기술에 밝아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을 잇따라 지내며 IT를 활용한 왕성한 글쓰기로 2000쪽 분량의 ‘창원 이야기’, 1600쪽 분량의 ‘부산법원 통신’을 각각 펴냈다.
강민구 법원장의 체험형 청년인턴 대학생들과의 대화(부산지법 관내 대학생 단기 인턴 체험과정)
1.. 법관의 양심
Q: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올바르고 건전한 양심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수많은 독서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현자들에게 질문하며 소통해야 합니다. 생각근육을 꾸준히 증강해야 합니다. 쉼 없는 독서, 글쓰기, 명상, 고수에게 배우기를 통해 생각근육이 증진됩니다. 특히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하며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2. 이공계 공부와 법조
Q: 저는 이공계 전과 및 복수전공을 통해 이공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지식을 갖고 있으면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곧바로 변리사를 준비하는 게 더 나은 것일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공계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변호사 경력을 가지고 변리사 일을 같이 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이는 마치 보검을 두 개나 가지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3. 사법정보화 관련
Q: 정보화된 사법시스템의 목적에는 효율성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정보공개를 통한 사법부의 투명성 제고와, 전자소송 등 일반인의 직접적 송무참여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보화’, ‘자동화’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하면 일단 거부감이 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전자소송의 적극적인 장려로 인하여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전문가에게 법률서비스 제공을 받는 것을 비용절감 등의 이유에서 거부하게 되어 재판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정보화가 공개재판에 기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더 잘 충족시켜주는 데에 기여하나, 개인정보 유출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무작정 직접 나 홀로 전자소송을 하다 보면 법조인의 일자리 문제는 물론 양질의 공공 법률서비스 제공 또한 어려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균형 잡힌 발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인으로서는 대세인 사법정보화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히려 약진의 발판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단순작업을 많이 절감하고 고도의 지적인 작업에 법조인의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사법정보화가 큰 도움을 줍니다.
4. 정보화 기술과 법원 업무
Q: 법원장님께서 프로그래밍이나 코딩과 같은 IT지식 습득을 많이 강조하시는데 앞으로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그러한 기술들이 법원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현재 많은 기업에서 CTO, CIO와 같은 직책이 도입되어 있고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사법부 또한 그러한 흐름에 맞추어 전자소송을 도입, 확대하고 사법정보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차후 법원 내에서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업무의 능률을 향상시켜주는 결과를 만들 것입니다. 단순노동에서 법원 구성원의 고통을 해방시켜 줍니다.
5. 재충전 문제
Q: 기계든 사람이든 끊임없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장님께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그러한 재충전을 하시나요?
A: 매일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명상-보행을 하고, 주말마다 산을 오르며 심신을 다집니다. 다만 이러한 보행이나 산행을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합니다. 즉, ‘재충전도 독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고, 습성으로 체화되어야 합니다.
6. 공부할 때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이유
Q: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어 법 공부를 미리 하고 있는데 방대한 양과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어 어려움을 종종 겪었습니다.
법원장님께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실 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만약 있었다면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A: 물론 많이 어려웠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사법고시 선발인원이 100여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법대 정원이 180명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시운이 좋아 몇 년 후부턴 인원이 300명으로 늘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공부해 결국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그 어려운 시험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홀로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를 위해서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어머니를 위해 효도할 수 있는 길은 공부하는 것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합격했던 날 어머니에게 시외전화로 소식을 알린 후 모자가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7. 법조인으로서 자질, 덕목
Q: 법조인으로서 필요한 자질과 법원장으로서 필요한 덕목은 무엇입니까.
A: 법조인으로서 필요한 자질은 공정과 신독입니다.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수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원장으로서는 솔선수범, 선공후사, 감성소통이필요합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도 일치합니다. 인생에 있어서는 '내가 손해보고 살자'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내가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내가 손해를 보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마음가짐입니다.
8. 1만 시간 법칙
Q: 공부를 하다보면 스스로 포기하고 싶고 나약해지고 게을러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라고 자신에게 관대해 질 때마다,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A: '아웃라이어'책에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힘이 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진정으로 1만 시간의 노력을 했는가.'를 물어보세요!
9. 법원생활의 어려운 점
Q: 법원에서의 근무 시 느끼는 고충은?
A: 다양한 분쟁이 집중되는 업무환경 상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각자 적절한 취미나 운동 등으로 이를 스스로 극복, 조절해야 합니다.
10. 법원업무와 외국어
Q: 요즘 법전원에서 외국어 능력을 매우 중요시 하는데, 판사의 직무에 있어서도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가요?
A: 기본적인 어학능력은 구비하면 좋습니다. 업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외국 유학 등을 준비하는 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5년 정도 후에는 글로벌 규모에서 어학으로 인한 불편함, 외국어 능력 등이 빠르게 발전하는 자동 통, 번역 기술로 그 능력 차이가 0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11. 예술법원, 법정
Q: 제가 처음 부산지방법원 모의재판장에 들어갔을 때 여러 미술 작품들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재판정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데, 모의재판장은 여러 작품들을 배치시켜 놔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예술법정을 시작하시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선진 법정을 가진 선진 국가에서는 예술법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법원장님께서 미국과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국가를 연수하러 갔을 때 영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슬로 시청 내부에는 액자 안에 그려진 그림이 아닌 벽면 전체가 그림판처럼 그려져 있었습니다. 법원장이 되기 전에는 독자적 권한이 없어서 예술법정을 만들지 못했지만 권한이 생기신 후 창원지법에 가셔서 창원지법을 예술법정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예술가분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받아 전시해서 창원지법을 예술법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쉽지만, 부산지방법원은 고등법원이 함께 있어서 7개의 법정만 예술법정형태로 만들고 떠나지만, 후임 법원장이 잘 발전시킬 것입니다.
12. 제4차 산업혁명 관련
Q: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조계에 AI 도입에 대한 법원장님의 생각과 이로 인해 앞으로 법조계에 나올 상황 및 업무환경과 일자리의 변화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A: 지금 사법부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시범적 예산안이 마련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0년 후에 법조인의 50%는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업무는 AI가 대부분 처리할 것입니다. 속기사 또한 3년 후에는 대부분 일자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다른 행정업무로 업무를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13. 좌우명 등
Q: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으셨던 열정의 원동력과 좌우명을 알고 싶습니다.
A: 시간관계상 간단히 이야기 합니다.
좌우명은 “적선지가 필유여경”으로, 어릴 적 컨트리보이로 태어나 새벽부터 소여물을 주었던 부지런함과 순수함, 부모님께 효도하고자 하는 효심 등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뿌리는 뽑는 심정으로 “사랑과 정성”을 다하면 대개는 이루어집니다.
14. 법원조직의 특성
Q: 법원장으로서 느낀 법원조직만의 특징이 있다면?
A: 업무처리에 간섭이 없습니다.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 법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직원의 경우, 자기가 열심히 업무에 집중하면 개인적인 여가 시간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관들의 경우, 상당한 기간 동안 야근 등이 많고 업무가 고되지만, 숙달이 되고 경험이 축적되면 그 역시 할 만합니다.
15. 법관이 된 계기, 향후 목표
Q: 법관을 직업으로 삼으시게 된 계기, 향후 목적, 목표 등이 궁금합니다.
A: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친구들 따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법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는데, 마음 자세나 각오는 법관이 되고 나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은퇴 후에는 오랜 법관 생활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가족들에게 더욱 더 신경을 쓰고 싶고, 둘째로, 미국 대륙 나비넥타이 횡단일주를 포함한 다양한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16. 법원장 시절 보람된 추억
Q: 법원장님께서 지난 법원장님 임기를 되돌아 보셨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습니까?
A: 제가 창원지방법원에 1년 동안 법원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임식을 하는 도중 여직원 한 분이 올라와 노래 한곡(오빠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 저와 판사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눈망울에 눈물이 고여 이임사를 제대로 못하고 울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17. 법관으로서의 보람
Q: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이번에 부산지방법원 이임을 곧 하게 되면서 법원에서 저를 평가한 프로필 사항으로 기재된 것이 있는데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18. SNS 효용
Q: 법원장님께서는 SNS를 통해 다른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것의 효과나 장점이 있나요?
A: 현재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각 과마다 네이버 밴드를 만드는 등 SNS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그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즉시 답변할 필요는 없으며 하루 한 번 정도만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산법원통신 제101호 인용)
(2017.2.15.)
<이근후의 인생 조언>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라!
사랑도 능력이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터득 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면서 길러진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사랑하는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만나기를 즐긴다.
물론 가끔 혼자 있을 때 까닭 없이 눈물이 나곤 한다. 그것은 나이 먹은 이들이 느끼는 온갖 감정이 눈물 한 방울로 솟아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감정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밀려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다면 제발 푸념만 늘어놓지 말고 생각나는 사람을 찾아가라. 전화나 문자 한 통이어도 괜찮다.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때로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