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뼈가 신경을 누른다,
목 디스크가 신경을 누른다’ 는 얘기를 듣고
큰일이라도 날까 두려워하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일곱 개의 뼈가 인대, 디스크, 관절로 이어져 있는 경추(목뼈)는
머리를 받치고 고개를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일생 동안 많이 움직이는 만큼, 중년 이후에는
퇴행성 변화로 관절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관절과 인대의 비후(뼈마디가 굵어짐)를 초래하고
경추척추관(중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중
경추 부위의 척추관) 및 척추공(척추로부터 사지로 갈라져 나가는
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신경근 압박을 보여주는 MR사진(좌)과 척수 압박을 보여주는 MR사진(우)
신경근(척수에서 갈라져 나가는 가지 신경) 압박에 의한 증상은
팔이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는 듯한 통증)과
부분적 근력 약화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에는 증상 정도에 따라
통증을 조절하는 보존적 치료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추신경인 척수를 압박하는 경추척수증의 경우에는
젓가락질, 글씨 쓰기, 단추 잠그기 등 세밀한 손동작이 잘 되지 않고
심한 경우 보행장애도 나타납니다.
보행장애의 양상으로는 중심잡기가 힘들고 좌우로 휘청거리며
계단 오르내리기, 제자리 뛰기 등이 잘 되지 않거나
다리가 뻣뻣해지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경추척수증을 앓고 있다면 최대한 조기에 신경압박을 해소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추 신경 손상은 비가역적이어서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는
신경 압박을 해소하더라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추척수증으로 척수신경이 압박되어 신호강도가 증가한 MR사진(좌)와
척추체제거술을 이용한 전방감압술로 척수신경압박을 해소한 후 CT사진(우)
경추척수증으로 척수신경이 압박되어 신호강도가 증가한 MR사진(좌)와
후궁성형술을 이용한 후방감압술로 척수신경압박을 해소한 후 CT사진(우)
즉,
나이가 들면서 뼈마디가 굵어지는 관절염 증상이
경추(목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말초신경인 가지신경(신경근)을 압박할 수도 있고
중추신경인 척수를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가지신경을 압박하여 팔이 저리고 당기는 통증이 있는 경추 신경근병증에 대해서는
통증 조절을 위한 보존적 치료를 주로 하며 척수를 압박하는
경추 척수병증의 경우에는
신경 손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합니다.
참고로 경추신경근병증이 있다고 경추척수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환자들은 경추척수증으로 인해 손놀림이 어눌해지고
보행장애 등이 발생하는
증상을 중풍(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질환은 치료 방침이 완전히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김형민 ㅣ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