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째 참행복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마태 5,10-12)
• 의로움
의로움에 대해서는 넷째 복에서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마태 5,6) 이 의로움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의로움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하는 의로움은 어떤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의로움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 문맥에서 의로움은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과 교사들은 하느님께 순종하기 위해, 또 율법 때문에 박해를 받으면 인내하고 견디라고 권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 때문에 박해를 받으면 인내하고 견디라고 하십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한 인간에 불과하다면, 이런 주장이 자신을 하느님의 자리나 율법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기에, 예수님을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다인들에게는 불경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새 시대를 여시고자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우리는 그분을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하신 다음, 이어서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라고 하십니다. 박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심으로써 나자렛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신앙생활에 온갖 박해가 있을 것임을 예상하게 하십니다. 예수님을 부정하는 이들이 그분의 제자들까지 모욕하고 박해하고 거짓 증언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처음에는 박해를 받는 주체가 ‘사람들’인데 나중에는 ‘너희’로 바뀝니다. 너희는 우리를 가리키기도 하며 우리가 겪을 고난과 받을 상이 강조됩니다. 이렇게 여덟째 참행복은 2,000년 전 예수님께 이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은 물론,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주어진 것임을 실감합니다.
• 누가 박해했는가?
예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누가 박해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차적으로 그리스도인을 박해한 사람들은 유다인들이었습니다. 85년경 얌니아 회의를 기점으로 유다인들의 박해가 가시화되었습니다. 나자렛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유다인들은 모두 회당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그리고 테르툴리아노가 증언하듯이 그때부터 유다교 회당은 박해의 근원지가 되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당했습니다.
유다인들만 박해를 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도 가세했습니다. 이방인들의 박해는 주로 이방인 출신 신자들에게 집중되었는데, 그들이 동족들에게 박해를 받은 이유는 자신들이 새롭게 받아들인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지난날 자연스레 행해오던 것들을 하지 않자 동족들의 미움을 산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와 성향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 이들은 이교 신전에서 이루어진 같은 업종 상인들의 모임이나 친인척들의 모임에도 더 이상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또 피가 난무하는 원형경기장에도 가지 않았고 외설적이거나 우상 숭배적 내용을 다루는 극장에도 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방인들이 그들을 박해한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그동안 해오던 것과는 다른 태도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석공이 그전까지는 이교신들의 석상을 만들다가 신자가 되고서는 만들어 주지 않는다거나, 재단사가 이교 사제의 예복을 만들지 않는 것 등으로 동족 이방인들의 미움을 샀고 박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테르툴리아노는 그리스도인이 교사가 되는 것을 금하였는데, 그것은 다신교 신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박해는 로마 황제 숭배를 거부함으로써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마태오복음서가 쓰일 당시에는 본격적인 박해가 없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당시는 로마제국 시대였습니다. 로마는 남쪽으로 북아프리카에서 북쪽으로 영국까지, 그리고 서쪽으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동쪽으로는 시리아까지 방대한 영토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은 온갖 종류의 민족들, 언어들, 신앙들, 전통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로마는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통일시키기 위한 방법을 황제 신앙에서 찾았습니다. 제국 안에서는 어디에서나 로마 황제를 신으로 숭배케 함으로써 방대한 제국의 구성원들을 일치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은 누구나 황제 신상 앞에 나아가 향을 피우며 예배를 드리도록 했습니다. 식민지 백성이 로마 황제의 신상 앞에서 드리는 의식과 경배는, 그들이 로마제국의 질서에 순종하는가 순종하지 않는가를 가늠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일신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의식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배반자요 혁명분자요 불충한 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러한 것은 언제든지 대대적인 박해를 받게 만드는 소지가 되었습니다. 테르툴리아노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방인)이 어떤 이유로든 그리스도인을 법정에 고발했을 때 비록 그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 해도 그리스도인이란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았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순교자와 증인은 동의어로 쓰였습니다. 영어로 순교자를 뜻하는 단어는 martyr인데, 이 단어는 그리스어 마르튀스μάρτυς에서 유래했습니다. 마르튀스는 본디 ‘증인’이란 뜻뿐이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복음을 증언하면서 ‘순교자’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습니다.
250년 동안 계속된 박해를 종식시킨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25년에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였습니다. 공의회에 참석한 이들은 총 318명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눈이 멀거나, 손이 잘려 나갔거나, 다리를 저는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고문을 받아 그렇게 된 것으로, 참석자 중에 사지가 성한 사람은 단 12명뿐이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로마제국의 박해가 얼마나 모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숱한 순교자의 피로 물든 땅 위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례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