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보호자
우려한 일은 결국 터지고야 만다.
불행한 예감은 적중률이 높다.
누구라도 예외 없이, 예고 없이 행, 불행은 운명과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생을 갈취한다.
‘전화 통화 가능하신가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문자였다. 엄마가 뒤로 넘어지셨다. 하룻밤을 통증으로 지새고, 자식들이 아닌 요양보호사를 새벽같이 불러 병원엘 다녀오셨다. 입원이 절대적임에도 끝내 거절하고 집에 혼자 계신다고 했다.
기어코 닳고 닳아 다 해진 새끼줄이 툭! 끊어졌다.
망연자실 머릿속이 휑해졌다.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서둘러 퇴근한 남편과 장흥을 향해 달렸다.
엄마의 막바지 삶은?
한국 노인들의 비참한 최후가 곧 내 엄마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벌건 낮인데도 대문이 잠겨 있다.
담을 넘어 집에 들어섰다.
온 방문이 닫힌 채 후텁지근한 방 안 침대에 미동 없이 엄마가 누워 있다.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누워 있는 엄마.
tv에서 본 독거노인의 실상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금요일이면 다녀가는 딸사위가 뜬금없이 다른 요일에 온 게 본인의 통증보다 더 큰 신경 거리다. 이 상황에서도 자식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는 엄마의 강박증. 언제부턴가 엄마는 서서히 완고해져 갔다. 소통 대신 불통의 씨름은 속수무책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힘겨운 고통이 되어 갔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8여 년을 홀로 자신을 책임지며 살아오셨다. 병원 진료는 물론 엄마에 대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셨다. 자식들에게 어느 한순간도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하셨다. 동네 분들을 통해서 때론 엄마를 돌보는 생활지원사를 통해 엄마의 일상에 대한 이상 정황을 전해 들을 정도였다. 90세 이후부터는 자식들 집 방문에 스스로 금족령을 내리고 병원 진료도 거부하신다. 필요시엔 본인이 직접 병원엘 다녀오신다. 항상 ‘괜찮다. 내 걱정은 말아라. 자식들 덕에 잘살고 있다.’며 오히려 자식들 염려가 큰 엄마다. 뒤로 넘어져 다친 당일에도 평소처럼 자식들과 통화를 하고, 죽음 같은 통증을 엄마 혼자 견뎌내려고 하셨다. 손끝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말이다. 94세 엄마의 철두철미한 자식 사랑 법이다.
쏜살같이 내려온 동생이 미리 입원할 병원을 정하고 수속까지 마쳐놨다.
통증에 자지러지면서도 엄마는 119를 거부하고 입원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신다. 예전의 순순한 엄마가 아니다. 늙어가며 자신의 생각에 갇혀 고집이 세어진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막상 부딪히면 화가 치솟고 언성이 높아진다. 엄마의 아집과의 전쟁은 늘 나를 후회막급한 불효자로 만든다.
의사까지 동원하여 가까스로 엄마를 설득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토대로 요추 1번 압착 골절이란 진단을 받았다. 간단한 시술로 다시 걸을 수 있다니 천만다행이었다.
의료진들에 대한 부정의 시각이 한순간에 거둬졌다. 그저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에 감사할 뿐이었다.
막무가내로 싫다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계신 엄마.
전쟁터에 남겨진 전리품 같다.
벌레 먹은 낙엽인들 저리 초췌할까.
엄마는 왜 그리 급박하게 119를 거부하고, 입원을 거절했을까.
평소 사리 분별이 분명하고 총기 있는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119가 겁이 나고 119 사이렌이 무섭고 두려웠을지도 몰라.
엄마에게 입원은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됐을지도 몰라.
하얀 병상에서 끝내 소생 못한 생명이 아직도 생시처럼 가슴을 치고 있는지도 몰라.
70평생 영육 깃든 요람이 엄마를 틀어잡고 있는지도 몰라.
죽을 만큼 아픈 통증에 발버둥 하면서도 상식을 도리질한 엄마의 진심은 무엇일까.
자식들에게 온전히 기댄 채 숨을 고르면서도 자식들에게 절대 폐가 되지 않겠다는 엄마의 상반된 논리는?
가녀린 엄마의 숨구멍을 타고 흐르는 저 깊은 신음.
저 순간에도 엄마는 자신을 때리며 스스로를 책임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까.
이제껏 엄마는 누굴 의지하며 살아왔을까.
엄마의 진정한 보호자는?
......
엄마의 보호자는 바로 엄마 자신이었을지도 몰라.
그래, 엄마는 엄마의 보호자였어.
끝까지 엄마는 엄마의 엄마이고자 하셨어.
첫댓글 얼마나 놀라셨어요! 남의 일이 아니네요.ㅠ 자식 키우실 땐 온갖 고생 마다하지 않으셨으면서도 이제는 사소한 것도 자식에게 폐 끼친다고 손사래를 치시는 부모님, 속은 짐작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지요. 어머니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자식들 힘드는걸 볼수없지요.
나 혼자 참아내면 우리 자식들 힘들지않을테니 참아내야지요.
어차피 갈 목숨 조용히 가야지요.
내 자식들이 힘드는건 절대 못보지요.
금쪽같은 내 자식들 슬프게 하지말아야지요.
사모님많이 놀라셨죠?
저도 90엄마가 계셔 항상불안합니다.
그래도수술하시면 괜찮아 지신다니 너무걱정마시고 그분에게 맏기셔요.기도하겠습니다.
그냥 슬퍼요. 엄마의 보호자는 엄마이고 싶으셨다는 말이 ㅠㅠ
엄마의 보흐자는 엄마~공감이 됩니댜.
사려깊은 엄마와 자녀들의 마음은 어떠하셨을지~지금쯤은 시술후 안정이되어 가시겠지요. 어머님의 쾌차를 기원드리며
사모님과 가족모두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