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였던 햇님이 오늘은 고개들어 우리를 비추어주시네요.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우리도 푸르고.
서로 만나 웃으며 다시 걸어 배움터로 들어옵니다.
아침열기도 채 못하고 순천판으로 모입니다.
연극연습은 조명을 맞추는 작업으로 시작됩니다.
조명을 담당한 경원이는 침착하고 꼼꼼하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작동하고 기록하며 묵묵히 배워가고 있네요.
잠시의 틈을 타서 배우들은 자신들의 놀이를 즐깁니다.
드디어 연극연습이 시작됩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숨을 죽이고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참여합니다.
어제 몸앓이로 결석한 관율이와 도율이까지 함께 하여 사랑어린 마법을 풀어냅니다.
오전시간이 지나갑니다.
밥모심입니다.
어제부터 준비해 온 손수 빚은 찐만두와 만둣국입니다.
이 만두는 묵은지를 하나하나 깨끗하게 씻어 잘게 다지고, 텃밭 무를 긁어내어 짜고, 두부를 으깨어 물기를 제거하고, 숙주를 다지고, 고기를 다져 넣어 엄마, 아빠들의 손으로 빚었습니다.
만두는 여러가지 것들이 섞여 자신의 맛이 아닌 어우러지는 맛이 나듯이 연극도 함께 어울려야 한 편의 연극이 완성되는 것처럼
만두와 연극은 참 닮아보입니다.
애써주신 마을인생학교 동무들, 학부모님들, 공양지기 해리.
고맙습니다.
잘 모셨습니다.
밥모심을 마치자마자 다시 순천판으로 모입니다.
초등동무들은 무대에 나가지는 않고 그저 앉아 선배들과 연극선생님의 이야기와 움직임을 봅니다.
호통도 야단도 나를 단단하게 세우는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선배들을 보면서 어린동무들은 그저 경의로운 마음으로 선배들을 바라봅니다.
'나도 언젠가는 하고 말거야'
초등동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중등동무들은 남아 한참을 그렇게 더 연습을 합니다.
9학년 동무들은 틈틈히 에세이를 수정하고 신나다와 이야기하며 책을 준비하고 발표를 준비하네요.
후마는 오늘도 도마를 다듬어 드디어 6개를 완성하고 나무를 정리합니다.
모처럼 일꾼 마무리 시간에 여러 얼굴들이 보입니다.
함께 마음을 모으며 오늘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일들도 공유하며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에 눈 떠 갑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