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백제문화단지를 구경하고 국도를 따라 서천으로 내려갑니다.
사실은 지나는 길에 한산군 임천면 대조사 고려때 석불입상을 한번 보고가야하는데...
'응~ (나야~) 어디야?~'
한결같은 목소리와 토씨도 안 바뀌는 똑 같은 질문으로 벌써 3번이나 전화하면서
닭잡고 장봐서 뭘 준비해놓았다고
자긴 아침도 안먹어서 배고프다 빨리 오라는 독촉전화를 하니
감히 시간을 내서 들러볼 엄두를 못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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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은 동물농장입니다.
연못에는 기러기 한쌍이 놀고 있고 닭장에는 꽃닭, 오골계, 토종닭에 칠면조까지...
이중에 한마리가 백숙이 되었을까요?
언제든 맘대로 잡아 먹으라 그러지만 이미 닭들과 상견례까지 마친 터에
닭 멕자구까지 따겠다고 달려든다면 어디 그게 사람의 탈을 쓴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집에서 기른 닭을 잡으면 맛볼 수 있는 뱃속에 줄줄이 달린 애달걀에 대한
미련은 쉽게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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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중에 친구부인이 서천 게맛을 잊지 못한다고 전화로 장난삼아 흘렸더니
그것도 알아봤지만 철이 아니라 구하지 못했다는 친구 말에 그저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순대국이 내려가진 않았지만 맛있게 먹어줘야 차린 사람에 대한 예의겠지요.
왜 바닥까지 긁어 먹었던고 후회가 막심하지만 내색을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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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를 이렇게 날로 먹을 수 있다니 행운입니다.
나는 하나밖에 못먹었는데 같이 내려간 친구는 이거 몸에 좋은거라면서
하나 더 먹어 보라고 내가 점찍어 놓았던 새조개를 낼름 마누라 밥 위에 올려 놓습니다.
'야! 할 일 없으면 잔이나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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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 자연산 굴탕.
사이다를 좀 많이 넣었습니다.
식초와 쪽파를 넣으면 더 맛있는데 친구가 식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굴탕에는 양식굴보다는 역시 자잘한 서해안 자연산 굴이 제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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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하기 전의 닭백숙입니다.
아까 보았던 닭장 안의 닭'얼굴'이 떠올라 손을 못대고 있는데 사온거니 안심하고 먹으랍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뱃속에 알이 없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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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있어야한다면서 쭈꾸미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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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맛이랍니다.
야들야들합니다. 이것도 지 마누라 입으로 갑니다. '(자기야) 아~~~'
너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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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쏘맥'과 함께 먹으니 졸음이 살살 밀려오는데
'여편네'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친구 마나님께서 군산 이성당 단팥빵 얘길합니다.
전에 제가 사서 보냈던 게 잊혀지질 않는답니다.
술이 버쩍 깹니다.
'그래요? 가야지요.', '야. 이성당 전화번호 알구있니?'
순식간에 컴터 앞으로 가더니 전화를 걸어 알아 봅니다.
'빵이 3시쯤 나온대'
군산으로 가다 장항쯤에 남의 집 마당에 심겨진 백송이랍니다.
2억이 넘는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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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별 볼일 없는듯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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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벌써 단팥빵은 다 나가고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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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과 계산하는 손놀림이 거짓말 약간 보태서 손이 안 보입니다.
단팥빵 대신 야채빵과 찹쌀떡 몇개를 사고
소프트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나옵니다.
가진게 돈밖에 없다고 개나 소나 빵집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이런 집이 하나라도 버티고 있다는게 다행이지요.
아무쪼록 프랜차이스점 만들어 우릴 실망시키지 말고
계속 똑같은 빵맛을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내 아무리 멀더라도 찾아 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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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만 하면 못 씁니다.
문화산책도 해야지요. 부잔교라 불리는 다리입니다.
간만의 차이가 큰 곳에서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움직이는 접안부두지요.
일제시대에 수탈한 곡물들 실어 나르기 위해 구(舊)부두에 이런게 주르륵 있습니다.
이런걸 보고 식민지시대가 근대화에 일조했다고 우기면 좀 거시기 하지요.
인천 여객터미널쪽에도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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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군산항은 해양공원으로 변모되어 각종 군사장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료 있는거여?'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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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정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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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깨끗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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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조선시대의 판옥선, 거북선, 해전에 관한 모형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소나무로 만든 판옥선은 두껍고 단단해서 히노끼로 만든 왜선들과 부딪히기만 해도
얇은 왜선은 산산조각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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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산되는 잠수함, 이지스함 모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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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수송기 내부지요.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 수송기 내부에 들어가면 니콜라스 케이지의 콘에어가 생각납니다.
'히스 갓 더 호울 워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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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져 죽겠다는 소리를 꼭 들어야겠는지
간단히 '쏘주 한잔 빨러' 가잡니다.
'야, 제발 간단히, 간단히...'
서천종합시장은 관리비 인상문제로 시장측과 힘겨루는 중인지 대부분의 횟집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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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다 싶었는데 이대로는 못들어간다면 비인 근방의 해물칼국수집으로 가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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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이 고향인지라 우연히 만난 친척 동생분들도 합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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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아침에 안방에서 잤던 친구부인이 그럽니다.
두양반(저와 서천 친구)이 코를 어떻게 그렇게 골 수 있냐고 한마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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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과 무명씨 개입니다.
손님만 오면 남는 음식은 온통 제 차지니까 손님만 오면 초면이라도
흙묻은 발로 덥썩 안기며 반가와합니다.
이제 헤어지자니 좀 섭섭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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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에는 장날과 장 전날만 영업을 하는 국밥집이 있습니다.
근처 여행을 하면서 삽교장날과 맞췄다면 행운이지요.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광시라는 마을은 온통 정육점 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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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안할 수 없지요.
불빛만 봐도 맛있을 것 같지만 육사시미(뭉티기) 재료가 있는가만 확인하고 오늘은 패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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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교장 한일식당. 입구에서 쌀씻는 아줌씨에게 '나왔쓔'하니 '아유~ 오랫만이유~' 하며
반갑게 맞습니다.
사실 그 아줌마랑 일면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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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김치 정말 정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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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뻘개도 맵지 않고 오히려 답니다.
친구 부인은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먹고 다니느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합니다.
갑자기 집에 있는 마누라가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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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외에도 국칼국수가 새로운 메뉴로 등장한 모양입니다.
다양한 해장국이 있다는 것은 술이 우리 생활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반증이겠습니다.
술은 그만큼 생활에 윤기가 돌게 하기도 하고 또 이로 인해 엄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기도 하지요.
기뻐도 술, 슬퍼도 술, 외로워도 술... 어떤 이유로 술을 마셨던 간에
아침에 일어나서 대하게 되는 해장국에는 그만큼 애환과 회한이 녹아있게 마련입니다.
쓰린 속과 마음도 먹는다는 단순한 과정을 겪다보면 스을슬 달래지게 되고
간사한 인간은 또 어스름해지면 출출해지니 이거 참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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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양조장은 오래된 양조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견학도 가는 곳입니다.
그런 덕산 막걸리라니 안 먹어 볼 수 없지요.
중간 정도의 탁도에 약간 달싸해고 막걸리 고유의 냄새를 줄여 여자분들 취향에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날 저녁에는 부인네들이 밥을 안해서 편했을거로 믿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친구야,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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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식도락 탐방기에 문화유적 답사기 까지 ... 이젠 소설을 쓰셔도 되겠습니다
제가 해병대출신이라 위사진의 676 함과 비슷한 배를 여러번 타 보았는데 이런 배는 상륙함
(LST-Landing Ship, Tank) 이라고 부르며 이 배에 국군의날 선보였던 상어이빨이 그려진 장갑차
비슷하게 생긴 상륙정 (LVT-Landing Vehicle Tracked)과 해병대원을 싣고 적해안으로 출동하여
해병대원을 LVT에 태운후 바다 가운데서 LST 문을 열고 LVT를 바다로 내보내어 해안으로 전속력 돌진
상륙을 감행합니다 해안이 접수되면 LST가 해안까지 접안하여 보급품을 실은 트럭이나 탱크등을 쏟아내죠
이제 출장 끝난건가요? 마라톤맨!
동아마라톤 참가하시는건지 모르겠네요.
fotomani의 사진을 읽으면 ..행복하다. 별로 비싸 보이지도 맛있을 것 같지 않게 보이는 평범한 음식들이 덕은이의 구수한 입담에 양념이 버무려져서 올라오면 아무리 소박한 음식도 이미 대장금의 손길 거친 듯이 진해 산미가 되어 우리들의 식욕을 마구 마구 자극하고 시도 때도 없이 침을 고이게 하는 당신은..정말 ..못됬다.
요즘은 한술 더 떠서 배부르고 나면 꼭 문화 탐방, 문화유산 이야기가 따르니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고 다양한 지식을 마구 마구 불어 넣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준다.. 그런디 자네 부인은 어따 놔두구 계속 친구 부인 얘기만 하는겨?
마눌은 다리 아프다고 함께 가질 못했습니다. 서천은 인구가 별로 없는 읍인데도 사진처럼 어시장이 상당히 큽니다. 쭈꾸미나 게철에 가면 괜찮지요. 맞습니다. 크게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먹는게, 머리 위에서 딸랑딸랑 종쳐주는게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닌가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