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손, 빈 무덤
우리 가톨릭에는 수많은 성인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랑스런 103위 순교자 성인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을 발견하거나 명작을 썼던 창조자들입니다. 그러나 성인들은 무엇을 만들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인생 자체를 완덕의 경지로 창조한 사람들입니다.
그 성인 중에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분은 소화(小花) 데레사(1873-1897)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극적인 인생을 산 것에 비하면 성녀의 생애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15살에 봉쇄수도원인 갈멜수녀회에 들어간 성녀는 24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이처럼 짧고 단순한 인생을 살아간 성녀임에도 불구하고 데레사 성녀는 우리 신자들 누구나의 가슴속에 피어난 한떨기의 작은 꽃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언제나 ‘작은 것’을 꿈꾸었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아무쪼록 작은 모래알이 언제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 즉 모든 사람의 발 아래 있기를.”
성녀가 쓴 편지처럼 작은 모래알이 되기를 소망했던 이 성녀는 자서전 속에서 자신을 주님의 ‘작은 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1897년 9월 30일 숨을 거두던 날 아침 성녀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이 생명의 저녁에 나는 ‘빈손’으로 당신 앞에 나아가겠나이다.” 평생 ‘작은’, ‘더욱 작은’, ‘더욱 하찮은’ 존재를 꿈꾸었던 이 성녀는 그 작은 존재마저 버리고 마침내 텅 빈손이 되었습니다. 죽기 전 이 성녀는 우리에게 장미의 꽃비를 내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의 주님도 돌아가신 후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그러나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그러나 주님이 부활하시기 전에 주님께서 묻히셨던 무덤이 먼저 텅 비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두 손이 텅 비었을 때야 비로소 우리의 두 손이 합장되어 기도할 수 있는 것처럼 무덤이 비지 않으면 주님도 부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합니다. 죽어서 무덤 속에 묻혀야 합니다. 그런 후 마음의 무덤은 성녀의 빈손처럼 무(無)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살아계신 주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처럼 새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장미꽃비를 내려주시는 데레사 성녀이시여! 이 생명의 저녁에 빈손으로 주님 앞에 나선 당신을 본받아 빈 무덤을 이룰 수 있도록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사랑의 주님, 데레사 성녀가 작은 모래알이 점점 작아져 드디어 무로 돌아가도록 기도해 달라고 편지에 썼듯이, 우리도 당신을 본받아 텅 빈손을 이룰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아멘.
첫댓글 “기도해 주세요. 아무쪼록 작은 모래알이 언제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 즉 모든 사람의 발 아래 있기를.”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