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쨍, 하늘도 쨍.
동지가 가까워지니 아침 늦도록 어둑하다가 어느 순간 환해졌어요.
오늘은 바람이 찬 느낌을 갖고 걷기를 시작하는데 좀 걷다보니 몸에 열기가 느껴지네요.
모처럼 서해, 몽돌이 그리고 그의 벗들이 한꺼번에 산책에 나섰군요.
동지는 내일모레 방학식 날이라 오늘 동무들과 함께 새알심을 빚어 동지 팥죽을 해먹습니다.
동글동글 곱게 빚은 새알이 든 팥죽을 모두 참 맛있게 먹었네요.
우동이 할머니께선 아이들인데 정말 팥죽을 잘 먹는다 칭찬하셨지요.
그러게요.
피자집 알바하는 승희 언니 이야기론 요즘 젋은 이들은 피클도 거의 손에 대지 않을 만큼 채소는 안먹는다는데, 우리 동무들은 배추 나물과 동치미가 맛있다며 몇번씩 떠다먹는 것을 보니 어릴 때 식습관이란 것이 평생을 좌우하나 봅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오후에는 천지인들은 서울의 봄 영화를 보러 출타하였고, 456학년 동무들은 큰바위 얼굴 연극 연습을, 123동무들은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 글씨 꾸미기를 하였어요.
그리고 123동무들을 초대하여 큰바위 얼굴 연극을 무대에 올려보았네요.
하나의 극을 완성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선은 다하되 마지막 순간까지 공연으로 올리기엔 적합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는 지혜와 용기도 필요한 듯 합니다.
456동무들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좋은 배움의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9학년들의 에세이 발표 연습은 밤마다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밝아지고, 서로의 아픔을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시간이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요.
단순히 사춘기 또래들의 고민이 아닌 지금 나의, 우리의 고민을 이때부터 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해마다 에세이를 함께 쓰며 느끼게 되는 것은 '관계' 즉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것을 평생 고민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구나 싶습니다.
오늘 한동무가 다른 동무에게 이런 고백을 하더군요.
"나는 정말 너를 모랐었어. 이제야 네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했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한사람이 마음을 여는 순간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가슴이 자연스레 열리고 나아가 온 우주의 문들이 열리는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이렇게 깊고 깊은 겨울날이 여물어 갑니다.
몸 앓이를 하는 동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빛! 보내며...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