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려고 했다.공연이 너무 늦은 시간이고 날씨는 춥고.."언니 빠지면 안 돼요.'시'음을 어쩌려구요"
고민 끝에 마지못해 빠른 준비를 한다.검은색 반짝이 무대복을 입고 두꺼운 코트를 걸친다.부산하게
가보니 무대 준비가 한창이네.'학부모 재능기부 동아리 발표회'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다.눈발은
날리고 왜 이리 바람은 불고 스산한지..학부모 재능기부 동아리는 취미를 넘어 다양하고 전문적인
활동으로 학부모들의 재능을 키우고 학교와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형식의 의미있는 활동이다.우리
학교가 연주하는 것은 밤벨 대나무 악기로 각자 높고 낮은 음계를 연주하는데 할머니도 가능하다.
더구나 모르는 척 악보를 쳐다보니 나같은 무대공포증 환자는 시선이 불편하지도 않다."웃으세요,몸을
살짝 흔드세요."난 과거로부터 이어온 공황장애로 인한 작은 여파로 웃는게 어색하고 흔들기는 더
힘들지만, 내가 맡은 것은 낮은'시' 잘 등장하지도 않아 행복할 지경.등대지기,에델바이스,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했다.그 혼란한 와중에도 구세군이 사회봉사 활동하는 기분이 머리속을 스친다.
화려한 합창단,하모니카 연주,팝송을 부르는 통기타 가수들,동극, 우크렐라 연주.우크렐라는 하와이
전통 악기로 4개의 현으로 되어있는 작은 기타의 모양이다.우크렐라는'작은 벼룩'이라는 뜻이라니.오카리나
수화, 신명나는 사물놀이..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만 빼놓고 정말 수준급이다.가장 나를 미치게한 것은 단연
두드림팀의 난타였다.초등학교 학부형들의 거침없는 두드림,특히나 '징기스칸'노래에 맞춘 연주.그 노래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난타에 이리 어울리다니..'징 징 징기스칸..'내 안에 무엇이 있나,왜 그토록 북소리에
열광하는가.무언가 맺히고 얽힌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화산처럼 분출되는 느낌을 맛본다.사물놀이에서도
빠른 박자의 장구,북이 흥겨움을 더해주는데,장구는 한민족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최상의 악기겠지.덩덩
궁덕궁 궁덕궁덕..장구장단에는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세마치,굿거리장단들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런데 징, 꽹과리는 절대 배우기 싫다.아이구 요란한 소리..지잉~꽤굉꽤굉..왜 내겐 소음일까.
무대 입장을 하며 아이의 모습을 힐끗 보니 씨익 웃고있다.부끄럽지 않은 자신감을 보여줘야할 텐데..다짐을.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다.서로 지나치며 격려한다. '잘 하세요'..광주 한 지역을 사는 우정의 하모니다.결과가
나와 환호하지만 그냥 서로 같이 나눈 아름다운 축제인 것이다.그토록 인기가 치솟던 난타는 장려상이네..
그래도 좋다고 춤을 추고 호들갑스런 모습들이 보기 좋다. 함께 공연을 본 아이의 말,"엄마,다들 젊었을 때
놀아본 사람들 같아,왈가닥 아줌마들.."눈은 내리고 어둠이 내리고 겨울은 우리 곁에 다가온다.가길 잘했다.
첫눈 오는 날의 특별한 경험인걸..와! 눈이다.
첫댓글 아휴!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 못본게 아쉽네요. 내년에 또 하면 꼭 가보고 싶네요.
다들 어쩌면 그리 몰입할 수가 있단 말인가.시작부터 끝까지,너무도 좋아하는 음악,
너무나 푹 안겨있는 모습들에 전율까지.너무 행복한 모습들.그래서 연주에 심취하는구나.
혼자만이 아닌 여러사람과 어울리고 나누는 관계의 힘,광주 학부모들의 힘이다.
첫눈 오는 날 수백 명 앞에서 뽀뽀했다가 아님..제목이 좀 상상을 하게하니 좀 그러네요..
언니 저는 딸아이 중학교때 사랑울림 사물놀이 에서 장구를 쳤었어요.
흥겹게 사물놀이를 배워 광주 학부모 동아리 발표회때 금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지요.^^
언니의 매력을 많은사람 앞에서 선보일 기회가 있었다니 말씀 하셨움 꽃다발 들고 갔을텐데
아쉽군요.
첫눈오는날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웃을수 있었던 날이어서 더욱 기쁜날 이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