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반 친구들과 함께한 목포 여행
진주 농림고등학교 농업과 2반 친구들이 격월제로 반창회 모임을 갖는다. 그런데 2018년 10월 30일에 기차를 이용하여 순천시티튜어를 했다. 진주로 돌아와 저녁 식사 중에 이정환 동기가 제안을 했다. 전라도 방향으로 섬 여행을 가면 자기의 차량이 7인승인데 그것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기에 손수 운전기사 노릇까지 자청했다.
그 친구는 국내와 국외의 여행 경험이 정말 많다.
그 의견을 존중하여 김영술 회장이 신안섬 여행 날짜를 2019년 1월 16일로 정하고 추진을 했다.
내가 15일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던 중 내일 떠날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면 운전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 모두가 무리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 거리가 멀어 운전해야 하는 시간이 길고, 또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여행 계획을 목포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향과 함께 오전과 오후 일정을 잡아 회장에게 메일로 보냈더니 회장이 그것을 수용하고 회원들의 동의 아래 목포로 가도록 급히 계획을 바꾸었다.
이정환 동기가 어떻게나 운전을 잘 하던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1시간 일찍 목포에 도착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관계로 계획했던 일정에서 오전과 오후를 바꾸면 저녁을 진주에 돌아와서 먹어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박물관을 견학하고 오후에 유달산을 오르기로 했다.
목포에는 여러 종류의 박물관이 있는데 관람하기 좋도록 한 지역에다 다 모아 두었다.
박물관은 테마별로 조성했는데 정말 심혈을 기우렸다. 수많은 자료를 유목화 시킨 후 현대의 감각에 맞도록 전시관을 만들었는데 많은 돈이 들었을 것으로 여겨졌다.
박물관을 세심하게 보려고 하면 며칠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와 같이 당일로 온 사람은 주마강산 격으로 대충보고 지나가야만 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목포 해양 박물관이다.
해양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난파선을 수중 발굴하여 보존 처리한 후 전시해 둔 옛날 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를 당한다. 더욱 실감이 나는 것은 이 박물관은 바다와 실제로 접해 있다.
제 1 전시실에는
고려시대 서남해의 난파선들과 해운 조창제도를 보여주고 있다.
보물들 중에는 수만 점의 청자와 각종 상품, 그리고 목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조운제도와 상품, 생활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어떤 먹거리를 먹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갈무리하여 보관하였고, 상품을 어떤 식으로 유통시키고, 청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소상하게 알 수 있게 전시해 놓았다.
제 2전시실에는
1976년에 발굴을 시작되어 1984년까지 9년에 걸쳐서 발굴 조사한 신안선과 신안선의 유물들을 전시해 두었다. 세계적 보물선인 신안선의 발굴과 함께 한국 수중고고학도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신안선 발굴의 계기는 고기잡이 그물에 우연이 걸려온 도자기에서 비롯되었다. 1975년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어부 최형근 씨의 그물에 청자꽃병을 비롯한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목포에 해저유물 보존처리소가 설립되게 되고, 그것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발전하면서 해양박물관이 만들어지게 된 효시가 된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신안선은 1323년 당시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 항구였던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 항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자단목과 약재, 향신료 등을 싣고 저장성 닝보항으로 출발한 뒤, 닝보항에서 룽취안요와 징더전요 등 중국 각지에서 만든 도자기를 배에 가득 싣고 중국을 떠나 일본의 하카타 항과 교토를 목적지로 출항한 배였다. 최대 길이 34m, 최대 폭 11m, 100명 정도가 승선할 수 있는 200톤급 원나라 선박이었다. 도자기류가 23,502점, 동전이 28톤(약 8백만 개), 자단목 1,017점이 발견되었으니 규모와 내용면에서 보면 엄청난 보물 선이었던 것이다. 청자를 비롯한 각종 자기, 자단목, 약재, 향신료, 중국 돈, 금속, 석제, 유리, 식물, 문방구 등 각종 상품을 운반하는 거대한 무역선인 셈이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생활도자기 박물관이다.
1층에는 어린이 체험 실, 옹이공방, 도자자료실이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어린이들이 직접 흙을 빚어 여러 가지 도예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옛날 가마 모양도 실제로 만들어 두었다.
2층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창의력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3D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 흙 밟기 게임 등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도자기를 빚어 생활 예술품을 만들어 1층에 전시해 두었는데 그 정교함에 절로 감탄하게 되더라.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은 산업도자 상설체험 공방인 "옹이공방"이었다. 머그잔과 접시, 공기세트 등을 세라믹 종이를 이용해 직접 디자인하고 꾸밀 수 있는 세라믹 색종이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는데 창발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도자기에 대해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의 둘째 딸이 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KBS에서 처음으로 특별기획한 ‘도자기’ 라는 6부작이 있었는데 그 작품의 작가였다.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3년 동안 세계 각국의 박물관을 방문하고 석학들을 만나고, 관련 자료를 모아 도자기로 세계 역사를 해석한 시나리오를 써서 동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 작품이 방영한 그해 방송대상과 방송협회장 상을 수상했다. 나는 그 6부작을 몇 차례 시청함으로써 도자기가 인류의 문화발전에 공헌한 점과, 제작과정, 유통과정, 우리나라 도자기 기술의 수준, 청화백자의 우수한 점,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발전한 원천, 도자기의 대량 생산의 기술공유가 된 사건, 서양의 도자기 산업이 오늘날 크게 발전하게 된 연유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파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대곡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강진 칠량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했는데 그 학교와 교류 하면서 강진 도자기 제작 체험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경험한 생생한 체험도 도자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세 번째로 찾은 곳은 목포 자연사 박물관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초식공룡의 골격과 육식 공룡 골격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가운데 배치된 공룡의 골격은 쥐라기시대에 살았던 '디플로도쿠스 카네기아‘의 모형이다. 무려 크기가 26m나 된단다. 육식 공룡의 관절이 투박한 것은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공격하는 알로사우루스 등 원본은 대부분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에 있는데 다른 박물관의 것은 거의 복제품이라고 해설했다.
'지질관'에는 꽃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각종 광물이 있다, 남청색을 띠는 아콰마린의 영롱함, 붉은 장미색을 띠는 능망간석, 자수정, 휘안석 등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신생대 포유류 등의 진화 과정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알 둥지 화석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목포 문예 역사관이다.
운림산방의 창시자이며 남종화의 대가였던 1대 소치 허련,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화백이 대를 이어 수집하고 창작한 수석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남농은 남종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신 남종화의 화풍을 일구어 내신 분이다. 목포에 살면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고, 또 생전에 수집한 수석과 선대의 작품을 목포시에 기증함으로써 일반인들이 그 아름다운 예술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선각자이시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이곳의 방문을 끝으로 오전 일정을 끝냈는데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갓 바위와 별도로 마련된 남농 수석전시관을 참관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점심을 먹으러 횟집으로 갔다. 점심식사 가격은 좀 비싸도 맛은 있었다.
식사 후 유달산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였다. 노적봉 건너편 유달산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목포 시가지를 구경하면서 유달산에 올랐다. 유선대를 거쳐 1등 바위 바로 앞의 전망대 까지 올랐다. 1등 바위 쪽은 케이블카 공사 중이어서 오르지 않았다. 능선을 타고 갔다가 조각공원 방향으로 하산을 할 생각이었으나 일행 중에서 먼저 하산한 사람이 있어서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바로 하산을 했다. 하산을 하니 3시 30분이었다. 만보기를 보니 12.800보 걸었다. 바로 차를 몰아 진주로 돌아왔다. 6시 40분 경 진주에 도착했다.
아무튼 여행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것이다. 생소한 것을 보고 듣게 되면 자극을 받게 되고 그것에 의해 스스로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오늘 박물관에서 고려청자를 보고 유달산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니 그 색깔이 그 색깔이다. 청자를 빚을 때 최고의 아름다운 색깔은 雨後靑天(우후청천)이라 했다. 즉 비온 뒤 맑게 드러낸 하늘의 색을 말한다. 나는 그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불현 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목포해양박물관 전시품
목포 생활도자기 박물관
목포 자연사 박물관
목포 문예 역사관
첫댓글 목포유달산 말고 또다른 해양 박물관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
목포해양박물관 대단 하네요!
"雨後靑天" :청자를 빚을때 내는 최고의 아름다운 색깔, 참 마음에 와 닿는 표현 이네요.
카페 산호정에는 김상민 교장 선생님의 많은 유익한 글들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인 글들은 모아서 책들을 펴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여 기 발간을 하시지는 않어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