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제 만남을 통한 대화보다 텍스트 기반의 연락을 통한 친밀감 형성에 익숙해졌다. 올해 한국방송학회에 발표된 이화여대 최윤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일상 속 연락을 주고 받을 때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모바일 메신저(44.9%), 음성통화(38.1%), 문자(17%) 순이었다. 특히 65.1%의 경우 음성통화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전화를 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텍스트 기반 소통이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메신저나 SNS를 통해 진행되는 여러 비대면 대화 중 ‘오픈채팅방’을 활용한 특별한 모임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고독한 000’, ‘거지방’ 등도 비대면 소통이 활성화 되면서 나온 하나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오픈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실제 참여하며 정리해봤다.
최근에 눈에 띄는 '오픈채팅방' 모임의 주제 TV콘텐츠 같이보기였다. 인기있는 오픈채팅방 모임으로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같이 보기‘ 모임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익명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실시간 대화를 시작한다. 얼굴도 모르는 완전한 타인과 공통 관심사인 'TV프로그램'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나는 SOLO' 오픈채팅방 이용자 송모(21)씨는 "실시간으로 익명의 사용자와 오픈채팅방에서 얘기하면서 프로그램을 보면 더 재밌다"며 "현실 친구들과 모여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보는 것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유행하는 오픈채팅방 중에는 일명 '00팟'도 존재한다. '넷플팟', '애플뮤직팟'과 같이 여러 사람이 같은 어플을 공유하며 사용하면 어플 이용 가격이 더 적어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자신과 같은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며 씀으로서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 그 이유이다. '웨이브팟'과 '애플뮤직팟', '라프텔팟' 등 다양한 오픈채팅방 이용자 이모(21)씨는 "어플 한 달치를 저 혼자 모두 결제하기엔 부담되는 것 같다"며 "돈을 내는 만큼 어플을 자주 이용하지 않아 돈이 더 아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 오픈채팅방 모임을 가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픈채팅방 활용은 지역 상인에게도 나타난다. 실제 카카오는 '우리동네 단골시장'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상인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진행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해당교육을 통해 전국 20개 시작 상인회와 899명의 상인들이 참여해 총 9119개의 카카오톡 채널이 개설됐으며, 약 7만9492명의 카카오톡 채널 친구 수를 기록했다. 지역 상인들은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아도 채팅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고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오픈채팅방을 활용했다.
이에 더해 오픈채팅을 활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비중도 높아보였다. 지역별로 검색해보면 헤어샵, 꽃가게, 카페 등을 홍보하는 것을 비롯해 스튜디오, 헬스장, 부동산 등 수많은 분야의 업체들이 상담과 예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오픈프로필을 통해 지역/업종을 넣어 검색이 가능하도록 해놓는 형태가 많았다.
지난 5월 중순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오픈채팅 Lite'가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오픈채팅 Lite’는 실시간 기상 상황부터 지금 뜨는 드라마까지 대중성 있는 다양한 주제 아래 여러가지 채팅방에서 가볍게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채팅 형식의 채팅방이다. '눈 감고 따라 쓰기', '대신 결정해드림', '밸런스 게임' 등 매우 가벼운 주제부터 누리호 발사, 프로야구 등 화제가 되는 주제로 대화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혼자 쓰는 편지' 채팅방은 미래의 나에게, 나의 최애에게, 나의 가족들에게 등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공간에서 익명으로 작성할 수 있다. '혼자 쓰는 편지' 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나 나를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말 등 다양한 편지를 남겼다. '오늘 마신 커피 인증하기' 채팅방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에 관련해 대화를 이어나가거나, 오늘 마신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예린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