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조미학》 1호를 펴낸 사람입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초대 회장인 가람 선생 때 《정형시》라는 회지를 발간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어지지 못했고 그 뒤 회지가 나오긴 했으나 미약하다고 느껴 반 연간지 《시조미학》을 우리 회원의 뜻을 받들어 내게 된 것이지요. 좋은 시조가 발표되고 신인도 발굴되고 소식도 서로 나눌 자리가 되어 다행입니다. 모처럼 권두언 청탁을 받아서 이렇게 제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3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 첫째는 ‘시조집을 사서 읽자’는 의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많은 책이 발간되고 있습니다. 시조집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의 호응을 많이 받는 책으로 뽑히거나 주목받는 시조집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시조집상’을 만들어 시상을 하고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상자 수를 늘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독자들이 시조에 관심을 갖게 하는 행사로는 별 성과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기회에 자기 기호에 맞는 시조집을 사서 읽고 또 그 시조집을 주위에도 많이 권해서 좋은 시조집을 여러 출판사에서 펴내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얘기입니다. 시조는 독자층이 너무 엷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라도 서로 좋은 시집을 사서 읽게 되면 메이저급 출판사에서도 시조집 간행에 주저하지 않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둘째는 시조를 기회 있는 대로 우리 회원들이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문학교육이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학교에서도 이루어지고 평생교육 차원에서 각 사회기관에서도 이루 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조의 경우 이 활발한 여러 장소에서 많이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초·중· 고에서 교육과정에 시조 짓기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교육기관에서도 우리 시조시인들이 의욕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으면 시조교육은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창작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도 시조는 거의 가르치지 않고 또 가르칠 강사 구하기도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 결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 하면 신춘문예에 투고자 수가 줄고 그렇게 계속 줄면 시조부문은 없어질 수가 있고 학생 백일장에서도 학생이 안 모여서 행사를 못 하게 됩니 다. 결국 시조를 읽는 독자도 자꾸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장소나 지역 문예행사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고 시조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시조 짓는 법을 독립운동하듯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시조작품을 대중 친화적으로 쓰려고 노력해 보자는 것 입니다. 이 말은 문학성을 도외시하고 독자들에게 아부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소재를 찾고 우리의 생활 감정을 표현해서 난해의 숲에 빠지지 말고 독자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자는 얘기입니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문학 전체가 일반 사람들과 멀어져 가는 형국입니다. 여자고등학교에도 문예반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 소설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동문학도 수요자의 증가로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시조는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시를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모든 회원님의 건승, 건필을 기원합니다.
이우걸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경북사대 역사교육과, 경희대 교육대학원 졸업. 경남문인협회 회장, 경남문학관 관장,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의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시조집 『이명』 『모자』 『아직도 거기 있다』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 이여』 등 20여 권. 시조평론집 『현대시조의 쟁점』 『우수의 지평』 『젊은 시조문학 개성 읽기』. 산문집 『풍경의 해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