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 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ㅡ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ㅡ 울라브 하우게 (노르웨이, 1908~1994) , 울빅에서 태어나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과수원 농부가 되어 평생 일했으며 그곳에서 사망했다. 거의 독학으로 배운 언어들을 통해 시들을 읽고 번역했으며,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고향에 하우게 센터가 있다
ㅡ 작년 9월에 어느 중앙일간지가 창비와 문지사 출신 시인 80명 설문조사 중 소개하고 싶은 외국 시(집) 중 울라브 하우게의 "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를 세번째로 꼽았다......
첫댓글 바람과의 어울림은 언제나 기분이 좋던데요.
가끔 난폭함에 눈 한 번씩 흘겨주긴 하지만.. ㅎㅎ
멋진 시인에 멋진 시.
겨울 나무들에게 깊게 인사했습니다.
멋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