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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으로 떠난 네 명의 위대한 탐험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약 1백년의 시차를 두고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경쟁했던 네 팀의 탐험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최초의 남극 정복이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해 경쟁했던 아문센과 스콧의 기록과 더불어 21세기 초반 무조력 남극 정복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나란히 도전했던 오브레이디와 러드의 탐험기라고 하겠다. 남들이 밟지 못했던 곳을 가장 먼저 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탐험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탐험 동기라고 한다.
원래 북극점 정복을 목표로 했던 아문센이 남극점 도달에 도달했던 것은, 나중에 잘못된 정보로 알려졌지만 누군가 먼저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해군으로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남극점 정복을 준비했던 스콧 대령은 아문센이 남극을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먼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밀린 스콧은 아문센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주어야만 했지만, 당시로서는 남극점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부상을 숨기고 도전했던 대원들과 무리한 일정 탓에 스콧 대령 일행은 남극에서 귀환하지 못하고 생을 마치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팀들이 남극점에 도전하여 성공했기에, 21세기의 도전자들은 탐험 도중에 아무런 외부의 도움도 받지 않는 무조력 탐험에 나서게 된다. 서로를 의식하는 경쟁을 펼친 끝에 두 팀 모두 남극점 도달에 성공했지만, 이미 첨단 장비를 갖추고 출발했던 그들에게 과연 ‘무조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던져지기도 했다. 이 책은 이들 네 팀의 남극점 탐험의 기록을 ‘준비’(제1편)와 ‘경주’(제2편)라는 제목으로 구분하여, 나란히 배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각각의 팀들이 탐험을 준비하고 도전했던 여정을 소개하는가 하면, 때로는 서로 경쟁하는 이들의 상황을 비교하여 서술하는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아문센의 갑작스러운 도전이 없었다면, 스콧 팀이 귀환에 실패하여 죽음을 맞이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목표를 바꿔 남극점에 도전했던 아문센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후에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적시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경쟁을 통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로 인해서 불필요한 행동이 시도되고 그 과정에서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누군가의 행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때로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저 이들의 도전은 탐험가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작은 기적”이라는 루 러드의 말처럼, 자신이 목표한 바에 도전했고 그것을 완수한 것으로 각자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교훈일 수 있다. 이들에게는 남극점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라고 한다면, 우리 각자에게는 작건 크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기에 그에 걸맞은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이들처럼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고 탐험에 나설 수는 없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순응하기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삶에 활력을 안겨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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