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예찬론
정 성 삼
가로수는 길 따라 심은 나무이다.
가로수는 도로를 보호해주고 사람에게 아름다운 풍치(風致)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하며, 도로의 차량 소음을 줄여주고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며, 곳에 따라 시계(視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태종 5년(1405)에 이미 서울 장안의 도심 거리마다 나무를 심고, 지방에는 10리마다 나무를 심어 이정표로 삼았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단종 원년(1453)에 “우리나라는 주나라의 제도를 본받아 일찍부터 길가에 나무를 줄이어 심었으나, 근래 와서는 나무를 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어놓은 나무도 베어가고 있어서 내년 봄부터는 도로 양변에 토양 따라 소나무, 밤나무, 배나무, 버드나무 등에서 골라 심고 잘 보호하겠다는 관원의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자료를 미루어 볼 때 몇해 전 “을지로에 밤나무를 심어보자, 밤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 가리라.”는 운치 있는 유행가의 노랫말과 같이 실제로 밤나무를 서울 장안 길거리에 심었던 때도 있었다.
예로부터 유명한 가로수는 수원 장안문에서 북쪽으로 향한 도로 양변의 능수버들, 왕버들, 소나무 길인데 지금도 오래된 소나무는 그때 심은 나무로 보고 있다.
이 가로수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묘가 있는 현륭원에 참배하러 다니던 길에 심은 것이다.
일제강점기시대에는 서울도심 도로에는 가죽나무를 심었고,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포플러, 은행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 가로수로 선정되는 나무의 조건이나 기준이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대개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서 길바닥에 광선을 투사시키고, 여름에는 녹음을 많이 주는 수종(樹種)을 심고, 매년 가지를 다듬어 크기를 조절해 주고 있다.
최근 연구기관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5대 가로수 수종은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은수원사시나무, 포플러, 수양버들 등이다.
은행나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재본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이들 수종이 충해에 약하거나 도심의 식재환경이 생육조건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도로에는 자치단체가 백합나무, 히말리아시더, 메타세콰이어, 단풍나무, 왕벚나무, 층층나무, 회화나무, 해송, 편백나무, 자작나무, 모과나무, 버즘나무, 이팝나무, 녹나무, 오동나무 등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선택된 나무를 심었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감나무, 사과나무 등의 유실수와 화목류(花木類), 상록침엽 등을 식재하여 다양화하고 있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의 길은 한때 ‘없애네마네’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길로 명성을 얻으면서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다행한 일이다.
백양사 입구 거리에는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고, 여수나 제주도 쪽에는 동백이나 종려나무를 많이 심었다.
하동의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에 이르는 10리 도로 양쪽 벚나무는 봄에 ‘10리 벚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녹음의 ‘터널을 이루는 곳’은 가볼만 한 곳이다.
대구에는 동대구로(路) 거리에 히말리아시더가 심어져 있다. 이 나무의 두터운 그늘은 여름철 교통신호를 대기하는 차량에 시원함을 주고, 소음을 줄여주며 대기오염을 정화시키는 환경적인 가치 외에 나무 많은 대구를 상징하는 명물이다. 히말리아시더 가로수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히말리아시더는 히말라야가 원산지이고 개잎깔나무 또는 설송(雪松)이라고 부르는 상록침엽교목이다.
수관(樹冠)이 장대하고 가지가 고루나서 그 모양이 단정한 나무로 알려져 왔다.
추위와 더위, 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자연적인 어떤 변화에도 잘 이겨내야 하는 인간의 굳건한 표상을 보여주는 나무로 예찬하여 왔다. 그래서 여러 학교의 교목(校木)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각급 학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는 도심지 거리의 가로수가 콘크리트로 가득찬 단조로움을 줄여주고 사람들의 시각을 부드럽게 해주는 심미적 효과는 복잡한 현대생활로 인한 보편화 되어가는 도시인들이 탈정서(脫情緖)를 줄여 준다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첫댓글 송재, 역사의 향기가 물씬 나는 수필 감사합니다.
가을에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변득 많은 자신을 봅니다.
덮다 싶으면 그늘에 자신을 넣고 조금 춥다 싶으면 환한 햇빛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