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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스트로치. (1997)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뉴욕. ㈜북하우스 퍼블리 셔스 or 해나무
십대들은 몇 세기 전부터 연구대상이었다. 그들의 행동들에는 인류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사상가들마저 난감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십대들은 “욕망이 변덕스럽다”며 이들의 욕망은 “열정적이면서도 그만큼 덧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청소년을 창조하는 한편, 청소년기를 대체로 “아이와 놀고, 과거와 불화하며, 도둑질하고, 싸우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어쩌다 드물게 뇌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도 “굳어진” 것으로 치부했다.
천우신조라고나 할 행운이 따라줄 경우 더 많은 자녀들이 사춘기를 무난히 통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십대들은 호기심을 타고 난데다 감정과 육체와 호로몬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건너다보면 무슨 일인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과학자들은 전례 없는 초유의 작업을 통해 십대의 뇌가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밝혀나가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강력한 첨단 뇌스케너를 이용해 처음으로 살아 움직이는 십대의 뇌 속을 들여다보고, 전 세계적인 공동작업을 통해 영장류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쥐를 대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그들은 십대의 뇌가 호르몬의 야단법석을 옆에서 수수방관하는 게 아니라 그것 자체로도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음을 발견하는 중이다.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며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공사 중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인간의 뇌를 스캔하는 신경과학자들이 뇌 사진을 몬트리올 신경학연구소에 보내면 그것에서는 초고속 연산을 이용해 뇌의 부분별 크기에 해당하는 일련의 숫자로 변환시켜 이메일로 다시 보내준다.
뇌의 회백질(외피층)이 두꺼워졌다가 다시 극적으로 얇아졌는데 그 정도라면 유치원 무렵에 대부분 종료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수준의 변화였다.
뇌가 두터워지는 현상은 일반적으로 뇌세포의 작은 가지들이 맹렬하게 뻗어 나갈 때 일어나는데, 이 과정을 신경과학계에서는 과잉생산, 또는 무성함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성장이 왕성한 시기가 새로운 정보에 대단히 민감해지고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데 최적의 상태일지 모른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오랫동안 신경과학계에서는 이런 왕성한 활동은 대체로 뇌발달의 초기에 일어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기드가 그 폭발적인 왕성함을 십대의 뇌에서 발견한 것이다.
기드는 발달 중인 뇌를 약 150회에 걸쳐 스캔했는데, 그 데이터들은 모두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는 이 발견을 기초로 작성한 논문을 권위 있는 과학잡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에 발표했다. 그것은 다수의 십대들을 대상으로 한 최조의 장기적인 연구였으며, 이제껏 과학자들이 생각 해 온 것보다 훨씬 늦게까지 뇌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십대들의 대뇌피질 중에서도 다수의 핵심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포착했는데, 논리와 공간지각에 관여하는 두정엽, 언어와 관련이 있는 측두엽도 여기게 포함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할 텐데, 우리 이마 바로 뒤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뇌의 경찰관 또는 CEO로 불리면서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억제하는 말하자면 어른다운 역할을 하는 전두엽에서 복잡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기드는 뇌의 전두엽이 성장을 계속하면서 여자아이의 경우 열한 살, 남자아이의 경우 열 두 살 내외인 사춘기 때 정점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변화의 과정은 계속된다. 청소년기 뇌의 크기는 성인 이상으로 커졌다가 돌연 방향을 바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같은 아이의 뇌를 반복해서 스캔하는 과정에서 기드는 전두엽, 십대들이 옳은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바로 그 영역이 뇌에서도 맨 마지막에야 안정된 성인의 단계에 도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어쩌면 스물 살이 훌쩍 넘어서야 발달이 완료되고 완전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도 모른다.
대뇌피질의 회백질은 뇌의 가장 밖같에 있는 약 0.063센티미터 두께의 외피층을 말하여,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람의 경우 너무 커진 나머지 한정된 크기의 두개골 안에 모두 담으려다보니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기드는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성장부터 관찰하기 시작했다.
회백질에는 뇌에서 결정적일 만큼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상당수 담겨 있다. 그것은 신경세포(뉴런)와 여기서 복잡하게 뻗어나온 가지들, 즉 안테나 역할을 해서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이다 또한 시냅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뉴런은 이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더 정확히 말하면 미세한 간극)에서 화학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뇌의 회백질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축색돌기라는 하나의 긴 끈 같은 뉴런의 돌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뇌의 멀고 깊은 곳까지 뻗어 다른 뉴런에 신경자극을 전달한다)
기본적인 뇌발달은 대부분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만, 많은 연결 부분, 일부 수상돌기와 그것의 시냅스들은 최대한 널리 사용되고 최대한 많은 신경화학물질을 받아들일수록 더 발달하고 무성해진다. 이것은 이른바 뇌의 기본 방침인데, “사용하거나 사라지거나”라는 이런 원칙은 일정한 인생의 경험(좋으것이든, 나쁜거이든)이 뇌의 본질적인 구성 양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십대의 뇌가 결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완성은커녕, 그것은 가능성으로 뭉쳐진 덩어리이며 시냅스의 형태가 잡히길 기다리고 있는 원자재인 샘이다. 십대들의 뇌는 여전히 놀랄 만큼 흥미롭고, 가열차게 왕성한 활동을 벌이면서 안팎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국립의료원에서 아동정신의학 관련 연구팀을 이끌고 있으며 기드의 상관이기도 한 주디스 L. 라포퍼트는 청소년기의 뇌에서 그렇게 광범위한 성장과 지속적인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십대와 그들의 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무엇이 정상인가?
시냅스가 출생 전에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서 출생과 동시에 성인 수준에 이르고, 이후 계속 증가하다 1~2세 때 성인이 두 배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에 몇 년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서 연결 시냅스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 제거되고 뇌는 다시 성인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웨인 주립대에 재직중인 신경학자 해리 추거니는 1987년에 이런 결과를 뒷받침해줄 또 다른 증거를 찾아냈다. 그는 뇌의 포도당 사용량을 측정하는 PET스캔법(양전자방출단충촬영법)을 이용해서 간질을 앓는 아동과 정상 아동 스물아홉 명의 뇌를 스캔했다. 그는 출생시의 포도당 사용치가 성인의 약70퍼센터이며, 2~3세 때에는 성인의 두 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8세 전후가 되면 뇌의 포도당 사용치가 감소하면서 안정되기 시작하고, 16~17세 무렵이 되면 다시 성인 수준에 근접 한다고 추산했다.
신경과학자 패트리셔 골드먼-라킥은 시냅스는 뇌에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의 모든 행동에 뇌세포의 커뮤니케이션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뇌세포가 다른 뇌세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바로 시냅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뉴욕 새클리 연구소의 B. J. 케이시는 이제 뇌가 “청소년기에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 그때까지도 여전히 다듬어지고 있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허튼로처는 “논리 전개나 동기부여, 그리고 사리분별 같이 전 전두엽에서 이루어지는 더 복잡한 고도의 기능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발달하고, 어쩌면 성년까지도 그 과정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에게만 독특한 이런 기능들은 뇌발달의 후반기에 나타나고, 이런 기능들이 등장하는 데는 전 전두엽에서 늦게까지 증가하는 무성한 시냅스가 일조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십대들이 더욱 월등히 사고하는 한편, 고등학생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애를 먹는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십대들의 뇌는 부모나 교육자, 심지어 과학자들이 생각해왔던 것보다 외부의 영향력에 더 노출되고, 더 쉽게 상처를 입고, 심각하고 장기적인 손상에 훨씬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현재 신경과학계 일각에서는 청소년기야말로 마약이나 알코올, 심지어 일상화된 폭력성 비디오게임에 노출되는 데 최악의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드는 “십대의 뇌가 연전히 그렇게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면 성장하는 이 뇌에게 과연 어떤 경험이 바람직할 지를 생각해봐야겠죠.”
추거니도 뇌가 막대한 양의 정보를 흡수하면서도 수많은 변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잘못될 수 있는” 시기라는데 동의한다. 뇌의 전반적인 혼란기라는 점에서 십대의 이 시기는 미운 두 살에 비견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행동거지에서 가장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게 바로 이 두시기입니다. 그건 결코 우연의 일치일 수가 없죠.”
질풍노도
전두엽 개조하기
많은 십대들은 시도할 엄두도 못 내고, 적잖은 아이들은 오히려 부모들보다 더 신중하고 생각이 깊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쩌다 한번씩 “미쳐보고 싶고”, 충동을 따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십대들에 대한 이 세상의 고정관념 중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사실이다. 게다가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전전두엽 피질
자궁 속 태아의 뇌는 대략 단계별로 발달한다. 뇌간과 변연계의 부분들은 일찍 발달하고, 주름 잡힌 전전두엽 피질과 더욱 정교한 다른 부분들의 초기 형태는 뒤에야 나타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늦게 발달하는 전두엽의 부분들이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질병에서 제일 먼저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정교한 기능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일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유연한 상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적응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뇌의 다른 부분보다 빨리 소모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과 원만한 성격으로 주변의 사랑을 받던 게이지는 버몬트 철도회사의 현장주임으로 근무하던 1848년 폭발 사고를 당해 5.8킬로그램의 쇠막대 하나가 두개골의 앞쪽을 꿰뚫고 지나갔다. 사고 이후에도 신체 기능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대화에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피니어스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물건을 훔치고, 욕을 해댔다. 충동적으로 변했고, 평생 계획이라는 걸 세우지 못했다.
19세기 과학자들이 뇌에서도 이 앞부분이 인간다운 행동 전반에 걸쳐, 그중에서도 특히 충동 억제와 사전 계획이 능력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피니어스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났을 때, 아이오와 대학의 교수로 미국 신경과학계를 선도하던 안토니오와 한나 다마시오 부부는 단층 촬영이라는 현대식 기법을 활용해 피니어스의 뇌에서 손상된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다. 실제로 쇠막대는 그의 전전두엽 피질을 관통했다.
B가 아닌 A를 기억하는 과제는 전전두엽 피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배외측dorsolateral 전전두엽 피질이라는 곳의 기능과 관련이 있는데, 신경과학계에서는 여기를 단기기억(예를들어 새로 들은 일곱 자리의 전화번호를 숫자판을 다 누를 때까지 기억하는 능력)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지목한다. 뇌의 칠판이라거나 포스트잇으로도 불리는 단기기억은 충동 조절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골드먼-락킥은 “머리속에 떠오른 이미지로 반응을 지시할 수 없다면, 무관하거나 돌발적인 자극에 반사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억제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친구들이 보낸 급한 이메일에 뇌가 일일이 반응하는 것을 억제할 수 없다면, 숙제는 또 까맣게 잊고 만다는 애기다.
아기들은 전전두엽 피질의 시냅스가 무성해지기 시작함에 따라 대단히 중요한 기본 기술을 습득한 것이고 청소년기 후반부에 걸쳐 이 기술의 정확도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골드먼-라킥의 설명처럼, 뇌는 일정한 기본 기술을 습득하기에 앞서 시냅스의 밀도 차원에서 준비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일정한 행동이 나타나기 전에 뇌가 일정한 수준의 연결회로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UCLA의 신경학자 존 마지오타는 “사실상 뇌는 억압기제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고 말했다. 그 기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마지오타는 모방에 대해 얘기했다.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들의 결정적인 학습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방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모방하도록 만들어졌다.
마지오타는 뇌의 많은 시스템들이 항상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뇌는 쉼 없이 움직이고, 다양한 행동으로부터 스스로를 억제하는 업무도 처리한다. 뇌가 발달할 때(아동기에,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고 있듯이 청소년기에) 섬세하게 조절되고 다듬어지는 것이 바로 억압기제이다.
어른-아이의 신화
청소년기에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에서 행동이 유발되므로 십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한편, 가끔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좌표를 읽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겐 어떤 행동이 그들에게 최선인지를 말해주고 그렇게 했을 경우 상을 줄수 있습니다. 네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엄마는 굉장히 행복할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십대들에게 무턱대고 어떤 행동을 지시하다간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어요. 약간의 여지를 허용하되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고,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러저러한 식으로 행동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니?’ 라거나 ‘네가 마약을 거부해서 또래들에게 왕따를 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4. 갑작스런 국면
뇌의 구조적 변화와 경험의 상관관계
그리너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복잡한 환경이 쥐 뇌의 시냅스와 수상돌기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입증했는데, 어린 뇌의 변화가 일반적으로 더 두드러지긴 했어도 나이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시냅스가 더 많으면 미로에서의 동작이 더 민첩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는 대부분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영장류나 인간에게서도 그렇게 일관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한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에서 찾아낸 결과들은 경험이 근본적인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기존의 통념(그전까지는 시냅스가 태어날 때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며, 다만 나이가 들면 더 강해질 뿐이라는 시각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다)을 뒤집었다. 그리고 경험과 뇌발달 사이의 관계는 십대들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냐, 청바지냐
그리너는 어떤 종류의 경험이 어떤 시점에서 뇌의 시냅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어떤 시냅스의 변화는 유전자에 의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그리너는 ‘경험예정experience-expectant’ 변화라고 부른다. 이런 종류의 변화는 일어나게 되어 있고 정상적인 환경에서 모든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변화인데, 이를테면 시각과 청각 그리고 언어 영역의 발달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인 경험(엄마의 목소리, 나무의 윤곽)에 노출되지 못하면 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해서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행동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반면에 ‘경험의존experiensce-dependent’ 변화도 있다. 이는 개인의 경험에 더 의존해서 달라지는 시냅스의 성장을 말하며, 개인의 뇌를 독특하게 만들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리너를 비롯한 오늘날의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가소성’, 즉 적응하고 변화하는 뇌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는 최근 연구에서 뇌 속의 작은 모세관마저도 “필요에 의해 증가”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장일단, 뇌의 가소성
어떤 면에서는 뇌가 불변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자아를 유지할 수 없고, 심지어 냉장고의 위치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변화할 수 있는 능력, 가소성도 유지해야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이 점은 십대들도 마찬가지이고, 어쩌면 십대들에겐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내 시설에 수용된 루마니아 고아들의 뇌를 스캔해 본 추거니는 그 아이들의 뇌가 어딘지 달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물의 경우 유아기의 결핍이나 박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됐지만,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아동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추거니가 아홉 살 전후에 고아 열명의 뇌를 PET스캔을 통해 관찰한 결과, 얼굴과 감정의 인지(유대감에 애착심에 결정적인 두 요소)와 관련된 대뇌 변연계의 영역에서 “물질대사가 활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상의 수가 적고 박탈 정도가 심한 고아들뿐이긴 했어도 유해한 환경과 인간의 뇌발달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 결과였다.
넬슨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제는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에서 생겨난 결함도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음이 밝혀졌지만, 그 환경을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난 고아들이 훨씬 나은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것들이 경험이 갖는 강력한 효과들이죠. 시냅스의 과잉은 어쩌면 우리의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겁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유해할 가능성도 있죠.”
소뇌
소뇌가 어떤 종류의 운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소뇌와 그것의 역할을 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에스퍼거 신드룸 같은 가벼운 자폐증(사회적으로 어울리는 것을 어색해하고, 혼자 지내는 경향이 많다)이 있는 아이들은 소뇌의 물질대사가 정상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밖에도 소뇌가 손상된 환자를 연구한 결과, 소뇌가 사회적인 신호의 인식, 심지어 농담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행동에서 기존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드는 소뇌가 청소년기 전반에 걸쳐 계속 변화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대부분 전두엽의 발달이 끝난 후에야 이곳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뇌의 연접주의 증가와 정리)가 완료된다.
결정적 시기
결정적 또는 민감한 시기라 함은 적절한 발달을 위해서 일정한 경험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말한다.
1981년에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비셀은 출생 직후의 짧은 발달기에 일정한 시각적 경험(이를테면 일상적인 사물이 패턴을 보는 것)에 노출되지 않으면, 대뇌피질의 신경섬유가 적절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시각체계의 정보처리과정에 관한 공동 발견으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
유전자는 뇌를 위해 개략적인 윤곽을 제시하고, 그러면 뇌는 구체적인 환경을 이용해서 어떤 상황에는 발전을 거듭하고 또 다른 가능성이나 기회는 제쳐버리는 식으로 발달과정을 정밀하게 조정해나간다.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결정적 시기들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행동과 주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뇌가 지나치게 많은 시냅스를 지니는 시기들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5. 연결하라!
성장, 가지치기 그리고 성숙
뇌의 백질을 이루는 미엘린은 뉴런 세포체에서 길게 뻗은 축색돌기를 푹신한 담요처럼 감싸고 있는 지방막이다.
뇌가 발달함에 따라 흔히 뇌의 접착제로 통하는 아교세포에서 이 미엘린이 생성된다. 뇌의 결정적인 요소인 뉴런 세포체보다 열 배 많은 신경아교세포는 청소부의 역할도 해서 죽은 뉴런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수상돌기를 내다버린다.
아교세포의 한 형태인 회돌기 아교세포는 문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신경세포의 축색돌기가 충분히 두터워지면(아마도 사용됨에 따라) 젤리처럼 축색돌기를 감싸는 덩굴손 같은 걸 뻗어 미엘린 피복을 입힌다.
축색돌기에 미엘린 코팅이 덮이면 백질로 간주되며 신호가 더 효율적이고 훨씬 빨라진다. 미엘린화 된 축색돌기는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전기신호를 백배나 빠르게 전달하고, 그 속도는 시속 320킬로미터에 달한다.
빈스는 “걷기 시작하고 손이 민첩해지는 시기가 운동피질의 미엘린화와 관련이 있다고 봤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추신경계의 미엘린화는 대략 5~6세가 되면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의 효율적인 기능을 위해 미엘린이 필수이며 십대들의 뇌는 여전히 미엘린막으로 싸이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십대 시절의 몇 년 사이에 미엘린은 무려 100퍼센트나 훌쩍 증가했다
십대의 뇌에서 미엘린화를 확인한 또 다른 영역인 뇌이량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 뇌이랑 뒤쪽에서는 신경섬유가 뇌간과 척수로 이어지는데, 바로 이것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에서 땀이 나는 것 같은 우리의 가장 본능적인 반응(어쩌면 문을 사정없이 쾅 닫고 싶은 충동)을 조절한다.
분열이냐, 통일이냐
뇌의 좌우를 이어주는 뇌량이 없으면 전체적인 뇌의 의사소통은 기껏해야 요행이거나 마구잡이가 될 뿐이다. 분할 뇌 환자들은 한 손으로는 옷을 벗으려 하고 또 한 손으로는 입으려 한다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가 그것을 읽을 수 없는 뇌의 다른 쪽에서 책을 들고 있는게 지루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내려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의 두 가지 측면
톰슨의 연구에서는 베르니케 영역의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해주는 뇌량의 섬유세포에서 ‘들불이 번지듯’ 미엘린화가 진행되다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13세에서 14세로 넘어가는 동안 현저하게 차분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로카 영역은 귀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1861년에 폴 브로카라는 프랑스 외과 의사가 살아생전 ‘탄’ 이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던 어떤 남자의 시신을 해부하던 중에 발견했다. 브로카 영역에 이상이 생기면 어휘를 찾고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는 이해하는데 의미 없는 말밖에 하지 못한 어느 환자를 연구하던 카롤 베르니케에 의해 1876년에 발견되었다.
톰슨은 논리와 관련이 있는 두정엽 피질parietal cortex과 신경섬유가 연결된 뇌량은 일곱 살이 되어야 비로소 미엘린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런이 미멜린으로 완전히 덮이면 훨씬 효율적으로 변하고,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그만큼 잃는것도 있다. 뉴런은 전에 비해 더 경직된다. UCLA의 톰슨이 얘기하듯이,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청소년이나 성인에 비해 외국어를 훨씬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있을지 모른다. 미엘린화가 완료되면 뇌의 언어 영역은 더 전문화되면서 자주 듣는 언어에 훨씬 더 민감해지고 다른 외국어에는 덜 민감해진다.
톰슨과 소웰은 기드가 사춘기 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한 회백질 가운데 일부는 미엘린화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아교세포의 증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톰슨이 말했듯이, 십대의 뇌에서는 ‘아교세포의 과잉’ 상태도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과잉 상태에서 핵심적인 뇌 영역 사이의 연결이 매끈해지는 것처럼, 청소년기의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더 뚜렷한 길이 드러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소웰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A에서 B로 가는 길 다섯 개를 아는데 그중에서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알게 되고, 그 패턴이 강화되면서 미엘린화되고 고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접수했어!”
뉴욕에 있는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해 온 스탠리 브림버그는 개인의 경험도 중요하고, 가정환경도 중요하고, 아이의 성격과 좋은 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틀림없지만 그와 동시에, 대단히 근본적인 또 다른 뭔가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가끔 보면, 일 년 남짓한 동안에 아이들이 모든 분야에서 상황을 ‘접수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이 오래 전부터 짐작해온 것들은 UCLA의 톰슨을 비롯한 많은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실제로도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십대들의 뇌는 언어와 운동조절, 충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겪는다. 그런 변화들은 십대들이 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 세계는 또 그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 설정을 하는가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톰슨은 말했다.
회백질이여 안녕
소엘과 톰슨의 최근 추산치에 따르면, 12세에서 20세 사이에 회백질은 평균 7~10퍼센트 감소하고, 크기가 작은 영역에서는 감소 정도가 많게는 5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톰슨은 얼마 전에 뇌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운동을 조절하는 미상핵caudate이라는 조그만 구조의 경우, 8세 무렵부터 11세에 이르는 청소년 초반기에 20퍼센트에 달하는 회백질을 제거하고 13세를 전후하여 막대한 양의 조직을 상실한 후 원숙한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상핵은 연구가 활발한 분야입니다. 무의식적이고 기계적인 운동을 관장하는 곳으로, 피아노나 자전거. 체조처럼 한번 배우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그런 종류의 동작들이 해당됩니다. 아마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동의하리라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을 일찍 배워서 이 영역의 세포를 자극할 경우 나이가 들어서도 기술을 그대로 간직하게 되죠.”
더 수려하고, 차분하고, 조용해진 뇌
소웰은 뇌가 청소년기라는 긴 시간 동안 그토록 유연한 상태를 고수하다가 끝 무렵에 가서야 비로소 굳어지는 이유는 틀림없이 진화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녀의 지적처럼 만약 우리의 뇌가 완전히 조직되어 지나치게 빨리 고정된다면 환경과 상황을 불문하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배울 여지가 남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브레이크
십대 초반의 아이들은 감정을 처리할 때 뇌에서 악어와 더 비슷한 편도핵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감정을 잘못 파악해서, 예를 들면 두려움을 분노로 분류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표정을 잘못 읽었고, 혼란에 빠졌다.
센디에이고 주립대학의 로버트 맥기번과 그의 동료들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11~12세 즈음에 감정 파악 속도가 심하게는 20퍼센트나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느려진 반응 시간은 몇 년간 지속되다가 18세가 되어서야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데, 맥기번은 리모델링(시냅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감축과 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청소년들의 “전두엽 회로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행동의 생물학
MRi는 뇌 내 물분자의 수소원자에 강력한 자기장을 가한 뒤 방출되는 고주파를 이용해서 컴퓨터로 2차원 영상을 그려낸다. 스캐너 속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강력한 자기장이 뇌 속의 수소원자를 정렬시킨다. 그런 다음 고주파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이던 원자들이 다시 자리를 잡는데, MRI는 원자가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갈 때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측정한다. 그 값이 입력되면 컴퓨터가 뇌구조의 윤곽선을 성장중인 살아 있는 인간의 뇌를 대단히 정확한 그림으로 그려낸다.
뇌 연구에는 까다로운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드가 작은 규모로 진행했던 것처럼, 같은 아이들의 발달중인 뇌를 몇 년에 걸쳐 반복해서 관찰하지 않으면 결과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겉으로는 똑같아 보여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두 아이가 열세 살로 나이도 같고, 성별도 같고, 지능지수까지 같아도 일정한 뇌 영역의 크기에서 많게는 50퍼센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연구자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일탈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상의 범위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랭은 말했다.
6. 동물들의 사춘기
침팬지, 그리고 인간
동물들에게도 아동기와 성년기 사이에 뚜렷이 구분된, 나름대로 청소년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있다.
국립보건원 동물센터 수오미 소장은 붉은 털 원숭이는 과일 사탕을 상으로 주기만 하면요 인간의 십대들이랑 아주 비슷하고, 뇌의 성장 패턴도 흡사하죠. 원숭이들도 편도핵(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일종의 센터) 같은 부분들과 전두엽을 잇는 시냅스가 많아지거든요. 상황 조절 능력이 더 나아집니다.
지능의 산실?
인간들에게 유아기와 청소년기는 왜 그렇게 길어졌을까? 18년동안, 때로는 훨씬 더 오랫동안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그들에게 의존해 사는 것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은 진화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경우에만 이 단계가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사회가 너무나 복잡하게 진화했고 사냥과 약탈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인생의 거의 3분의 1에 달하는 기간을 할애해야만 생존 기술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시건 대학의 인류학자 배리 보긴은 지금처럼 위협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청소년기가 어떻게, 그리고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폭발적 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데, 그런 시기가 우리를 맹렬한 번식자이자 성공한 종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건 이렇게 길고 구체적인 시기를 가진 청소년기라는게 보긴의 생각이다.
7. 위험한 도전
무엇이 이들을 자극하는가?
많은 아동심리학자들은 자아청체성과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기 위해 불확실한 일들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들은 다만 그런 일들이 정상적인 범주 내에 있을 때와 한계를 훨씬 벗어났을 때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판단이 까다로운 건 아이들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폰턴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을(심지어 약간의 술과 마약까지) 해본 십대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벽하게 스스로를 억제한 아이들보다 더 잘 적응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탬플 대학의 심리학자 래리 스타인버그는 “스트레스는 예전에 상상도 못 했던 수준으로 청소년들의 감정과 지적인 원천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일찍 찾아오고, 마약은 더 강력하고, 에이즈라는 것도 생겨났죠. 그런데 어른들의 도움은 예전보다 못해요. 십대들의 위험 인식 능력은 똑같은데 그걸 적용해야 하는 상황은 훨씬 위험해진데다 어른들의 지도와 관심은 줄어든 형편이죠.”
가끔 십대들은 다른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서투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십대들은 뭐가 됐든 그 순간에 자신이 지닌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서 생각이라는 걸 한다.
신경과학으로 본 모험
피처버그 의대의 소아과의사이자 아동정신의학자이기도 한 론 달은 십대들의 모험과 의사결정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십대 때 분출하는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이 그들의 선택을 치우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달은 지금까지의 연구로 미루어볼 때 단순히 호로몬의 영향이라고 보기엔 훨씬 복잡한 과정이며, 도파민(신경세포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뇌 화학 물질) 이라는 신경물질이 관여하는 것을 포함해서 동기부여와 보상에 관련된 몇몇 신경중추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결부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스릴, 스릴, 더 짜릿한 스릴!
도파민은 파킨스 병에 미치는 효과로 잘 알려져 있다. 근육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역할 외에 도파민은 뇌의 쾌감-보상 회로라고 알려진 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회로는 뭔가 좋아하는 것을 갖게 될 때,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활성화된다. 그리고 도파민 수치의 상승으로부터 얻게 되는 좋은 기분은 우리가 같은 일을 다시 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보상 추구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뉴욕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신경과학자 노라 볼코프에 따르면, 도파민 수치가 그렇게 높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다양한 자극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음주와 마약을 비롯해서 새로운 경험이나 위험을 추구하는 행동이 십대에 들어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십대들은 벼랑 끝으로 나가려는 충동과 그곳으로 갈 수단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도판민의 수치는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 가려내야 하는 것에 직면했을 때 올라간다.
최근에 스트레스가 높아져도 도파민 수용체의 수가 감소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그렇게 되면 뇌의 도파민 수치가 줄고 그것을 높이려는 절박한 필요가 발생함으로써 십대들이 마약을 더 복용하거나,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게 되는지도 모른다.
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한 도파민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나 다양한 종류의 위험한 행동을 추구하거나 위험을 회피하도록 유전적으로 결정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볼코프는 말한다.
애타게 새로운 것을 찾아
켄터키 대학의 심리학자 마이클 바르도는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새로운 것을 즐기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어디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다 그 때문이죠. 적응 방식의 하나이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떤 유전자를 지녔는가 보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위험이 클수록 더 신중하게
스피어는 청소년들의 뇌가 다른 시기의 뇌와 가장 다른 점은 도파민과 관련성에 있다고 확신한다. 도파민의 수치는 아동기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뇌의 핵심 영역 가운데 최소한 한 곳에서는 여전히 증가하는데, 그곳이 바로 전전두엽 피질이다. 평생 필요한 연접부를 형성하며 뒤늦게 발달되는 그 영역에서 도파민이 증가하면, 뇌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측좌핵을 비롯한 나머지 뇌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의 수치를 떨어뜨린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결핍된 십대들은 우리가 느끼는 그런 ‘짜릿함’을 얻기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동 뇌스캔 전문가인 B. J. 케이시도 상황을 인식하고 더욱 신속한 행동을 취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파민은 특히 청소년기에 전전두엽 피질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기능할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실수를 허하라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정상적으로 위험 감수의 성향을 분출할 통로가 너무 적다고 그리고 일반적으로 성공을 향한 길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걱정한다.
아이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가 부분적으로나마 세상이 너무 흑백의 이분법으로 나뉘고 , 좋은 성적이 성공의 유일한 척도라는 것에서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약은 불가능해 보이는 게임에서 탈출할 손쉬운 방법이었다
아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때로는 실수를 저지를 필요가 있습니다.
8. 농담 알아듣기
마침내 뉘앙스를 이해하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커트 피셔는 지난 몇 년 동안 십대들의 인지와 감정의 발달과정을 개략적으로 정리해왔다. 그는 그 과정의 추이가 뇌의 물리적 성장을 대체로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피셔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EEG라고 부르는 뇌파측정기를 이용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두개골 외부에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측정해왔는데, 여러 문화를 막론하고 아동기의 일정한 시기에 신경에너지가 뚜렷하게 높아지는 ‘폭발적 성장’이 보인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피셔에 따르면 대략 4, 8, 11주, 4, 8, 12개월 그리고 2, 4, 7, 11, 15, 19세 때 일어나는 이런 폭발적 성장이 “인지능력의 발달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피셔는 인간이 일정한 기술을 습득할 때, 이를테면 아기가 장난감이 숨겨진 곳을 기억한다거나 십대가 농담을 이해하는 그런 순간에 폭발적 성장이 일어난다고 확신한다.
피셔는 정상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면 인지력과 감성이 성장하는 단계가 뇌의 폭발적 성장, 즉 ‘신경회로의 재조직’과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확신한다.
국립보건원 뇌장애 임상연구소의 대니얼 R. 웨인버거 소장은 뉴욕 타임스에 탁월한 글을 기고했다. 총을 발사하는 십대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려면 십대들의 뇌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15세 아이의 뇌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며, 올바른 판단과 충동의 억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피질이라는 곳은 특히 미성숙된 상태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화가 날 때가 있다. 복수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에서 나오는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바로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이다..... 전전두엽 피질이 능률적인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친 생물학적 연마의 과정이 필요하다. 15세 아이의 뇌는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 충동을 억누르는 생물학적 기제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 행위의 죄가 감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타나 고등학교에서 총을 쏜 그 학생에게는, 다른 청소년들처럼 미성숙한 자신의 뇌만이 홀로 남겨졌을 때 죽음을 부를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그를 보호해줄 사람들, 또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과연 교내 총기사건들을 놓고 전전두엽과 그것의 미성숙을 비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새로운 뇌과학과 복잡한 인간의 행동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많고, 웨인버거조차 기고문에서 문화, 환경, 폭력적인 미디어,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의 부재, 제 기능을 못하는 가정 등이 “교내 총기 난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에서 모두 한 몫을 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을 아는가? 그리고 언제 아는가?
코프먼은 16세와 17세 사이쯤에 ‘성숙의 경계선’이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감 청소년을 연구하는 데 전념해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연구가 공공정책, 그중에서도 특히 폭력 범죄를 저지른 어린 청소년을 성인에 준해 다스려야 하는지, 아니면 아동범죄로 봐야 하는지와 같은 가슴 아프고 힘든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도 십대들이 건전한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코프먼은 이번 연구가 최소한 자신에게는 청소년과 성인이 뇌발달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는 뇌발달을 포함한 기초 생물학이 청소년을 이루는 일부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결과를 미리 따져보는 능력을 어디서 얻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성인과 구분되지 않는 시점이 있다고 보는데, 그 애들이 어렸을 때는 분명히 구분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발달 곡선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요. 아마도 충분한 경험(앞서 생각하지 않아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한 끝에 결국 그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것)과 뇌발달(앞서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계산 능력의 확보)이 함께 작용할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전두엽이라는, 뇌에서 계획과 일의 집행을 담당하는 부분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토론토 대학의 댄 키팅은 사고의 양극단에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지만, ‘청소년 이전과 청소년기 사이’에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 발달하는 것과 관련된 뭔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점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 있는 애머리 대학 연구팀은 뇌스캔 실험을 통해 인간이 협동을 하면, 상을 받거나 초콜릿 케이크를 먹거나 코카인을 흡입 할 때와 같은 영역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일대는 도파민에 반응하고 즐거움을 만족감을 제공하는 뇌의 보상회로였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협동을 하는 것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의 인지발달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과학 문헌을 살펴본 키팅은 청소년기에 십대들이 자아와 사회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화가 그들의 몸이며 뇌가 변화하는 때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 역시 분명하다고 말했다. 십대들의 뇌나 몸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한 현상으로 사고의 변화와 성장을 설명할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키팅은 청소년기의 변화가 “사회의식과 감정, 인지능력의 대대적인 재조직”과정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두엽이 열쇠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감정적 그리고 지적인 의미의 가닥들을 통합해서 맥락을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전두엽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도덕의 나침반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아이오와 대학의 동료들과 함께 도덕심의 생물학적 뿌리로 추정되는 증거를 전두엽에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전전두엽 피질이 처벌과 보상을 통해, ‘아픔과 고통’을 통해 학습되는 대표적인 뇌영역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배운다. 뇌의 그 부분, 또는 그 부분에서 일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구성요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덕적인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경과학회의 연례총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토론자는 윤리학을 중심으로 주장을 펼친 사람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었을 광경을 연출하면서 신경과학자들은 도덕의 본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옳고 그름이라는 근본적인 지식이 뇌와 연결되어 있을까?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전전두엽 피질의 오류 때문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보상체계가 잘못을 일으킨 것일까? 아이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정반대로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발달중인 시냅스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지금도 신경과학의 한 분야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경과학에 의해서만 답을 찾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다마시오는 말했다.
9. 변덕스러운 마음
힘에 직면하여
청소년기가 호르몬의 독무대는 아니다. 복잡한 피드백의 고리를 통해 호르몬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행동 역시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복잡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십대들도 팍팍한 상황에 놓이고, 십대들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 자체가 호르몬의 수위에 저마다 눈에 띄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서스먼은 “십대들의 생활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중에는 당연히 아이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있죠. 여드름이 나고, 살이 찌고, 사회적인 관계들은 유동적이고, 친구들보다 키가 작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런 것들이 모두 호르몬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호르몬의 문제는 아닙니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아널드는 인간의 뇌에 작용하는 성호로몬과 관련해서 더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이 호르몬들의 역할이 이제껏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뇌 중간에 자리잡은 시상하부라는 땅콩 크기만 한 세포핵을 주된 무대로 여겼는데, 이 부분은 다양한 하부조직을 통해 성욕과 배란, 갈증과 허기 같은 여러 가지 결정적인 기능들을 조절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더 정교해진 도구를 손에 넣은 학자들은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수용체가 뇌 전반에 산재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운동 및 인지와 관련된 두 영역인 대뇌피질과 소뇌, 강하고 본능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는 편도핵, 그리고 기억에 필수적인 해마에도 퍼져 있었다.
뇌에서 사춘기
사춘기 이전의 뇌가 일정한 영역에서 자연스러운 세포정리과정을 시작하면서 사춘기가 촉발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어떤 시점이 되면 일정한 유전자가 개입하면서, 시상하부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를 분비하는 뉴런이 정리된다. 이렇게 억제력이 완화될 경우 시상하부는 태중과 유아기때 하던 행동으로 기꺼이 돌아가 성호르몬의 분비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이 청소년들의 도파민 분비를 활발하게 만들고, 도파민이 세상을 전반적으로 더 밝아 보이게 만든다면, 십대들은 ‘더 역동적인 세계’를 접할지 모르고, 그런 것들이 그들의 행동과 실질적인 관련을 가질 수 있다고 배커는 말했다.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바로 그때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 거의 환각에 가까운 세계관이 십대들을 강타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붉은 것은 더 붉고,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보인다. 그들의 세계는 더 밝게 불타오르고, 더 화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고조된 경험들은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십대들은 그 감정도 더 힘들고 더 무겁게 느낄지 모른다. 엄마의 찌푸린 인상은 더 깊이 와 닿고, 학교 축제에서 흘끔흘끔 쳐다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오해할 경우 세상이 끝난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남자의 뇌, 여자의 뇌
시상하부의 몇몇 영역은 남자의 뇌가 확실히 더 크다. 반면에 뇌의 양쪽 반구를 잇는 섬유다발의 일정한 부분들은 여자의 뇌가 더 크다. 뇌 단층촬영을 이용한 한 연구에서는 여자가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해서 운율을 맞추는 반면에, 남자는 한쪽만을 사용한다.
편도핵 대 해마
뇌의 중앙에는 세포다발로 이루어진 편도핵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이른바 ‘배짱’이라고 불릴 만한 반응, 이를테면 “잠깐 밖으로 좀 나와봐!” 라고 외치는 행동을 하게 만들며, 테스토스테론 수용체로 가득하다. 이 편도핵이 같은 십대라도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의 뇌에서 더 빨리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드는 기억을 형성하며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널려 있는 해마는 청소년기의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성장이 빠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소뇌는 성별에 따른 이형증이 가장 두드러져서 청소년기의 남자가 여자에 비해 많게는 14퍼센트나 더 컸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에서는 소뇌가 가장 유전성이 낮은 영역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차이의 시작
호로몬에 일찌감치 노출되는 것이 남은 일생 동안 뇌가 어떻게 조직되고, 그 같은 뇌를 지닌 사람이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한 듯하다. 성 호로몬이 또 다른 시기에도 뇌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질 베커는 여자의 경우 평생 성주기 동안 에스트로겐이 도파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년 전에는 호르몬이 성인의 뇌구조를 변경시킨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뇌가 평생에 걸쳐 끝없이 변하며(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를 가리켜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그런 변화의 일부는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아들은 학교를 빼먹고, 성관계를 갖고, 거짓말을 하고, 음주와 절도 같은 위험한 행동에 빠져들 가능성이 훨씬 높다. 반면에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아들일 경우, 우울해하는 경향이 높다.(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것과 우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짐작해본다면 테스토스테론이 낮으면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출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세로토닌의 수치를 낮춤으로써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부스는 말했다)
한편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딸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확률이 높은 반면,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딸은 우울증 징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가운 소식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가족간에 사이가 돈독한 십대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브리들러브의 연구에 의하면 행동은 호르몬의 수치와 뇌의 구조를 변화시켰고 그렇게 달라진 구조는 다시 동물의 행동양식을 결정했다. “뇌는 우리 인간이 뭔가를 만들 듯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생명이 탄생된 초기에 만들어진 테스토스테론은 뇌 속에 일종의 무대를 설치해서 사춘기가 되었을 때 일정한 프로그램이 가동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살아가면서 경험에 의해 변경될 수도 있죠. 동물이 태어난 시점과 번식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맞게 되는 시점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니까요.”
10. 사랑의 뉴런
뇌가 사랑에 빠졌을 때
리트거스 대학의 인류학과 교수로 다년간 사랑을 연구해온 헬렌 피셔는 사랑의 어느 단계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구조적인 영역, 서로 다른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피셔가 첫 번째 갈망의 단계에서 열망이 솟고 에너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이 단계의 주범은 남녀를 불문하고 테스토스테론이라고 확신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서로에 대한 끌림과 매력이다. 이 단계는 뇌 속에서 과중한 활동을 벌이는 화학물질 도파민과 관련이 있으며 사랑을 고조시키는 것이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뇌의 자극물질과 결합한 도파민이라고 함. 이 두 가지 화학 물질의 양이 증가함과 동시에(현상을 유지하려는 뇌의 노력에 따라) 진정작용이 있는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세로토닌의 감소는 집착적인 사고와 관련이 있다), 발이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가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조금 지나야 찾아온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전히 감정은 강렬하지만 더 깊고, 더 차분하고, 감탄사는 줄어든 때” 라고 묘사한다. 이 단계가 여자의 경우에는 옥시토신, 남자의 경우에는 바소프레신과 관련이 있고 용도가 다양한 이 두 호르몬은 뇌의 아래쪽에 있는 완두콩 크기만 한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두 호르몬 모두 결속하는 행동과 관련 지어져왔다.
연구결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도파민의 자극을 받은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동기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애런은 말했다.
위험한 사랑
청소년들은 번식 면에서는 성숙한 듯이 보이지만 인지능력은 그렇지 않고, 뇌의 어떤 부분들이 아직 채 연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호들을 해석해줄 뇌구조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인 충동은 느끼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선 어렴풋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호로몬과 성적 행동의 발달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별개로 이루어지며, 십대들의 뇌 발달 여부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것으로 판명될지 모른다고 윌렌은 믿고 있다. “이런 것들 중에 일부가 호르몬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훨씬 놀라운 건 뇌에서는 태아가 성장할 때부터 독자적인 시간표에 따라 중요한 변화와 성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 밖의 호르몬들
맥클린톡은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이 아닌 다른 호르몬,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6~7세 정도부터 일찌감치 남녀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호르몬이 바로 안드로겐인데, 고환이나 난소가 아닌 부신에서 분비된다. 이 나이 때가 되면 부신이 자라서 DHEA로 알려진 안드로겐을 분비하기 시작하는데, 이 DHEA는 최근 들어 에너지 강화 효과가 있으며 이것의 물질대사가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이어진다고 함.
“호르몬은 일을 추진하고, 주의력과 관련이 있는 뇌의 영역들을 연결해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기억이라는 걸 하게 되는 거죠.”
사랑과 페로몬
성욕도 걷기처럼 단계별로 발달합니다. 누워있던 아이가 바로 춤을 추거나 달리는 게 아닌 것처럼 단계별로 일어나는 현상이죠. 우리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에요.“
11.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떳어!
잠은 과학이다
십대들에게 필요한 수면량과 실제 수면량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서 아이들은 수면 부족(그리고 어른들은 이들의 짜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실제로 청소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십대들이 풀이 죽거나 예민하거나 퉁명스러워 보일 때에는 우선 수면량이 충분한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한다.
수면부족이 초래하는 감정
피쳐버그 대학의 론 달은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이 감정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졸음에 겨운 십대들은 타인의 여려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반면에, 본인의 감정 통제력은 약화되고 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십대들에게 수면이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 특히 두 가지 중요한 것, 즉 사고력과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이 동시에 손상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잠이 부족한 십대들은 더는 감정과 생각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는데, 이는 감정 조절이나 기억 가운데 어느 한쪽이 손상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카고 대학의 수면학자 이브 반 코터는 젊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하루에 4시간만 자게 했더니 호르몬의 전반적인 기능장애 징후가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상승과 포도당 처리 기능의 저하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미국에서, 특히 청소년층에서 증가세가 뚜렷한 질병이다.
이상한 잠의 나라
REM 수면이 의존성이 강한 동물들의 지속적인 뇌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잠의 가장 큰 기능은 신경세포를 쉬게 하는 것이다.
각성센터와 수면센터
수면은 몇 단계를 거쳐 파장이 깊고 느린 수면으로 빠져들고, 그런 다음에는 더욱 활동적이며 꿈을 유발하는 REM 수면과 다양한 단계의 깊은 수면을 약 90분 주기로 오간다.
1단계 수면은 선잠이 든 상태로, 뇌파가 여전히 활동을 하기 때문에 노크 소리에도 쉽게 깬다. 2단계 때는 체온이 떨어지고 뇌파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3단계와 4단계는 가장 깊은 수면이다. 마지막으로 빠져드는 REM 수면은 뇌파가 깨어 있을 때만큼이나 활발하기 때문에 역설적 수면이라고도 불린다. REM수면동안에는 팔다리 근육의 활동성이 사라져서, 아무리 생생한 꿈을 꾸더라도 근육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빛이 망막의 광수용체를 통가해서 시상하부에 있는 핀 머리 두 개 크기만 한 세포다발에 도달하고, 졸음을 느끼게 만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뇌에게 잘 ‘시간’을 말해 줄지는 몰라도, 실제로 뇌를 자게 만들고 또 일어나게 만드는 데에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 요구된다. 신경화학물질이 뇌를 깨어 있게 하고 또 다른 물질들은 자게 만들며, 분주한 시상하부에서도 각각 다른 부분에서 각각의 신경전달물질들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에서는 히포크레틴이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영역이 뇌를 깨어 있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시상 하부의 또 다른 영역인 시각전구역preoptic area이 뇌를 다시 자게 만드는 곳일지도 모른다.
뇌세포활동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아데노신이 증가하면 시각전구역에 작용해서 결국 졸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화학물질을 속이는 데 능숙한데, 수면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은 커피 속의 카페인에 의해 차단된다.
크루거는 뇌는 제일 많이 사용된 부분이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그 부분의 시냅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뇌를 졸리게 하는 50가지 뇌 화학물질이 뇌세포 간의 시냅스 구축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이 수면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도 가장 많이 생산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들은 우리가 자는 동안 뇌의 시냅스를 다시 구축하고 강화한다. 뇌는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휴식도 취하는 것이라고 크루커는 말했다. 신경 집단이 어느 정도 사용되고 또 그런 화학물질도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뇌의 해당 부분을 자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충분히 많은 부분이 자게 되면 뭔가 작용해서 뇌 전체가 잠을 자게 된다.
청소년기는 뇌의 수면체계가 아직 발달하고 움직이는 과정이다. 세이퍼는 우리를 잠에 빠져들게 도와준다는 시상하부의 시각전구역이 나이가 들수록 작아진다고 말했다.
12. 선로 밖의 아이들
해마의 손상
스워츠웰더에 의하면, 현재 알코올은 자극적인 각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클루타민산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음주가 마그네슘의 흐름을 방해해서 그것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 결과 NMDA 기억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본다.
알코올과 세포의 죽음
칼슘의 과부하는 세포 내의 ‘자살’ 유전자를 작동시킬 수 있는데, 일종의 발작증세와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알코올이 빠져나간 후에 과도한 양의 칼슘이 세포 속으로 유입되고 해마에서 ‘극적이라고 할 만한 세포의 죽음’이 일어났고 뇌의 손상 정도가 훨씬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가 그 동안 흡수해 들인 모든 알코올의 효과를 바로잡고 보상하려고 노력할 때 약한 발작 증세들이 일어나는데 그중에서 어떤 것들은 상당히 뚜렷하기도 하고, 불안이나 우울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것은 해마에서 일어난 세포의 죽음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말년에 음주로 신경 및 운동계의 손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보면 젊었을 때 폭음을 했던 전력의소유자들이 많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실시한 뇌 단층촬영 연구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 십대들의 해마가 술을 마시지 않는 또래들에 비해 10퍼센트 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체로 학계에서는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작용하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해왔다. 알코올은 이런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고, 중독자들은 뇌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화학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도록 더 많은 알코올을 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과 공황장애
컬럼비아 대학과 뉴욕 주 정신병리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십대 시절에 골초였던 사람은 나중에 공황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청소년기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15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니코틴은 아세틸콜린의 활동을 흉내 내지만, 단 한 종류의 아세틸콜린 수용체만을 표적으로 삼는다. 니코틴이 작용하는 곳은 대체로 전접합부세포presynaptic cell(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기보다 방출하는 뉴런)이다. 니코틴 수용체를 지닌 도파민 생산 뉴런이 있을 경우, 니코틴은 그 수용체를 자극해서 더 많은 도파민이 뇌에 분출되도록 만들 수 있다. 니코틴의 영향을 받는 신경전달물질은 최소 스무개 이상이다.
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니코틴이 중외(배쪽 피개부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이다. 이 부분은 뇌의 보상체계와 관련된 대표적인 화학물질이자 우리를 각성시켜서 생생한 느낌을 주는 도파민을 생산하는 뉴런이 풍부한 곳이다.
수용체 수의 증가는 니코틴을 더 갈구하게 만들며 니코틴 주입이 중지된 후에도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됐다.
13. 또 다른 세상으로
사춘기 때 시작되는 정신장애들
아동들도 나이든 사람들만큼이나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고, 중년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우울증 역시 청소년기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발병률은 십대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열세 살 무렵을 기점으로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훨씬 빈번해진다.
청소년들이 전반적으로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다는 증거들이 있다. 연구실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을 설정했을 경우, 십대들은 부모나 나이 어린 형제에 비해 혈압 상승폭이 높았고 십대의 이런 스트레스(또는 스트레스에 대한 십대들의 과도한 인식이나 반응)가 거대한 망상에 잡히거나 정신을 마비시키는 병에 걸려 외롭게 고통을 받는 경우에 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구조적인 실마리
청소년기가 진행되면서 뇌의 핵심 영역에 자리 잡은 신경세포에는 미엘린이 한 겹 덮이게 되는데, 이를테면 전선의 피복처럼 지방질로 코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미엘린화가 일어나면 뉴런 사이의 정보전달속도가 빨라지고 원활해진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대체로 좋은 일이고, 십대 때 인지능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데 기여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향상된 커뮤니케이션이 정상이 아닌 영역과 연결된 경우, 마치 파손된 철로 위를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열차처럼 뇌의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빈스는 능률이 향상된 뇌회로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조절장애를 드러냄으로써,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외부세계에서 유입되는 혼란스러운 신호들을 적절히 걸러 내거나 뇌를 차분히 안정시키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도파민도 일조할지 모른다. 청소년기에는 전두엽의 여러 부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세포의 신경섬유가 급격히 증가하고, 빈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 밖의 영역에서 GABA 뉴런과의 연결이 증가한다. 도파민은 억제성 GABA 세포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증가한다는 것은 뇌 신호의 전반적인 억제력이 줄어든다는 뜻이 된다. 이 시스템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외부세계에서 안으로 유입되는 정보의 흐름을 제어할 장치가 없이, 감각적인 자극에 압도된 상태“ 일 수 있다고 빈스는 말했다.
여기에 도파민의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레스의 자극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대부분의 정신병 치료제는 이 질병 이론에 따라 도파민을 차단함으로써 이 같은 증상이 완화되도록 한다.)
빈스는 정신분열증이 발병하는 데에는 다수의 관련 경로가 있으며, 그 모든 것은 청소년기에 증가하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피츠버그 대학의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루이스는 청소년기에 여전히 발달중인 핵심 영역인 뇌의 전전두엽 피질과 관련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전전두엽 피질에서는 구조상의 불규칙이 발견되었고, 전전두엽 피질을 손상당한 사람들과 여러 가지면에서 비슷한 증상을 나타낸다. 많은 경우 단기기억력이 상실되고,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며, 일어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래 생각하지 못하는데, 이런 모든 기능은 뇌에서도 구체적으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과 관련된 것들이다. 대부분의 정신 분열증 환자들은 외부세계에서 물밀 듯 덮쳐오는 조리 없고 산만한 정보에 압도되고 혼란스런 심정임을 순순히 인정한다.
현재 정신분열증을 보는 시각은 대략 두가지로 나뉜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하나는 태중에서 또는 출생시에 어떤 일(임신중의 독감, 뇌세포의 부정확한 이동, 난산으로 인한 산소결핍)이 일어남으로써 전전두엽 피질 같은 영역에 결함이 발생했다가 청소년기에 이르러 그 부분이 완전히 성숙되면서 비로소 드러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지치기처럼 청소년기의 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맬버른 대학의 정신병리학자로 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패트릭 맥고리에 따르면, 정신병 치료제와 함께 개인별 편차에 따라 달리 고안된 정신치료를 받은 십대 서른한 명 가운데 돌이킬 수 없는 정신이상으로 발전된 사례는 세 명에 불과했다. 정신치료만을 받은 대조군에서는 스물여덟 명 중에서 열 명이 완전한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결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십대에게 강력한 약물을 처방한다는 생각이 논란을 낳았다.(맥고리에 의하면, 미국에선 ”그런 접근법이 약품회사가 개입된 모종의 음모로 여겨졌다“)
맥고리는 정신분열증의 상당수가 유전이든 환경이든 어떤 이유로 십대들의 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발달과정이 방해를 받아 정도에서 이탈했을 때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맥고리는 마약의 과다 복용도 환경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우울하고 불안이 커질 때
우울이나 불안은 우리가 사춘기라고 알고 있는 더 구체적인 생물학적 시기와 직접 관련이 있다. 일례로, 우울증 비율은 아이의 나이가 아니라, 사춘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느냐에 따라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우울한 십대는 우울한 성인에 비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경향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며, 이런 증상은 부모들과 격한 말을 주고받은 후에 나타날 때가 많다. 우울한 십대들은 부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서도 일정한 패턴이 나타난다. 일정한 불안장애에는 조절이상, 아마도 시상하부 –뇌하수체-부신축(HPA축)이 과민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파인의 말에 따르면 불안 증세가 있는 십대들은 위험 신호를 과도하게 경계하는 경향이 있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놀런-호크시마는 여자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사건들’이 일어난 기호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성적인 학대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선택의 여지 없이 인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성숙이 빠른’ 아이들은 더 위험하다.
일부 십대(남녀를 막론하고)의 경우엔 우울증 그 자체라기보다는 기분 조절하고 진정하는 것에 생물학적으로 취약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고 놀런-호크시마는 말했다.
놀런-호크시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보다 용인된“ 알코올중독자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학과 문화적 요인의 혼합이 절정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이라는 것
심각한 정신병과 씨름하지 않는 십대들에겐 일상의 투쟁이 그렇게까지 다급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종류, 어떤 형태가 됐든 청소년기가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뇌가 정상적인 범주 내에서 제 기능을 하는 축복을 타고난 아이들에게조차 성장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메릴랜드에 사는 십대 소년으로, 완벽하게 정상인 스튜어트는 사소한 일을 놓고 부모와 언쟁이 붙으면 ”예측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 중엔 청소년기에 통째로 함몰되어버린 아이들도 있다. ”술과 마약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다. 스튜어트는 이렇게 말했다. ”가끔은 청소년기의 목표는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빨리 자라야만 하는 거죠. 제가 아는 많은 아이들이 이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해요. 십대 땐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제가 생각하기엔 그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열여덟 살이 되어 어른 문턱에 들어선 스튜어트에게 이제 인생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날 선 감정과 이유 없이 얽히던 부모- 그리고 자기 자신- 와의 언쟁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그는 농구와 비올라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다.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새로 찾은 안정감과 분별력이 자랑스러우며, 자기 앞에 놓인 가능성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머리가 쑥 자랐다“는 게 특히 기쁘다. 그의 생각은 전에 비해 훨씬 예리하고, 깊고, 풍부하다. 그리고 그건 아주 기분 좋은 변화다. ”제가 아는 가장 큰 변화라면, 사물을 더 어렵고 복잡한 방식으로 본다는 거예요. 마치 난생처음으로 제 뇌가 ‘만약에 이러저러하다면’이라고 물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14. 위험과 희망, 그 한가운데서 성장하다.
십대의 뇌는 여전히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제 주인이 그런 것처럼 뇌 역시 여기로 팔을 뻗었다가 저기서 넘어지기도 하고, 밀고 밀리면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출렁이는 그런 흐름속에 미래의 희망이 숨어 있다. 변화를 뜻하는 중국의 상징에는 위험과 가능성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듯이, 십대들의 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청소년기의 뇌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리모델링은 그 영역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제 십대들을 보는 시각 자체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대략 10~12년이라는 시간에 청소년들의 뇌는 때로는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고 때로는 숨이 멎을 정도로 극적인 일련의 변이를 통해 아동에서 성인으로 탈바꿈한다. 이들의 전두엽으르 구성하는 회백질은 빽빽이 늘어났다가 느닷없이 규모를 줄이면서 더 날렵한 사고 기제를 형성해 낸다. 십대 시절의 뇌는 어른답게 행동하게 만드는 전전두엽이라는 부분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기대치를 조정하라, 그리고 실천하라
청소년들이 때로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나는 증거들이 나왔다면 우리 자신의 행동이나 기대수준에 약간의 조정을 가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위르겔런-토드는 청소년기라는 안개를 헤치고 아이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쓰고 있다. 한 번에 한가지씩만, 그것도 천천히 조용하게 필요하다면 반복해서 얘기한다.
아이들의 전두엽을 활용하라
청소년들의 전전두엽 피질이 여전히 발달 중이라는 사실은 청소년들이 항상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부모들이 개입해서(이를테면 아이들의 전두엽 피질이 돼서) 약간의 통찰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첫 애가 십대 접어들었을 땐 항상 통제하려 하고, 그 아이의 전뇌가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섯 번째 아이는 좀 다르게 키우려고 합니다. 일정한 틀만 제시하고 아이의 전뇌에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려고 하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미리미리 알아서 대비하라
겉모습을 보고 잘못 생각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분노하고 경악하기보다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 집중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압력을 낮춰라
청소년들의 뇌가 어떻게 자라고 발달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십대들에게 그 나이 때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더욱 폭넓게 정의해주고 실수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여지를 허락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통제하고 지나치게 빡빡한 활동을 요구하지 않고 십대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낼 운신의 방법을 찾아내면 어떨까?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방황할 시간을 더는 빼앗아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이 사회는 무한경쟁을 추구해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열두 살인 그들에게 순간적인 성적 쾌감이나 한줌의 엑스터시를 추구할 시간과 여지만을 남겨둔 건 아닐까?
다양하고 폭넓은 인턴제도, 직장의 경험과 직업훈련, 또는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그리고 엄격한 학제 속에서 이런 것들을 하고도 여전히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시간을 허용하는 것. 더 심도 있는 수업을 통해 비록 시험에는 나오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생물학
청소년의 뇌가 실질적으로 발달하는 시기, 뇌가 자라고 변하고 성숙하는 시기, 전전두엽 피질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주는 시기, 십대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미국정신병리협회에서 ‘아동, 청소년, 가족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패슬러는 뇌의 구조와 행동이 손을 맞잡고 나아간다는 것(해부학적인 요소가 감정과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과 경험은 다시 뇌의 근본적인 구조를 변화시킨다.)을 과학이 끊임없이 확인해주고 있으므로, 십대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전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일단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통로가 구축되면 이후에 비슷한 자극을 경험했을 때 그 상태를 재현하는 것이 훨씬 쉽거든요. 다시 말해서,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뜻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울증이 됐든 뭐가 됐던 그들이 가진 이러저러한 문제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면 정말 도움이 되겠죠. 문제는 그들의 뇌가 연결 된 방식에 있으며, 전조증상을 빨리 인식하는 법을 터득하는 식으로 힘을 합쳐서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애기해 줄 수 있지 않겠어요. 이런 모든 것들이 신경물리학적 차원에서 작용하고, 현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될 겁니다.
십대들의 뇌가 아직도 발달하는 과정이라는 걸 안다면 부모들도 힘을 얻을 겁니다 성인의 문턱을 넘기 전에 일정한 감정, 또는 행동의 패턴을 바꿀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니까요.
오늘날의 십대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처해 있다고(게다가 해로운 환경의 영향력을 차단해 줄 가정이나 공동체조차 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확신한다.
“아이들을 다양한 자극에 노출시킬 필요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 지나치게 일찍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전후맥락을 파악할 수 없어서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을 시험해보고 아이들의 역량을 조금 넘어서는 도전을 제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시기에 따라 장애물도 다르게
청소년들은 아직 여리고 외부의 영향에 취약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심지어 뒤엉킨 수상돌기의 안쪽 깊숙한 곳조차 그런 상태인 존재이다. 이 얘기는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 부모나 학교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여전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할 지모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