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목사의 생활신앙 이야기 ◈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
올 피정의 장소는 완도 노화도와 이번에 노화와 연륙된 보길도 였습니다.
자식 같고, 동생 같은 황영일 집사(우리교회 새 성전 헌당예배 때 전복과 삼치로 우리들을 감동시킨)가 아주 오래 전부터 방문해주기를 바란 탓도 있지만 30여 년 전 첫 방문의 감상이 한 몫 거들었습니다.
초겨울 보길도의 팬션은 내게 독채 안주인의 특권을 양보했고, 황집사의 바다농사터인 전복 양식장 방문은 정말 또 다른 삶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난 그곳에서 참 많은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했습니다.
나를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던 것들을 대부분 떼어버렸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다의 파도를 향한, 산의 메아리를 일깨운, 산 정상 넓적한 바위 위에서 꿇은 무릎 때문입니다. 또 시선에 닿은 갈매기와 바닷물오리에게도 덜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노화도와 보길도는 내게 내년의 시간을 옹골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충전시킨 곳이 되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여러 계획을 세우기도하고, 성탄 성극의 대본에 골머리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은 일찍 떠졌습니다.
물 한 바가지를 시원스레 들이킨 후 황집사와 난 이른 보길산 등정을 시작했습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산행이었지만 내 발은 구름 위를 걷기도 했고, 간혹 바다 위를 달려가는 쾌속선이기도 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보길산의 다감함과 10여 미터를 훌쩍 넘김은 물론, 너무도 빽빽하여 한줌의 햇빛도 허용치 않는 동백나무 숲과 갈잎들로 카페트를 깐 것 같은 오솔길, 이따금 나를 놀래키며 푸드득 날아가는 장끼와 산비둘기, 고개만 슬쩍 돌려도 눈에 꽉 들어차는 쪽빛 바다, 이 모든 것을 산행으로 얻으면서 난 이곳에 함께 오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 냈습니다.
사랑한다면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함께 보고 느끼기를 소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난 덜어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을 얻어서 다시 산 아래, 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함께 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한 것처럼 다시 그곳으로 가보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우린 사랑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