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함께 한 길)
명동성당에 도착하니 운영위원들과 자원봉사자, 또 몇몇 선수가 이미 도착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코스안내도는 있지만 초행길이 많아 길안내를 부탁하고 동반주하기로 한 서울여의도지역장 김구현베드로형제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전주 아사달을 통해 알게 된 지정구님이 응원 차 오셔서 함께 저녁을 마치고(지정구님이 저녁을 사주셨음.) 성모동산으로 돌아와 접수를 하고 출발 준비를 하였다. 김베드로형제에게 십자가의 길 기도를 제의했더니 선뜻 응해주신다. 출발 준비를 하다가 미사에는 참석을 못하고 끝날 무렵 신부님께 강복을 받았다. 성모동산 성모상 앞에서 십자가의 길 시작기도를 바치고, 조영근안드레아형제님, 김주면하상바오로형제님, 지정구님 그 외 많은 분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순례의 길을 시작했다.
서소문성지에 도착하여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데 여의도지역의 김동해방지거형제님께서 동참을 해주셨다. 김방지거형제님은 회갑을 바라보는 연세에 작년 한반도 횡단도 하신 분이시다. 기도를 마치니 다른 주자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서울 시내 길은 찾기가 힘드니 당고개성지와 새남터성지, 절두산성지에서는 성호경만 긋고 기도문은 수리산성지에서 한꺼번에 하기로 하고 앞선 주자들을 따라가 서울 시내를 지나 한강으로 접어들었다. 한강 바람은 시원했다. 때마침 시작된 불꽃놀이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서울에서 근무할 때 달렸던 한강 주로를 함께 달려서 안양천을 지나 수리산에 도착하니 어느새 새벽3시가 가까웠다. 지나온 성지에서 못 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잠시 숨을 돌린 후 수리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중간 쯤 올라갔을 때 앞서가던 이용술님이 발목을 다치셨다고 앉아 계셨다. 이용술님은 시각장애인으로 사하라사막 횡단도 하신 분이시고, 도우미로 임치원님이 함께 하고 계셨다. 서울 시내에서부터 줄곧 함께 달렸는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라면서 계속 올라갔다. 결국 두 분은 완주를 못하시고 중간에 포기를 하셨다. 시각장애를 가지시고도 정상인들 보다 더 빨리 달리시고 더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도우미를 하시는 분을 보니 ‘진정한 사랑과 희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그런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안양 시내를 흐르는 학의천을 지나 청계산을 올라 둔토리성지에
가니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다. 조영근안드레아형제님과 김주면하상바오로형제님께서 높은 산중에서 밤새 주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잔을 청해 마시고 옆길로 새지 않았다는 증거물로 사진도 찍었다. 청계산을 내려오니 이젠 날이 밝아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고 손골성지를 지나 지겹기로 소문난 성남 탄천길로 접어 들었다. 중간에 두 번이나 쉬고 드디어 탄천을 벗어나 남한산성을 향했다. 성남 시내를 지나는데 이상한 복장에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남한산성에 도착해서 남문을 지나 CP에 도착했다. 남한산성을 오르는 길이 순례길 중 가장 힘든 길이었다.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했기 때문이리라. 땀에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다시 출발을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김베드로형제와 함께 눈길이 간 곳은 인근 식당에서 계곡에 차려놓은 평상이었다. 함께 내려가 염치 불구하고 하늘을 향해 누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고 퍼뜩 깨어보니 30분이 지났다. 정말 꿀맛 같은 단잠이었다. 단 30분의 단잠으로 하룻밤 못 잔 잠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다시 주로에 들어서니 조의승스테파노형제님과 이상명프란치스코형제님, 그리고 멀리 부산에서 오신 조옥귀막시마자매님이 오신다. 세분은 계속 동반주 중이시다. 함께 일행이 되어 천진암을 향했다. 퇴촌에서 허기를 채우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천진암으로 가는 길에 대전에서 응원오신 분들을 만났다. 방석준요셉회장님과 김종빈루치아노사무국장님, 그리고 진연자로사전례국장님 세분이 먼길을 오셨다. 뛰는 나는 스스로가 좋아서 원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휴일에 가족들과 쉬지도 못하고 그 먼 길을 달려와 힘을 주시니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주로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천진암으로 먼저 가시고 나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1분이라도 빨리 가서 내가 떠나야 그분들도 집으로 가실 것이기에 함께 했던 김베드로형제를 뒤로 하고 먼저 가게 되었다. 천진암에서 다시 합류를 하여 응원부대를 뒤로 하고 앵자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가도가도 끝이 나오지 않는 봉우리들. 그 길 곳곳에 미리 와서 리본을 달아 놓으신 봉사자(여의도지역 회원님들 감사합니다.)분들이 너무나 고맙다. 앵자봉에서부터는 남한강 바람이 불어 추위를 느낀다. 보온을 한다고 덧바지도 입었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계속 움직여서 체온을 유지하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 양평을 눈앞에 두고 도저히 추위와 졸음을 견딜 수 없어 버스정류장에 몸을 눕혔다. 그러나 바람이 그냥 두질 않는다. 잠도 오지 않고 추위만 더해 와 그냥 가기로 했다. 양근대교를 건너서는 허기도 지고 힘이 없다. 주최측에서 정해준 식당까지 가기는 힘들고 마침 휴게소가 있어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잠시 의자에 앉아 잠을 청했다. 다시 잠을 깨어 이젠 완주가 아니라 일단 마재성지까지는 가자고 재촉을 하였다. 가는 도중에 많은 주자들을 만났다. 식당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졸음을 쫒고 허기를 채운 주자들이다. 김방지거형제님, 조스테파노형제님, 이프란치스코형제님, 조막시마자매님 모두 만나 일행이 되었다. 장장 5km나 되는 용담대교와 양수대교를 매서운 새벽 강바람과 싸우며 건너 드디어 마재성지에 도착했다. 먹는 것보다 졸음을 쫒는 것이 우선이라 잠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