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잎
고은상
갈라지고 터진 곳 깁으며 바쁘게 살다보니
늦은 오후
몬스테라 화분 하나 눈에 들어왔다
수천 년을 살아왔다는 초록의 식물은
잎 갈라진 틈으로 햇살 내려보내고 있었다
여리고 작은 것들이 낮게 자라는 곳으로,
여린 것들,
미처 이름을 가지지 못한 것들이
몬스테라잎의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으로 온몸을 일으킨다
갈라지고 터진 잎이
온전한 삶을 일으키고 있다
내게 머물던 햇살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가
내 아래 검은 그림자만 자란 걸 보면
구멍 하나 없이 깁고 채운
내 생의 잎은
나의 그림자만 키웠네
끝까지 온전하지 못한 잎은
바로 나였다
* 몬스테라 : 덩굴성의 대형 관엽식물. 자신의 잎 아래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에게 햇빛을 나눠주기 위해 잎이 갈라지고 구멍이 났다는 진화설이 있다.
고은상 시인의 시, 「몬스테라잎」을 읽습니다. ‘몬스테라’는 생소한 식물입니다. 대형 관엽식물인 ‘몬스테라’는 잎이 갈라지고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잎 아래에 서식하고 있는 다른 식물에게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설이네요. 진화는 동,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고 알고 있는데 ‘몬스테라’는 자신보다 약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식물을 위해 진화한 것이 참으로 특별합니다. 고은상 시인의 시, 「몬스테라잎」은 그런 특이한 ‘몬스테라잎’을 제재로 했습니다. 몬스테라잎은 자신의 “잎 갈라진 틈으로 햇살 내려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잎그늘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하는 “여리고 작은 것들”을 위해서죠. 자칫 햇빛을 보지 못해 죽어야 했을 “여린 것들/미처 이름을 가지지 못한 것들”이 “몬스테라잎의 구멍을 통해/쏟아지는 햇빛으로” 살게 됩니다. 몬스테라의 갈라지고 터진 잎이 “온전한 삶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를 희생하여 타자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인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구멍 하나 없이” 깁고 채우려 했던 것이 자신의 생이었음을 깨치게 됩니다. 그 결과 “내 아래 검은 그림자만 자란” 것을 보게 되지요. 결국 ‘온전한 삶’을 추구했지만 온전하지 못한 것이 “바로 나였”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몬스테라잎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뜨끔합니다.
교수님 멋진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
한가하고 더 없이 평온한 휴일날
몬스테라 잎에서 맡아보는 배려와 나눔의 향기에 가슴이 찌릿합니다.
허정열님
렝옆에본명쓰주심넘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