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만드는 공동체 - 얀테의 법칙(광주매일신문 2025.12.1. 칼럼)
이계양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는 소득, 기대수명, 복지,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개 지표를 토대로 매년 전 세계 국가별 ‘행복지수’를 발표한다.
대한민국은 『2024년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세계 143개국 중 52위다. 국가 GDP 순위는 12위인데 행복지수는 OECD 그룹 내 하위권으로 매우 낮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7년 연속 1위인 핀란드다.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웨덴, 5위 이스라엘, 6위 네덜란드, 7위 노르웨이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상위 7개국 중 6개국이 북유럽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가 세계 행복의 최상위를 차지한 비결이 뭘까?
그 비결은 ‘겸손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얀테의 법칙’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얀테의 법칙’은 노르웨이의 작가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의 소설 <도망자는 자신의 발자국을 넘어간다>(1933)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얀테의 법칙’은 이 소설이 나오기 전부터 북유럽 국가에 존재하는 평등주의적 생활 규범으로서 개인주의적 우월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담은 행복 제조의 산파역을 해왔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등 10가지이다. 한마디로 ‘내가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누군가가 나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것이다. 곧 나를 내세우지 말고 ‘겸손하게 말하고 행동함’으로 남을 ‘배려, 존중하라’는 말이다. 나의 겸손,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공동체 전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겸손과 존중과 배려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데 곳곳에서 욕설, 조롱, 비아냥, 혐오, 폭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시체팔이하고 있다”(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천하고 가난한 것”(어느 교사가 학부모에게) “판사놈, OOO 이놈한테는 불법 구금 불법 재판을 했기 때문에 협조할 수가 없다. 그놈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된다“(재판장의 감치 명령을 받은 변호사), “OOO 지지하시는 분들은 밤에 성폭행 당하고, 중국인들한테 팔려 가고 한번 당해 보라”(유명 학원강사), “눈 불편한 거 빼고는 기득권”, “자기가 장애인인 걸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시각장애인 국회의원에게 동료의원이),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 “야 XX야 나가 너!”, “한심한 XX”(국회의원들),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경북 산불 특별법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 등등 막말과 저주, 욕설, 비하, 저속, 천박, 혐오의 말들이 길거리, 학교, 재판정, SNS, 국회에서 거침없이 쏟아진다. 섬뜩하다.
도대체 이런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이며 이런 말들이 횡행하는 사회,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불편을 넘어 불행하기 짝이 없다.
‘얀테의 법칙’에서 풍기는 겸손, 존중, 배려는 약에 쓸려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모골송연한 자만과 오만과 교만의 막말이 불행을 낳고 키우며 부추긴다. ‘반 얀테의 법칙’이 당당하게 큰소리로 곳곳을 누빈다. “나는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 나은 사람, 많이 아는 사람, 중요한 사람, 일 잘하는 사람, 남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사람, 남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사람”이라며 비교우위의 자만, 오만, 교만, 거만, 건방, 거드름, 우쭐댐까지 이중삼중으로 성을 쌓고 있으니 불행의 소굴이다. 불행을 절감하며 행복을 간구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경쟁 만능의 시대에 남들을 이겨야 하기에 “나는 남들보다 특별하고, 잘났고, 중요하다. 또 남들은 나보다 못하고,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마음으로 무차별적 막말 대잔치를 벌인다. 안하무인의 갑질 언어들 속에 어찌 존재의 행복이 깃들 수 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나도, 너도, 우리도. 그러려면 우리 모두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행복을 만드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