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엄청 거센날입니다.
아침 걷기명상 시간에 우리 동무들과 한해 동안 맞을 바람을 다 맞은 듯 휘청거리며 걷는 놀이를 했네요.
걷다가 바람이 거세면 뒤돌아 서기도 하고, 서로 손을 꼭 잡아서 날아가지 않게 의지해서 걷기도 했어요.
우산을 쓸 엄두를 못낼만큼 강한 바람의 날!
옆에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동무가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
꽃샘 추위란 말은 참 지혜롭고 정겹지요.
정말 곳곳에 핀 매화랑 차가운 바람은 어울리지 않는데 그들은 공존하고 있어요.
이틀째 배움터 걷기길에서 만나는 새내기 동생들이 기특합니다.
재미나게 언니들 뒤를 졸졸 잘 따라 다니네요.
드디어 도착한 배움터에선 밥도 짓고, 착한 동무들 밥도 챙겨주었어요.
그리고 가족별로 아침 열기를 하고 새로운 수업들을 만납니다.
할머니와 이야기 시간엔 똘망똘망 잘 듣고 즐거워했다는 소문이 도네요.
5,6,7,8학년 언니들은 두더지와 묻고 답하는 시간을 보냈고, 9학년들은 첫 에세이 시간을 가졌어요.
질문하는 힘, 우리 동무들이 그 힘을 잘 기르면 좋겠네요.
부처님은 어릴 때 새가 벌레를 쪼아서 먹는 것을 보면서 '왜 하나는 살기 위해 먹는데 그 다른 하나는 꼭 죽어야만 하는가?' 란 질문을 가졌다 합니다. 그래서 많은 지혜로운 분들에게 그것을 질문했는데 답을 찾을 수 없었다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이 사람은 왜 병이 드는건가, 왜 늙어야 하는 건가, 그러다 왜 죽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합니다.
질문을 가지면 사유하게 되고, 답을 찾기 위해 지혜로운 사람을 찾게 되고 그리고 그 답은 끝끝내 스스로 얻어야 하지요. 이런 과정이 참 배움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밥 한그릇, 국 한그릇이 우리를 데워주지요.
해리가 주신 맛있는 밥상을 받은 우리 모두는 행복하였네요.
참, 설거지 배우던 얀이가 민들레가 물에 접시를 넣고 흔들어야 한다고 하니 갑자기 접시를 머리 위로 들고 흔들어서 모두 실컷 웃게 하였다는 후문도 추위를 날려주네요.
오후에는 소현과 3,4,5,6학년 리코더 수업과 천지인 밥상 공부와 리코더 수업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은지 언니 오셔서 동생들 리코더 수업시간에 도와주셨어요.
천지인 언니들 밥상 공부 시간에는 멸치 까다가 거의 입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뭐든 손에 들어오는대로 정말 잘 먹습니다.
요즘 저녁 밥상은 오붓하고 즐겁습니다.
두 밥선생님과 배움지기가 준비하는 밥상.
오늘 저녁은 수학 수업이 이어집니다.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는 이들에게 빛!
오늘 감기 앓이로 배움터에 못오신 준, 태율, 민유에게도 빛!
오늘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날.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