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어느날 새벽, 많은 인파들이 아직 열지도 않은 극장 앞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정판 키링를 얻기 위해 아침부터 긴 줄을 기다린 사람들은 몇시간을 기다린 끝에 키링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극장마다 제한된 수량으로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극장측에 항의하거나 SNS의 댓글로 불만을 터뜨렸다. 중고 플랫폼에서는 정가인 만 구천원의 5배인 10만원에 거래되는 등 많은 팬들이 '되팔이들 해도해도 너무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인기 애니메이션 극장판인 ‘체인소맨:레제편’과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의 대흥행으로 극장에 때 아닌 ‘오픈런’이 성행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른바 ‘특전’을 수령하거나 매점에서 팝콘과 함께 판매하는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이 상품들이 모두 한정판으로 판매되어 제한된 수량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몇몇 특전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몇 배의 가격을 붙여 판매되며 영화를 보면 무료로 증정하는 특전 포스터 같은 경우엔 7만원에 거래되는 등 많은 팬들이 과도한 리셀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름바 ‘리셀족’은 한정판같은 희소성 있는 물건을 되팔아 수익을 얻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명품, 한정판 운동화, 한정 굿즈들을 정가로 매입해 판매 플랫폼들을 통해 적게는 10프로, 많게는 몇십배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예전에는 암표가 이러한 리셀의 예시였지만, 최근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 리셀 플랫폼의 등장과 사람들의 취미생활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점차 운동화, 굿즈, 피규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리셀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HTF의 리셀 플랫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리셀 플랫폼은 2025~2033년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 11.8%를 예상하며, 2033년까지 시장 규모가 약 2,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는 것이다.
해외라고 다른 것은 아니다. 이미 몇년전부터 한정판 운동화가 인기있었던 미국에서는 리셀숍이 인기였었지만, 최근에는 포켓몬 카드게임이 높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바이럴 영상이 틱톡과 SNS에서 퍼지며 싹쓸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SNS에서는 마트에서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포켓몬 카드팩을 가지기 위해 주먹질을 하는 영상이나, 포켓몬 카드팩으로 가득 찬 창고를 자랑하는 영상에 카드게임 유저들이 욕설을 댓글로 다는 등 눈살이 찌뿌려지는 장면들도 볼 수가 있다. 서양권에선 이러한 리셀러들을 영어로 되팔이라고 불리는 ‘Scalper’라고 부르는 등 그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미로 한정판 운동화를 모으는 대학생인 장현우(26)씨는 "한정판 운동화는 마니아들의 영역이었지만 크림같은 리셀 전문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제태크의 한 수단으로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지게 되자 일반인들도 한정판을 판매한다고 한다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추첨을 넣고, 심지어 매크로같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오프라인 판매에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물량을 싹쓸이하는 전문 업자들도 많아졌다.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개인이 아닌, 자본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이름바 ‘업자’ 문제도 심각하다. 한정판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한 의류매장을 방문한 김휘영(27)씨는 “매장에 줄을 서 있는데 나이에 맞지 않는 70~80대 할머니께서 대기를 하고 계셨다, 계속 핸드폰으로 사야하는 물건을 확인하시더니 전화로 시급이야기를 하시고 있었다. 대부분의 한정판 드롭(발매)에서는 이러한 노인분들이 업자들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몇시간 줄을 서서 재고를 싹쓸이한다. 수량제한이 있는 항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으로 재고들을 확보한다. 정상적인 상황은 누가봐도 아닌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인터넷의 한 누리꾼도 ‘강남에서 진행되는 지드래곤의 브랜드 팝업 매장에서 내 앞에 있는 중국인이 현금다발을 꺼내며 500만원어치를 구입하는데, 제한된 수량을 최대로 채워 거의 모든 물건들을 매장에서 싹쓸이했다. 팬들은 구입을 하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라고 밝혔다.
강남 신세계백화점에서 진행된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팝업 해외 업자의 물품 대량 구입의 사진. 출처: djworld62
리셀러들은 이러한 판매방식이 오히려 정당하고 합법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라면 당연한 것인데 왜 욕을 먹어야하는건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셀러는 메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불법적으로 개인 사용 목적의 물건을 면세로 들어와 세금 없이 파는 것도 아니라, 우리도 사업자를 등록하고 물건을 사입하며 정당하게 법을 지키며 세금 납부를 하고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판매한다. 우리도 물건을 사서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피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당연히 존재하고 그걸 감수하고도 투자를 하는 것이다.’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