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역으로 마중 나갈 사람이 있어
거실에서 아침 뉴스 보며
혼자 이른 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내가 주방에서 뭐라 뭐라 한다
여보, 나 멀리서 말하면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려
작년 다르고 올해 또 다르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면
얼른 아내 쪽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봄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방금 뭐라고 했어?
응, 응, 뭐라고?
이렇게 한 번 더 물어볼 때도 있다
두 번 세 번, 그러다가
못 들었어도 들은 척할 때는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마지막 밥알을 아껴가며 씹다가
허공에 대고 히죽 웃자
아내가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 싶어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시나부랭이를 쓰는 사람은
나중에 아무리 귀가 안 들려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순 있을 거라고
그러면 되는 거라고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봄이 오는 소리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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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3
25.03.03 18: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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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가 슬프네요. 그래도 시인이어서 다행이에요
슬픈 시가 아닌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