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06 [규린] 화창한 식목일이자 청명일에 맛있는 상추를 심고서

[조규린]

어제(2011년4월5일)는 식목일 이자 하늘은 맑고 따뜻한 날로 일컬어지는 청명일 이었다.

또 오늘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조상님들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온 예로부터 명절의 한 날로 여겨저 온 한식일이다.

본격적인 봄의 절기로 들어선 오늘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아주 맑고 따뜻하여 옆집 신상일씨네 집 담장에 있는 진달래가 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나고 우리집 앞 88연립 담장의 개나리도 노란 꽃을 만발 하였다.또 우리집 담장 옆에 있는 고목 벗나무와 목련꽃 나무는 금방이라도 톡 건드리면 반기며 하얀꽃 붉은 꽃을 터트릴 것만 같은 꽃망울이 송골송골  올라와 있다.

도심속 좁은 공간에 심어진 우리집 으름넝쿨이며 엄나무 드릅나무 꽃사과나무 감나무 장미덩쿨들도 파란 잎이 뾰족이 내밀고들 있다. 돌단풍은 하얏꽃잎을 피우고 그옆에 있는 난초는 파란잎이 벌써 많이 자라 보는 이들의 마음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주고있다.

이 화창한 식목일 이자 청명일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신여사와 함께 정원에 가랑 잎과 겨우내 아무렇게나 쌓아 놓았던 나무가지들을 정리한 후에 신내동 꽃시장으로 가서 퇴비비료 두포대와 상추세판(90포기)를 사가지고 와서 2층 시멘트 바닥에 기존 화분들과 욕조에 있는 흙들을 퍼내 놓고 그 흙에 사온 퇴비 비료를 함께 골고루 섞은 다음에 다시 고추를 심을 16개 대형화분에 넣은 다음 상추를 심을 욕조에도 섞여진 흙을 채운 다음 남는 흙은 포대에 담아 별도로 보관하였다.

이렇게 작업을 하다보니 반소매 샤쓰를 입었는데도 이마와 목둘레 등받이에 땀이 흐른다. 이를 본 신여사가 시원한 꿀물 두잔을 타가지고 올라와서  마시는데 1967년 8월 10일 충북도청으로 발령되기 까지 낭성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농사일을 할때 한참 일을하고 나서 땀을 비오듯이 흘린 후에 어머니와 아주머니가 마련해주는 보리밥이나 잔치국수와 찐감자를 먹으면서 막걸리를 쭉마시던 추억이 떠오르면서 "이때는 텁텁한 막걸리나 시원한 맥주를 마셔야 제격인데 지금은 위장 사정상 술을 거의 끊다 시피 하고 있으니 할 수 없지" 라고 되네어 보았다.

무릎이 아파서 고생하고 있는 신여사의 조언을 들어 가면서 욕조에 담겨진 흙에 상추 두판을 심고 나니 한판이 남아서 상추나 배추등 채소는 드믄드문 심어야 소담지게 잎이 크게 벌어지는데 기왕 사온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어 또 한판을 그 사이사이에 끼워 심어 놓으니 아주 훌륭한 한평 반정도의 옥상 상추 밭이마련 되었다.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며 "부디들 잘 자라라" 라고 부탁하였다. 단독 주택에 사는 재미가 만끽되는 순간이다. 놀지않고 땀흘려 수고한 보람이다. 이제는 틈틈이 물주어 기르면서 뜯어서 아이들과 맛있게 봄 여른 내내 쌈밥을 먹기만 하면된다.

어제 퇴비비료 흙을 담아 놓기만 한 화분들에는 고추를 심어야 하는데 작년 4월 11일 일찍 고추를 심었다가 얼어 죽는 바람에 5월까지 계속 보식을 하는 수난을 겪은 경험상 올해는 좀 여유를 갖고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에 가서 심을 작정이다.

상추는 잎이 부드럽고 맛이 있는데 참새들도 그 맛을 아는지 나뭇잎들이 피기 전까지는 이 상추들을 뜯어먹어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않된다.

궁리 끝에 처남댁 아주머니가 시집올때 혼수품으로 가지고 온 병풍을 버린다고 하여 몇년전 부터 우리집에서 보관해 왔느데 이제는 더 쓸 수 없이 망가저서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을 떼어낸 후에 병풍 틀들을 욕조 위에 걸처 놓은 다음에 그위에 발을 엊어 놓고서 "이렇게 해놓았으니 참새들도 입맛만 다시다 가겠지!" 라고 자위 하면서 상추심는 작업을 마무리 하였다.

오늘 한식날 고향에 내려가서 비록 조상님들의 산소에 절은 드리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으로 나마 조상님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죄송스런 사죄의 마음을 올리면서 수산회의 북한산 등산에 참여하여 화창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자한다.

    2011년  4월 6일(수요일) 이른 아침에